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의 시원한 籠談] 한양대의 반란 – 2011대학리그 플레이오프의 추억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18-02-02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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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11년 대학농구 최강자는 경희대입니다. 대학리그에서 플레이오프 포함 26전 전승으로 완벽한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연세대는 예상대로 경희대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고, 이승현과 김지후가 합류한 고려대는 준결승에서 경희대에게 석패했으나 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습니다. 가장 큰 이변은 전년도 우승팀 중앙대의 플레이오프 1회전 탈락입니다. 정규리그 3위 중앙대는 6위 한양대에게 발목을 잡히며 예상보다 빨리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 중앙대와 아이들

2010년 대학농구는 ‘중앙대와 아이들’이었습니다. 2011 드래프트 로터리픽에 모두 이름을 올린 오세근, 김선형, 함누리 4학년 트리오를 필두로 최현민, 박병우, 장재석, 임동섭, 유병훈 등 유망주들이 즐비했던 중앙대의 아성을 위협할 팀은 없었습니다. 후일 대학을 제패한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경희대 Big 3는 당시 1학년이었죠.

2011년. 오세근, 김선형, 함누리가 졸업했지만 중앙대의 전력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정규리그에서는 17승 5패의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 그러나 우승의 경험이 많은 중앙대는 여전히 우승후보였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1회전 사전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의 예상도 중앙대 절대 우세였습니다. 그런데 이 팀은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한양대에게 0-2 셧아웃을 당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6강PO] 전문가 긴급 설문, 중앙대-건국대 우세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65&aid=0000051107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중앙대를 두고 “부상 선수가 많다.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중앙대가 우승을 최근 많이 해본 팀이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기 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는 다소 굴곡이 있는 팀이다. 스피드가 좋은 팀이다. 그런데 중앙대도 높이가 있지만 스피드도 갖추고 있다. 중앙대가 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점프볼의 설문에 의하면 10명 중 9명이 중앙대의 우세를 예상했습니다. 이민현 조선대 감독만 3차전까지 가는 상황 속 백중세를 예상했습니다. 11승 11패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한양대의 승리를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점프볼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중 객관적인 전력은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라고 평가했고, 대부분 그 평가에 동의했습니다.

중앙대에게는 불운이었지만 공은 둥글었습니다. 한양대는 1쿼터에만 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킨 차바위를 앞세워 24-18로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2쿼터 한때 13점까지 차이를 벌리며 이변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중앙대는 부상으로 결장한 장재석의 공백이 컸습니다. 임동섭이 12리바운드를 걷어내며 분전했지만, 리바운드 마진은 –6(39-45)이었습니다

그래도 중앙대는 중앙대입니다. 2쿼터 후반부터 추격에 나선 중앙대는 3쿼터를 24-13으로 압도하며 4쿼터를 7점의 리드로 시작했습니다. 뒷심이 강한 쪽은 한양대였습니다. 4쿼터에 중앙대에게 13점만 허용하며 기어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에만 5득점을 올린 에이스 차바위의 활약으로 1차전을 이겼습니다. 연장에서 차바위가 5점을 올린 반면, 중앙대는 팀 전체 득점이 5점이었습니다.

1차전 승리의 주역은 4학년 차바위입니다. 차바위는 3점슛 4개 포함 21득점 13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블록으로 맹활약했습니다. 부상으로 손가락에 통증을 있었지만 투혼으로 극복했고, 그 보상은 대학 입학 이후 최초의 중앙대전 승리였습니다.

2차전은 한양대 홈에서 열렸습니다. 1차전처럼 마지막까지 접전으로 가던 승부는 자유투에서 갈렸습니다. 경기종료 50초를 남기고 한양대의 2점 리드. 자유투라인에 선 최현민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했고, 한양대 선수들은 파울작전으로 얻은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차이를 벌렸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77-72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이동건은 공을 하늘 높이 던졌고, 그것을 신호로 벤치에 있는 한양대 선수들은 모두 코트로 뛰어들었습니다. 홈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양대 학생들도 모두 일어나 선수들의 발칙한 반란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6강PO] 이번 6강 PO는 회전목마 아닌 롤러코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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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석이 없지만 중앙대의 높이는 낮지 않았습니다. 최현민, 임동섭, 박철호는 높이와 기술을 갖춘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한양대에는 차바위라는 대학 최고의 슈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피드와 에너지 넘치는 가드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재도는 2차전에서 15득점 9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과 함께 한양대 육상농구의 새로운 리더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중앙대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선수는 자유투를 놓친 최현민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최현민을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최현민은 이 경기에서 29득점 12리바운드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2쿼터에는 홀로 15점을 몰아넣는 화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팀의 패배는 최현민의 탓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마지막 한양대의 집중력, 의지가 더 강했습니다.

■ 더 이어지지 못했던 한양대의 반란

거함 중앙대를 침몰시킨 최명룡 감독은 “목표야 당연히 우승이다. 이만큼 올라왔으니 우승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투지를 불태웠습니다. 우승을 위한 다음 관문은 정규리그 2위 연세대. 김승원, 장민국, 김민욱, 김준일, 주지훈 등 리그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전준범, 정준원, 김창모 등 득점력 있는 포워드까지 두터운 뎁스를 자랑하는 팀이었죠. 당연히 언론은 이번에도 연세대의 절대 우세를 예상했습니다.

[4강PO] 전문가 긴급설문, 경희대-연세대 절대 우세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65&aid=0000051385

변수는 한양대와의 플레이오프가 정재근 감독의 공식 데뷔전이라는 점. 그러나 이미 연세대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초점은 ‘한양대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였고, 결과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한양대가 예상보다 더 선전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죠.

한양대는 1차전을 졌습니다. 4쿼터 한때 리드를 잡기도 했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82-86 패배. 그러나 2차전은 달랐습니다. 차바위가 3점슛 8개를 터뜨리며 4점차 승리. 한양대는 무려 101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였습니다. 3차전의 승자는 연세대. 전력의 우위에 체력의 우위를 더한 연세대는 전반전의 열세를 뒤집고 경희대와 마지막 승부를 겨룰 자격을 얻었습니다.

한양대의 반란은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러나 한양대의 반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육상농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그 주역들은 프로에서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차바위는 1월 31일 현재 48%의 성공률로 게임당 1.8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이재도는 리그의 정상급 가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양대의 반란을 이끌었던 두 주역은 로터리픽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재도만 짧은 기간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대학농구의 변방이었던 그들의 반란.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변방에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들은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진=점프볼 DB(문복주, 한필상,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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