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의 농구 in] 김광원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조원규 / 기사승인 : 2018-11-12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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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한국 스포츠교육 희망나눔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조합). 이름이 깁니다. 그리고 복잡합니다.

무엇을 하는 단체일까요? 성격은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입니다. 영리와 사회공헌을 함께 추구하는 조직이네요. 여기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사업범위에 거의 제한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사회공헌, 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사업을 주 사업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협동조합과 다릅니다. 이 조합을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이 만들었습니다. 농구를 했고, 야구를 했던 은퇴선수들입니다. 스포츠 교육을 통해 희망을 나누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거창한 이름의 조합은 2016년 2월에 창립총회를 했습니다. 이후 발달장애인 농구팀을 만들었습니다. 조합원들의 순수 재능기부로 운영하고 있는 팀입니다. 올해 8월에는 스킬집중캠프도 열었습니다. 9월에는 은퇴선수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4번째 개최한 세미나입니다. 은퇴한 운동선수들의 인생 후반전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생소합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생소한 길을 걷고 있을까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꿈을 듣기 위해 김광원이사장을 만났습니다.

▲ 스포츠 나눔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Q. 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은퇴할 때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 바로 유소년농구교실에 코치로 들어갔어요. 어렸을 때부터 교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교단은 아니지만 유소년농구교실도 배움의 현장이라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그런데 들어가 보니 선수 때는 몰랐던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습니다. 적은 강사료와 사회경험이 없어서 겪는 불이익들이 있었어요. 많은 은퇴선수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본인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은퇴선수들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생소합니다.

스포츠산업개발원과 경희대에서 스포츠산업 창업지원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적’ 이름을 붙인 것은 선수들이 사회로부터 많은 물질적 지원을 받았으니 그것을 스포츠를 통해 환원하고 싶다는 의미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모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은퇴선수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조합의 목적인가요?

아이들을 진짜 잘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잘 가르치려면 잘 갖춘 지도자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잖아요. 운동을 했던 사람은 지도자로 장점이 많습니다.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인 부분에서요. 그런데 많은 은퇴선수들이 부당한 대우에 실망합니다. 그래서 사업체를 만들었다 경험부족으로 실패해요. 그렇게 스포츠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선수로서의 경험과 기술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손해에요. 그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열정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농민들은 농협을 통해 농업 기술을 배우고 정보를 공유하잖아요. 우리도 은퇴한 선수들이 기술을 공유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나 기업, 나아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습니다. 팬들에게 큰 사랑도 받아요. 이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회인으로서의 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Q. 은퇴하기 전에도 은퇴선수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저도 은퇴하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한 장을 쓰지 못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은퇴선수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 새옹지마 화전위복(塞翁之馬 禍轉爲福)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과 친지 외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농구선수는 다릅니다. 운동선수라 주목을 받습니다. 키가 커서 주목을 받습니다. 농구를 잘하면 관심은 더 커집니다. 전교생이 나를 알고, 이웃 학교 학생들도 나를 압니다. 나를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여학생도 있습니다. 프로에 가면 나로 인해 기뻐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더 많습니다. 내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은퇴를 하면 관심과 사랑은 비교할 수 없이 작아집니다. 코트와 멀어지는 시간만큼 관심도 멀어집니다. 선수가 아닌 새로운 삶의 영역을 개척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인간관계도 제한적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도 하고, 배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김광원 이사장은 은퇴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랬을 때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것이 조합을 만든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Q. 구체적인 사업 얘기를 해보죠. 조합의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2016년 6월에 조합 창립식을 하고, 7월에 발달장애 농구팀을 창단했습니다. 그 팀이 지금은 네 개로 늘어났어요. 8월에는 1박 2일로 스킬집중캠프를 열었습니다. 4개 팀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만들면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느끼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Q. 느끼는 점이 있었나요?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일반적으로 비장애인들은 동작 하나를 익히는데 2~3만 번의 반복학습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 아동들은 2~30만 번의 반복학습이 필요해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데, 다음 주가 되면 배운 동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8시간 집중훈련을 하니 아이들이 동작을 다 기억해요.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입니다.

Q. 발달장애 아동들은 코칭도 달라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특성을 모르잖아요. 그래서 관계를 형성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특성들이 다르고 발작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사고 없이 운영하고, 팀을 늘려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같아요. 기술적으로는 동작을 연결해서 가르칩니다. 비장애인은 스텝과 손동작을 나눠서 가르친 이후에 연결동작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발달장애 아동들은 나눠서 가르치면 연결이 힘들어요. 그래서 연결동작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Q. 은퇴선수 세미나도 열었어요.

9월에 네 번째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서 선수들이 모이길 바라고,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기 바랐습니다. 9월에는 ‘운동선수의 하프타임 이야기’라는 주제로, 은퇴선수들인 우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스토리를 구성했습니다.

Q. SDG캠프도 소개해 주시죠.

관람하고(See) 체험하고(Do) 게임을 하는(Game) 캠프입니다. 농구경기를 보고, 그 경기에서 나온 기술들을 배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합니다. 사실, 코치들은 너무 오래 전에 배웠어요. 배웠던 기억을 많이 잊었죠. 아이들도 1주일에 1~2회 운동하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배움에 연속성을 갖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기를 보면서 동기를 부여하고, 그것을 배워 경기까지 이어지는 캠프를 구상했습니다. SDG캠프는 저작권 등록을 했어요.

Q.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또 있나요?

은퇴선수들을 교육하는 시스템 구축입니다. 은퇴선수들의 꿈을 찾아주는 중간 징검다리 역할이 조합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합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안양에 수영선수 출신의 협동조합이 있는데, 엔지니어까지 모두 수영선수 출신이에요. 그것을 꿈꿨지만 아직은 어리고 갈 길이 멉니다. 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Q. 사업을 하려면 재원이 필요합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요?

지금은 수입원이 없습니다. 사무실 운영비는 조합원 회비와 출자금으로 지금까지 감당했고, 조합원 8명은 다 무료로 봉사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조합원들이 조합 일만 할 수가 없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경제활동을 해야 되요. 이 문제는 조합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김광원은 2005년 드래프트 4순위로 SBS에 입단했습니다. 그런데 프로에서의 기록은 신통치 않습니다. 47경기에 출전해서 평균 6분 16초를 뛰었습니다. 게임당 득점은 1.3점, 리바운드는 0.7개에 불과합니다. 부상이 원인이었습니다. 김광원을 진료했던 의사는 경기 전 마사지가 근육 파열과 신경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진단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코트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한 재활입니다. 고통스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죠. 필자는 10년을 전업주부로 살다 교직원이 된 이선영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언드래프티에서 대학교수로 변신한 임용석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운동에 전념했듯이 미래를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선수 시절의 한계를 이기는 훈련은 큰 힘이 됐습니다. 의지, 인내심, 팀 퍼스트의 마인드 등 운동선수 출신이 갖는 장점은 충분히 많습니다.


▲ 농구를 못해서 은퇴했어요

“부상 때문에 은퇴한건 아니에요. 농구를 못해서 은퇴했죠(웃음). 프로에 와서 5개월 만에 15킬로그램을 늘렸습니다. 대학 때부터 허리가 안 좋았고…. 재활을 꾸준히 해서 복귀는 했지만 몸이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왼손 레이업을 못했어요.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일주일은 운동을 못하고 발을 질질 끌며 지냈습니다. 반쪽짜리 선수였고, 그래서 어느 정도 (은퇴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했습니다.”

2006년 이후 10년간 최소한 10,000명이 넘는 젊은 선수가 은퇴했습니다. 2015년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은퇴선수 실태조사 현황’에 의하면 현역에서 물러난 체육인의 37.1%는 무직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수들은 현역시절 은퇴 후 진로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들에 제약이 있습니다. 취업 및 진로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역선수들의 준비 부족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은퇴 후 진로나 미래의 직업은 말 그대로 미래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김광원 이사장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현역으로 뛰는 시기보다 더 오랜 기간을 은퇴선수로 살아야 하는데요.

“프로에 오기까지 10년 이상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삶은 왜 준비하지 않을까요? 은퇴 이후에도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 스포츠시장의 가치를 높이면 됩니다.”

줄탁동기(?啄同機). '줄'은 병아리가 알 껍질을 깨기 위하여 쪼는 것입니다.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줍니다. 어미닭이 알을 쪼는 것이 '탁'입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해져야 비로소 새로운 생명은 탄생합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합니다. 프로가 되기 위해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15년의 시간을 운동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몸으로 배워온 언어가 있습니다. 그 언어는 시간이 선물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과제는 그 언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그것을 미래로 연결시키는 고민과 준비입니다.
선수들은 현역 시절부터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은퇴 전부터 적극적으로 진로 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합니다. 사회 시스템 역시 은퇴 선수들이 다양한 직업과 진로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실무는 물론, 조직생활을 잘하기 위한 관계 맺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세심한 코칭을 지원해야 합니다.

은퇴는 끝이 아닙니다. 인생 2막을 여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는 은퇴선수의 추락을 이미 많이 봤습니다. 그들의 추락은 ‘농구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를 떨어트렸습니다. 은퇴선수들의 새로운 시작을 지원하는 것은, 선수 스스로 뿐만 아니라 농구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진=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입니다.

+점프볼 칼럼니스트 조원규 +
점프볼 칼럼니스트 조원규는 ‘농구잡담’ 블로그를 운영하는 행사기획 전문가다. 2017년 12월호부터 ‘조원규의 시원한 籠談’, ‘조원규의 농구in’ 등을 통해 다양한 농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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