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농구 ① KBL은 오세근과 사이먼의 해였다

이원희 / 기사승인 : 2017-12-31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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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편집부] 2016-2017시즌이 안양 KGC의 첫 통합 우승으로 마무리됐고, 2017-2018시즌이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2017년 동안 KBL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Q. 떠난 선수, 남은 선수, 그리고 곧 작별할 선수들 이야기부터 해보자. 비시즌은 FA 이슈로 떠들썩했다. 이정현, 김동욱의 이적과 오세근의 잔류. 시즌에 들어가서는 16시즌 동안 원주 외길을 걸은 김주성이 은퇴를 선언했다.
강현지_떠나고, 남는 이적시장에서 원클럽맨이 된 김주성은 어쩜 누구보다도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한 선수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런 그는 또 나눔으로서 그간 받은 사랑을 보답한다. 평소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던 그답게 마지막 남은 한 걸음도 의미 있게 뗀다. 그렇다고 해서 떠나는 선수들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친정팀을 상대로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정현은 3라운드까지 친정팀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맹활약했으며, 친정으로 돌아온 김동욱 또한 삼성의 키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이원희_역대 최고 보수를 받은 이정현. 그의 가치보다 금액이 높게 책정됐다는 말이 있지만, 이정현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시즌 예상치 못한 무릎부상에도 좌절하지 않고 빨리 복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팀 내부적으로도 엄지를 치켜들 정도였다. 올시즌 에이스 역할부터 궂은일까지 맡아주고 있다. 9억2천만 원이라는 큰 비용을 지출했지만, 이정현을 영입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이 많았다. 오세근이야 KGC에서 많은 공헌을 이룬 선수다. 7억5천만 원이 아깝지 않다. 김주성은 은퇴를 선언하고 곧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시간이라는 긴시간 동안 한 번도 자신을 치켜세운 적이 없었다. 은퇴투어를 개최할 만큼 가치 있는 선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은퇴투어의 테마도 ‘나눔’이라니. 평소 기부활동을 즐겨했던 김주성과 딱 어울리는 단어다.
민준구_영원히 안양맨으로 남을 것 같았던 이정현의 이적은 충격이었다. 물론, 9억 2천만원이라는 보수도 놀라웠다. 그렇지만 보수에 비해 활약은 만족스럽지 않다. 오히려 김동욱이 6억 3000만원임에도 값어치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오세근은 10억 이상도 줘야 할 것 같고.. 김주성이 떠나는 건 너무 아쉽다. 어렸을 때 농구를 보면서 서장훈과 함께 가장 좋아했던 선수였는데 올 시즌을 끝으로 보지 못한 다는 건 기자를 벗어나 농구 팬으로서 아쉽다. 최초로 은퇴투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것 같다. 농구의 흥행과 발전을 위해 이런 이벤트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Q. 2016-2017시즌 안양 KGC가 구단 최초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오세근-데이비드 사이먼이 지키는 골밑이 철벽같았고, 이정현은 중요할 때 득점포를 가동했다. 키퍼 사익스는 교체 위기를 이겨내고 공격의 핵심이 됐다. 우승에는 김승기 KGC 감독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KGC 통합우승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강현지_KGC와 사익스가 불협화음을 해결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그때부터 KGC인삼공사는 연승 가도를 달렸고, 선수단 내에서도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으로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고, 신뢰가 생겼다. 그러면서 오세근·사이먼의 더블 포스트는 더 강력해졌고, 신인 박재한 또한 깜짝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문성곤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수비에서 공헌한 것도 컸다고 본다.
이원희_많은 감독들이 오세근과 사이먼의 콤비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두 선수의 하이로우 플레이는 KGC인삼공사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다. 한 구단에 한 명도 있기 힘든 정상급 빅맨이 둘이나 있다. 사이먼을 막자니 오세근이 걸리고, 오세근을 막자니 사이먼이 골칫거리다. 특히 사이먼은 슛 거리도 길었다. 유재학, 이상민 감독 등이 도대체 어떻게 사이먼을 막냐며 탄식했던 게 떠오른다.
민준구_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건강한 오세근, 데이비드 사이먼이라면 최소 6강은 가야 했다. 거기에 이정현이 MVP급 활약을 펼쳤고 키퍼 사익스와 문성곤, 양희종 등 호화 멤버를 갖췄기에 우승은 당연한 것 아닌가. 경쟁자였던 삼성은 라틀리프 이외에 타짜가 없었다. 김태술이 만약 전성기 폼을 유지했다면 모를까, 라틀리프 한 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Q. 프로농구 KBL이 각 구단이 돌아가면서 연맹을 운영하는 '총재 구단' 체제로 바뀌었다. 첫 번째 주자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새 총재를 결정할 때까지 KBL은 해당 시점까지 현 김영기 총재 체제로 운영·유지할 계획이다. KBL의 새로운 변화다. 각 구단이 돌아가며 리그를 운영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강현지_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 그러나 최대한 리그운영에 공백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물론 해당 구단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분명 괜한 걱정만은 아닐 것이다. 변화를 맞이할 땐 그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농구가 침체기에 있는 만큼 변화는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원희_많은 프로경기단체들이 구단주 총재를 선임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4월 조원태 대한항공 이사이자 대한항공 남자 배구단 구단주를 총재로 추대했다. 이미 대한축구협회는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맡고 있다. KBL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우선 현장 경험이 많기 때문에 구단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 김영기 총재의 경우 단신 외국선수 제도 등 다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도 있었다. 또한 여러 구단들이 총재를 맡게 된다면 스폰서 등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정치적으로 총재직에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구단주 총체 제재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총재를 맡는 구단이 리그에 유리하다는 말이 있지만, 돌아가며 총재직을 맡기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본다.
민준구_프로 출범 이후 21년 만에 구단주 총재 시대가 왔기에 초반에 많은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특정 구단이 총재를 배출하게 되면 분명 주변에서 '총재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들이 함께 할 수 있다. 물론, 잠재적 총재구단 후보들에 의해 충분히 견제 될 사안이지만, 그럼에도 화살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의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임기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한 구단에서 만든 정책을 다음 순번의 구단이 이어갈 수 있을까. 또 단순히 구단주가 총재가 되는 상황이라면 KBL에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전문 경영인이 나선다면 모를까. 이번 시즌이 끝나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Q. 올시즌 10개 구단 대부분이 시즌 시작 전부터 외국선수 교체로 정신이 없었다.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선수들을 기량 미달로 퇴출시키고 대체 외국선수로 전력을 강화하는 일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편법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결국 다음 시즌부터 자유계약선수제도로 바뀌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래프트 제도, 어떤 문제점이 있었던 것일까.
강현지_가승인 드래프트가 현실이 됐다. 새로운 선수를 뽑아 모험을 택하려는 구단보다 리그에 익숙한 경력자 선수들을 뽑으면서 안정적으로 가려는 팀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시즌 자유계약선수 제도로 바뀌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 된 꼴이 됐다. 그중에 디온테 버튼은 DB로 굴러들어온 복덩이가 됐다. 전자랜드가 조쉬 셀비를 택하면서 2순위 지명권을 가진 DB가 버튼을 택한 것이다. 버튼은 단신 외국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뿐만 아니라 해결 능력까지 갖췄고, 영리하기까지 하다. DB가 꼴찌 후보에서 전반기를 1위로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버튼 덕분이라고 본다.
이원희_자유계약이란 아무런 제약 없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70만 달러와 신장제한이라니. 어느 구단이 속 편히 입맛에 맞는 선수를 찾을 수 있을까.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구단들이 트라이아웃에서 원하는 선수를 찾을 생각이 없었다. 의미가 퇴색됐는데, 이를 끝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유계약제도에서 이것저것 제한을 둔 것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민준구_외국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는 하루라도 빨리 사라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외국선수 제도가 도입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었을까. 냉정하게 흥행이 목표 아니었나. 그렇다면 더 좋은 능력을 가진 외국선수들을 들여오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2000년대 중반과 2011-2012 시즌처럼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했던 시즌에 많은 관중들이 몰렸다. 이것만 봐도 흥행에 대해서 설명이 된다. 물론,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신장 제한과 더불어 금액제한이다. 또 신장제한을 엄격하게 했기에 그에 맞는 선수들이 얼마나 있을 지는 미지수다.

Q. 2017 신인드래프트. 연세대 가드 허훈이 전체 1순위로 부산 KT 유니폼을 입은 가운데 얼리로 나온 양홍석(부산 KT)과 유현준(전주 KCC)이 각각 전체 2~3순위로 지명됐다. 드래프트에 대한 여러분의 기억은 어떤가.
강현지_지난 시즌 빅3(이종현, 최준용, 강상재)만큼 임팩트가 있진 않지만, 대표팀 허훈의 데뷔전만큼은 강렬했다. “잘해서 KBL 판도를 뒤집고 보겠다”는 당찬 각오처럼 프로 데뷔전서부터 15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만점활약을 펼쳤다. 이후 허훈은 깜짝 활약이 아닌 꾸준함으로 팀내 주전 가드를 꿰찼다. 양홍석과 유현준은 미완의 대기다. 유현준의 프로 무대에서도 날카로운 패스 센스을 뽐냈지만, 부상으로 잠시 쉼표를 찍은 상황. 오히려 SK 안영준이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어 허훈과 신인왕을 놓고 대적할 상대가 되고 있다. 당장 프로 무대에서 주전급 활약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반짝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원희_조기 진출 열풍이 불었던 신인드래프트였다. 4학년이 아닌 양홍석과 유현준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 빅3가 있었던 지난 시즌만큼 눈길을 끌었던 드래프트였던 것 같다. 여러 선수가 대학을 마치지 않고 나온 배경에는 KCC 송교창의 성공적인 정착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가지 않고 프로에 먼저 도전해 배우겠다는 의지. 그간 볼 수 없었던 송교창의 계획에 여러 선수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민준구_ 개인적으로는 지난 드래프트에서 현대모비스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띄었다. 순수하게 1군 드래프트만 봤을 때 5명을 지명한 것은 처음이다. 물론, 모두 주 전력으로 생각하며 지명하진 않았지만, 짧게나마 프로 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은 구단에서 주는 선물과도 같다. 지난해에 비해 선수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썩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조기프로진출자들은 성장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허훈과 안영준, 이진욱, 하도현 등은 대체로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황금세대는 아니지만, ‘은세대’정도로 평가할 순 있지 않을까 싶다.

Q.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KBL에 바라는 점을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강현지_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원 클럽 맨’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김주성 은퇴 투어의 의미가 배가 되는 이유도 이 같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수 소개를 할 때면 오히려 각 감독들 소개될 때가 더 함성이 클 때도 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그만큼 KBL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KBL, 또 각 구단에서도 계획적으로 ‘프렌차이즈 스타’를 키우고, 대우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원희_지난 시즌부터 선보인 심야경기는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농구붐은 일으키자는 취지해서 새롭게 시도한 경기였고, 관중들도 늦은 밤인데도 6083명이나 들어섰다. 농구팬들은 색다른 이야기와 볼거리를 원한다. NBA처럼 뛰어난 경기력도 중요하겠지만, 그 날고 긴다는 NBA 선수들도 팬들 앞에선 감사함을 느끼고, 명문 구단들은 신나는 이벤트를 준비한다. 이제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다. 경기력만 가지고는 팬들의 관심을 모두 끌지 못한다. 팬들이 직접 재미를 느껴야 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 답은 정해져 있다. ‘농구영신 매치’처럼 색다른 이벤트가 많아진다면, 팬들도 조금씩 KBL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민준구_최근 들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SKBL’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의식한 것처럼 심판들의 판정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코트에서 크게 욕을 했던 A선수는 벌금을 물고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지만, B는 벌금만 물었다. 판정에 균형이 잡혀있지 않으니 생기는 일이 아닐까. 유독 이번 시즌에는 명승부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리그 흥행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그러나 댓글을 보면 여전히 판정에 대한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심판들의 균형 잡힌 판정이 펼쳐졌으면 한다.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이선영 윤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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