[MJG의 농구용어 사전] “자유투가 무서워요” 핵-어 작전

민준구 / 기사승인 : 2017-12-21 0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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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실제로 농구를 하는 걸 좋아하는 기자에게 자유투란 애증과 같았다. 농구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고 슛을 어떻게 해야 잘 던질 줄도 몰랐다. 특히 자유투는 더욱 그랬다. 아무도 막지 않아 더 부담되고 거저 주는 득점이라는 의식 때문에 매번 3개 중에 2개는 실패하곤 했다. 일반인인 기자도 이 정도인데 농구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에게 자유투는 얼마나 부담이 될까. 경기 내내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고 덩크를 밥 먹듯이 내리 꽂는 NBA 선수들도 자유투 라인에 서면 작아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유투를 못 넣는 것을 상대가 알았을 때에는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자유투 못 넣는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한 바로 그것, ‘핵-어 작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기록은 20일 기준).

핵(HACK)어 작전

고의적인 파울을 의미한다. 거친 파울의 범주에는 해당되진 않고, 의도적으로 플레이를 끊기 위해 행한다. 다만, 이 파울은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다르다. 이를테면 클러치 상황에서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선수에게 의도적으로 파울을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댈러스 매버릭스의 돈 넬슨 감독이 샤킬 오닐을 막기 위해 처음 썼던 전술이다.

‣ 도무지 막을 수 없어 자유투를 던지게 했던 남자, 샤킬 오닐

현역 시절, 샤킬 오닐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막긴 했지만, 경기 끝까지 코트에 남아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두 파울 아웃으로 퇴장 당했기 때문. 216cm에 147kg의 거구였던 오닐은 19시즌 동안 17번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6번의 NBA 파이널을 경험했고 총 4번의 반지를 획득했다. 1992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는 물론, 1994년 세계선수권 우승, 1996 애틀란타 올림픽 금메달 등 못 해본 게 없는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오닐의 유일한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자유투였다. 1207경기를 출전하면서 평균 자유투 성공률이 52.7%였던 오닐은 그 유명한 ‘핵-어 샤크’의 주인공이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였지만, 매번 발목을 잡은 건 자유투였다. 19시즌 동안 11,252개의 자유투를 시도한 오닐은 무려 5,317개의 자유투를 실패했다(이는 윌트 체임벌린 이후로 5,000개 이상 자유투를 실패한 첫 기록이다).

경기 내내 오닐을 막을 수 없었던 상대 팀은 끝내 ‘핵-어 샤크’ 작전을 발동하며 승부했다. 이 때문에 오닐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자유투 최다시도(39개), 한 쿼터 최다시도(25개) 1위라는 대기록(?)까지 세운 바 있다. 물론, 자유투 성공률은 처참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닐의 자유투 성공률이 70%만 됐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오닐에 대한 ‘핵-어 작전’은 없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득점도 더 많아졌을 것이다. 한 마디로 최소한 1.5배는 더 강한 오닐을 상대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 샤킬 오닐의 후예들

오닐은 2011년 6월에 은퇴를 선언하며 정든 코트를 떠났다. 이와 함께 ‘핵-어 작전’도 함께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오닐의 전철을 밟는 사나이들이 줄을 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드와이트 하워드와 디안드레 조던, 앤드류 드러먼드가 그 주인공이다.

오닐 이후 하워드는 NBA에서 가장 듬직한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올랜도 매직에서 전성기를 맞이한 그는 2008-2009 시즌에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전년도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를 무너뜨리면서 올랜도 매직을 NBA 파이널로 올렸다. 보드 장악력이 뛰어난 하워드를 중심에 두고 라샤드 루이스와 히도 터코글루 등 양궁부대를 앞세운 올랜도 매직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동부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워드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도 참가하며 금메달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당시 그의 영향력은 오닐의 그림자를 밟을 순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하워드 역시 자유투 문제로 현재까지 골치를 앓고 있다. 문제는 훈련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실전만 들어가면 그의 자유투는 성공률은 바닥을 치곤했다. 13시즌 동안 8489개의 자유투를 시도한 하워드는 4794개를 성공시키며 56.5%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오닐과 마찬가지 ‘핵-어 하워드’로 인해 최다 자유투 시도 기록을 세웠다. 2012년 1월 12일에는 39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1962년 체임벌린의 기록(32)을 경신하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이날 21개를 성공시키며 고의 파울 작전을 무력화 시킨 바 있다). 공동 1위 역시 하워드의 기록이다.

이번 시즌 역시 234개를 시도해 123개를 성공시킨 하워드는 52.6%의 처참한 자유투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점점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핵-어 작전’에서 자유로워지는 모습이다. 최근 3경기에서 23개 중에 15개의 자유투를 성공하며 꾸준한 훈련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안드레 드러먼드 역시 마찬가지 데뷔 시즌인 2012-2013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단 한 번도 자유투 성공률 50%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62.7%의 엄청난(?) 성공률을 보이며 ‘핵 어 드러먼드’ 작전을 무력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3일 밀워키 벅스와의 경기에선 16개의 자유투 중에 14개를 성공시키며 사실상 비핵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디안드레 조던은 여전히 자유투 라인에만 서면 작아진다. 심지어 연습 도중에도 에어볼을 날릴 정도. 이번 시즌 52.4%의 자유투 성공률로 커리어 두 번째 50% 이상의 기록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핵-어 조던’은 유효한 상태다. 10시즌 동안 30%대 4번, 40%대 4번을 기록하며 오닐보다 더 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자유투는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핵-어 작전’에 자유롭지 못했던 조던이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드마커스 커즌스의 부진으로 대회 중반부터 미국 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졌던 조던은 케빈 듀란트와 함께 팀 내 최다인 32개의 자유투를 시도했다. 그러나 단 13개만을 성공시키며 40.6%의 안타까운 성공률을 보였다. 센터의 공격 롤(Role)이 적은 미국이기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다른 대회와 달리 예선전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였다.



한편, 2017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에 빛나는 론조 볼이 벌써부터 ‘핵-어 작전’의 뉴 페이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28경기에 출전해 39개의 자유투를 시도한 볼은 불과 19개를 성공시키며 48.7%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표본이 적어 섣부른 평가는 할 수 없지만, 볼의 괴상한 슈팅 폼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들 중에 하나가 바로 자유투다. 물론, 뛰어난 어시스트 능력과 센터 뺨치는 리바운드 캐치 능력까지 갖춰 쓰임새는 많지만, 혹여나 ‘핵-어 볼’ 작전이 실행된다면 볼은 코트에 나설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볼에 대해서 많은 팀들이 새깅 디펜스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만간 ‘핵-어 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어웨이 파울 규정 강화한 NBA, ‘핵-어 작전’은 여전해

‘핵-어 작전’은 단순히 상대의 자유투 낭비를 역이용한다는 부분으로만 해석할 순 없다. 선수 개인의 멘탈을 흔들 수 있고 팀 전체의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협적인 작전이다. 또한 상대 공격 시간을 줄어들게 한다는 점에서 ‘핵-어 작전’은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핵-어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선 상대 자유투가 실패하고 난 뒤의 공격권을 득점으로 연결해야만 한다. 영리하고 똑똑한 전술이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지루할 뿐이다.

‘핵-어 작전’이 돌입되는 순간은 대부분 승부처인 3~4쿼터. 한껏 분위기가 올라 있는 상황에 심판의 휘슬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온 관중들은 지루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NBA는 어웨이 파울(Away From The Play Foul) 규정을 강화해 4쿼터와 연장전 마지막 2분을 남겨두고 고의 반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물론, 이로 인해 3쿼터부터 ‘핵-어 작전’이 기승을 부린 적도 있다).



그러나 ‘핵-어 작전’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필라델피아 76SERS의 루키 벤 시몬스만 봐도 알 수 있다. 146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80개를 성공한 시몬스는 54.8%의 성공률로 ‘핵-어 작전’에 희생된 선배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11월 30일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에서 시몬스는 무려 29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15개만 성공한 바 있다. 자유투가 약한 시몬스에 대한 고의 파울이 계속 나오며 나온 결과였던 셈. 그나마 ‘핵-어 작전’이 기승을 부렸던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보다는 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NBA는 ‘핵-어 작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 미국은 ‘핵-어 샤크’ 한국은? ‘핵-어 승진’

삼일상고 재학 시절, 하승진의 주요 공격 루트는 바스켓카운트, 즉 득점인정반칙이었다. 221cm의 압도적인 신장을 이용해 파울을 얻어냈고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며 일석이조의 공격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2008년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전주 KCC에 지명된 하승진은 현재까지 자유투라는 단어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상대팀의 ‘핵-어 승진’ 작전으로 고통 받으며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 것이다.



하승진은 데뷔 시즌부터 현재까지 총 1349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698개를 성공하며 51.7%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샤킬 오닐보다 평균 성공률이 더 낮은 모습이다. 상대팀도 이를 아는 듯 하승진에게 쉬운 골밑 찬스를 내주지 않는다. 오히려 파울로 끊어 자유투를 줄 뿐이다. 데뷔 시즌에 44.9%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인 하승진은 최근 2시즌에 25.0%, 38.6%로 웬만한 선수들의 3점슛 성공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KBL은 ‘핵-어 승진’ 작전이 극에 달했던 2015년 11월 27일에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U파울) 규정을 강화하며 경기력 저하 요소를 없애려 노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알게 모르게 ‘핵-어 승진’은 나오고 있다. 2017-2018 시즌 현재까지 국내선수들 중에 가장 많은 자유투를 시도한 주인공은 바로 하승진이다. 101개를 시도하며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자유투 시도 100개를 돌파했다. 평균 출전 시간이 22분 55초에 불과한 데 말이다. 2위는 99개의 오세근으로 평균 출전시간이 34분 18초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하승진에 대한 파울이 많았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하승진도 스스로 자유투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오닐과 더불어 하승진도 ‘핵-어 작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나름의 고통을 받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하승진에 대한 고의 반칙 작전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평균 출전 시간이 적고 이전보다 하승진 중심의 공격이 줄었기 때문. 공격과 상관없는 곳에서 하승진에게 고의 반칙을 했다가 나오는 U파울을 감당하기 힘든 것도 ‘핵-어 승진’ 작전을 최소화하고 있다.

# 사진_점프볼 DB(손대범, 유용우, 이호민 기자),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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