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의 시원한 籠談] 양형석 감독 “선수는 선수답게, 선배는 선배답게”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18-05-01 1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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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중앙대는 1952년에 농구부를 창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로도 대학 정상권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52연승으로 대학농구의 역사를 새로 썼고, 대학리그 첫 시즌을 25전 전승 우승으로 장식했습니다.

2013년 이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5년 양형석 감독의 부임 이후 대학농구리그에서 5위→3위→2위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쉽지 않다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작년 주축선수 5명이 프로에 진출했습니다. 5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김세창이 작년에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했는데, 경기당 평균 20분이 안됩니다.

여기에 부상선수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중앙대의 시작이 나쁘지 않습니다. 세 번을 이기고 세 번을 졌는데, 중앙대를 이긴 세 팀 중에는 고려대와 연세대가 있습니다. 올해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두 팀입니다. 다른 팀들과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가 큽니다. 그 팀들이 고전했습니다.

중앙대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양형석 감독의 존재 역시 작지 않은 이유입니다.

양형석 감독은 삼일중, 삼일상고, 중앙대를 졸업했습니다. 선수생활을 마친 후 삼일중에서 5년, 삼일상고에서 7년 동안 후배들을 지도했고, 지금은 대학 후배들을 5년째 지도하고 있습니다. 중앙대와 인연은 또 하나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올해 아들이 후배로 입학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아버지 양형석과 감독 양형석에 대한,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 선수는 선수다워야 합니다

Q. 아들이 중앙대에 입학해서 기분이 좋았겠어요.
아들은 공부로 입학했습니다. 같은 캠퍼스에 있어서 자주 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요.(웃음)

Q. 선수들이 아들 또래입니다.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까요?
아들의 모습이 선수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부분이 있고,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적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코트 안에서는 선수들입니다. 선수는 선수다워야 합니다.

Q. 선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선수가 아니에요. 2000년에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나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크게 욕을 안 먹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을 잘 가르쳐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선수들을 지도할 때 코트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감시 목적은 아니죠(웃음)?
물론 아닙니다.(웃음) 코트 안에서 선수들의 판단은 나무라지 않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조언만 하죠. 훈련을 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다 좋은 판단을 몸으로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죠.

Q. 훈련의 효과 때문인가요? 올해 경기력이 예상보다 좋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올 시즌 목표는 어떻게 잡았나요?
초반 부상자가 많았습니다. 작년 주축 선수들이 많이 나갔고요.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선수들도 기량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두고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자세입니다. 선수들이 게임 적당히 하고, 매일 되풀이되는 훈련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보다 성적은 더 안 좋았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만족하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Q. 그래도 상명대와의 경기는 많이 아쉬웠겠어요.
이길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제가 많이 배운 경기이기도 했고요. 나 때문에 졌다고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로테이션을 너무 소극적으로 했어요. 승리에 너무 집착해서 6명만 기용했습니다. 박건호가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제가 더 대범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Q. 반면 4강 경쟁이 예상되는 동국대전 승리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을 칭찬했어요. 연세대전이 끝나고 3일을 휴식했습니다. 체력 소모가 많아서 3일이 긴 시간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4쿼터 7분을 남기고 제가 마지막 작전타임을 불렀어요. 남은 시간은 오로지 선수들이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승리였어요.

■ 진철이가 오니 세창이가 없고

중앙대는 3월 30일 연세대에게 역전패했습니다. 고려대와의 개막전에 이어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그리고 4일 만에 만난 동국대. 변준형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고, 높이와 득점력이 있는 신입생들이 합류하며 전력이 좋아졌습니다. 시즌 전망에 대답한 8명의 대학 감독 중에 6명이 동국대를 4강 후보로 꼽았죠.

중간고사 휴식기가 끝나고 중앙대는 동국대와 다시 만납니다. 그 경기에서 주전 센터 박진철이 복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힘과 운동능력이 좋은 박진철의 복귀는 중앙대에게 큰 힘이 될 전망. 그러나 주전 포인트가드 김세창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합니다. 부상은 올 시즌 중앙대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Q. 박진철이 돌아오면 아무래도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하겠죠?
반갑죠. 중앙대가 전통적으로 빠른 농구를 합니다. 그리고 속공의 시작은 제공권이에요. (박)진철이가 구력이 짧아 경험만 조금 부족할 뿐, 힘과 높이에 센스도 있어요. 진철이가 들어오면서 (이)진석이의 장점도 더 많이 살아날 겁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김세창의 부상이죠. 세창이가 좋아지고 있었던 상황이라 더 아쉬워요.

Q. 김세창 선수의 공백이 클까요?
연세대전은 이길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흐름을 넘겨줄 때 반전을 시키거나 끊어주는 것이 부족했어요. 벤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가드가 해주는 것이 좋은데…. 세창이가 능력이 있습니다. 세창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지켜봤어요. 요즘 드물게 리딩을 할 줄 아는 가드입니다.

Q. 김세창 선수의 공백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세요?
가드에 성광민과 이기준이 있고…. 홍현준도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진석이 센스가 좋아요. 그런 센스는 가르쳐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하이로우 같은 진철이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어요. 가드가 안 되면 고참들이 해줘야 합니다. 신민철과 부상에서 복귀하는 강병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강병현과 신민철이 대학에서 경험은 많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걱정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강병현은 1학년 때 대학리그 개막전에 투입한 선수에요. 운동능력이 좋고 슈팅과 돌파를 모두 갖춘 선수입니다. 수비도 좋아요. 동료들을 활용하는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본인이 지니고 있는 재능이 많아요. 신민철도 고교 때부터 슈팅능력은 검증된 선수입니다. 중요할 때 득점을 해주는 선수에요. 탄력과 스피드도 좋고…. 운동능력은 최고죠. 그 장점을 경기에서 활용하는 점에서 과제는 있지만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부족하지 않은 선수입니다.

Q. 문상옥 선수가 슈터에요. 그런데 슛이 안 들어가는 것도 고민이겠어요.
3점슛 성공률이 낮은 것을 제외하면 다 잘합니다.(웃음) 그런데 말씀처럼 3점슛이 안 들어가요. 동국대전에서 12개를 던저 1개를 성공시켰습니다.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그랬어요. “네가 슈터냐?” 결국은 해결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외곽슛으로 해결해야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무빙에 이은 슈팅을 연습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전에서 세트슛은 거의 기회가 없어요.

Q. 중앙대 선수들이 슛을 던질 때 대체로 릴리즈가 빨라요. 슈팅 폼이 바뀐 선수들도 있는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관여하나요?
슈팅 폼은 가급적 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타이밍은 꾸준히 강조해요. 타이밍 때문에 슈팅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경기 중에 많거든요. 그래서 슈팅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게 공을 잡으라고 주문합니다. 캐칭 이후 슈팅 폼을 잡으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요. 슛은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라도 안하면 감각을 이어가기 어려워요. 그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진심으로 후배들을 대하면

양형석 감독은 주말에만 집에 갑니다. 당연히 아들보다 선수들과 있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얘기합니다. 성장기에 아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수들은 플레이의 장점과 단점, 성향과 성격까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독으로서의 사무적 목적”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중앙대는 제 모교”고 “선배로서 후배들을 대하는 자세”로 선수들을 대한다고 합니다. 과거 중앙대의 명성도 알고 있고, 성적에 대한 기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은 양형석 감독에게 첫 번째 목표가 아닙니다. 진심으로 후배들을 대하면, 그 노력이 빛을 발하면 성적은 따라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지도자 생활이 20년이에요. 시작은 어떤 계기였나요?
제 선수 생활이 화려하지 않았어요. 은퇴도 빨리 했고…. 사실 은퇴를 하면 농구코트에 안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회가 만만치 않았어요(웃음). 인테리어 공부도 해보고, 다른 공부도 해봤는데 생활을 영위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때 모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당시에도 생각은 없었는데 은사님 설득에 넘어갔네요.(웃음)

Q.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많이 다르죠?
많이 달라요. 고등학교는 지도자가 더 많이 개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해요. 고등학교 제자들은 나중에 찾아와서 “왜 절 더 강하게 안 잡아주셨어요?” 라고 얘기합니다. 대학생은 기본적으로 성인입니다. 결정에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요. 그런데 결정하는 과정까지 이해시키는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Q.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있다면?
삼일상고로 왔을 때 3학년 선수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신입생으로 들어왔던 선수들이에요. 차지우, 박성민, 이창민, 전연식. 농구 팬들도 잘 모르는 이름일거에요.

Q. 스토리가 기대되네요.(웃음)
이 선수들 위로는 다 아는 이름이에요. 양희종, 하승진, 박구영, 정의한(웃음). 비교가 됐고 선수들도 의기소침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화가 났어요. 아이들을 선수 취급도 안하는 일부의 시선은 더 화가 났고요. 그래서 동계훈련을 정말 강하게 했습니다.

첫 대회가 춘계연맹전인데, 그 해는 3월에 열렸어요. 준결승까지 가비지로 이기고 결승에서 우승후보 용산고도 이겼습니다. 종료 부저가 울리고 반대 코트에서 아이들이 달려오는데 얼싸안고 울었습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됐을 때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배운 대회였죠.

인터뷰이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양형석 감독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동기부여’와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배로서 후배들을 대하는 자세”도 위의 단어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이 성적에 부담을 가지면 조급해집니다. 조급해지면 선수들에게 중요한 부분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성적은 선수들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고, 훈련에 충실하면 따라오는 결과물입니다. 꾸준히 훈련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과 자세가 시스템입니다.

작년과 올해, 중앙대의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변화가 없는 하나는 양형석 감독입니다. 그 하나가 올해 중앙대 성적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진=점프볼 DB(홍기웅,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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