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이나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 코트사이드의 4번째 주인공은 외국선수들의 단짝, 통역을 만나봤다. 코칭스탭, 국내선수들에게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어줌은 물론, 외국선수들의 KBL 적응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 중에서도 올 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에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한 이가 있다. 바로 김홍겸(25) 통역이 그 주인공이다.
#어릴적부터_좋아한_농구 #최종_목표는_유니세프
미국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군복무 시절 우연히 통역이라는 일과 인연을 맺었다. 2015년 경상북도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통역 업무를 맡게 된 것. 워낙 어릴 적부터 농구를 좋아했던 그는 이때 통역을 ‘맛보기’하면서 직업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김홍겸 통역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는데, 워낙 농구를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해서 어떻게 하면 농구단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거죠. 여러 길을 찾던 도중에 우연히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통역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어요. 타이밍이 맞아서 지원하게 됐는데, 합격까지 했어요”라며 KGC인삼공사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성덕(성공한 덕후)’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릴 적 농구를 보러오던 안양실내체육관을 일터로 삼게 될 거란 걸 상상이나 했었을까. “중, 고등학교 때부터 NBA, KBL을 가리지 않고 뉴스를 챙겨봤어요. 미국에서는 해외의 영상 중계를 볼 수가 없어서 문자중계라도 챙기며 어떻게든 한국 농구 소식을 접하려 했었죠. 제 고향이 과천이라서, 방학 때면 항상 안양에 농구를 보러 갔었거든요. 그래서 KGC인삼공사에서 일하게 된 것도 정말 신기해요.” 김홍겸 통역의 말이다.
현재는 통역 업무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미래에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시선의 끝이 향한 곳은 유니세프. 김 통역은 “개인적으로 큰 목표는 유니세프에 들어가는 거예요. 통역을 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팀을 대표하고, 책임감을 가져야하잖아요.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말해야하죠.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부와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니세프에 관심이 생기고, 큰 꿈을 가지게 됐어요”라며 높은 미래를 꿈꿨다.

#어느새_5명의_외국선수 #그들의_위로에_감동
지난 8월 KGC인삼공사에 합류한 김홍겸 통역. 그가 통역으로서 처음 만난 외국선수는 미카일 매킨토시와 마이클 테일러였다. 하지만 둘은 모두 떠났고, 랜디 컬페퍼마저 부상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현재는 레이션 테리, 저스틴 에드워즈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 통역. 짧은 시간에 벌써 5명의 외국선수를 만났다.
“정신이 너무 없었죠”라며 입을 연 그는 “선수들이 한국 생활에 익숙해질 만하면 팀을 떠났어요. 다행히 테리와 에드워즈는 KBL 경험이 있어서 뭘 해야 하는지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두 선수와는 어려움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죠”라고 순식간에 지나간 5개월을 돌아봤다.
이어 현재를 함께하는 테리와 에드워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테리는 워낙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걸 좋아해요. 프로답게 몸관리에도 힘을 많이 써요. 체중관리를 위해 거의 샐러드만 먹는 편이죠. 근데 코트에만 나서면 파이팅이 넘치더라고요. 평소에는 너무 친절한 선수에요. 에드워즈도 정말 착해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롱패딩이나 한국 노래, 음식까지 새로운 시도에 거리낌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 지인도 많은 것 같아요. 사교성이 좋아서 국내선수들이 에드워즈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그걸 또 에드워즈가 잘 받아주죠.”
테리와는 실소가 터진 에피소드도 있다고. 김 통역은 “테리가 시즌 중에 육류가 필요하면 닭고기만 먹어요. 언제는 한 번 치킨을 시켜 달라 했는데, 제가 BHC의 뿌링클 치킨을 시켜줬어요. 그걸 보더니 처음에는 ‘이게 뭐냐’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막상 먹으니 너무 맛있다며 앞으로는 이것만 먹겠다고 했죠(웃음). 조금 독특한 루틴도 있는데, 경기가 끝나면 밥을 안 먹고 과일로만 수분 섭취를 하더라고요”라며 웃어보였다.
좋은 기억도 많지만, 이러나저러나 프로구단 통역이라는 첫 경험에 잦은 교체로 그도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그는 외국선수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선수들이 바뀔 때마다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일단 외국선수 교체라는 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저도 책임감이 더 들면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너의 잘못이 아니다. 너는 앞으로도 네가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위로를 해줬어요. 거기에 감동을 받아서 지금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컬페퍼도 떠나면서 한국 생활이 정말 재밌었다며, 나중에 또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떠났어요.”

#이현중_통역의_실속있는_조언 #KGC_승리에_보탬을
그가 KGC인삼공사에 합류하기 전 통역 업무를 맡고 있던 이현중 통역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팬들 사이에서 ‘열정 통역’이란 애칭을 얻었었다. 김 통역은 이현중 통역과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고. 팀을 떠나며 이현중 통역은 김홍겸 통역에게 실속있는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역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또, 짧고 정확하게 통역을 해야 한다고요. 제가 원래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경기장에서 절 보시면 너무 흥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어떻게든 목소리를 크게 내려고 하는 거랍니다(웃음). 아, 그리고 운전을 가장 많이 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외국선수 매니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해줬어요. 정말 (이)현중이형의 말 그대로였던 것 같아요.”
외국선수들이 경기를 잘하면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김 통역. 그의 목표 역시 선수단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스포츠에서 가장 큰 성과는 승리잖아요. 저도 선수들과 다르지 않아요. 저희 팀이 많은 승리를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어떻게든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응원하던 팀에서 존경하던 선수들과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해요. KGC인삼공사 선수들 모두 다치지 않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라며 통역으로서의 목표를 전했다.
또한 그는 “외국선수들과 대화를 최대한 많이 나누려고 노력중이에요. 항상 피드백이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한 걸 망설이지 말고 말해 달라 하거든요. 외국선수들이 항상 고마움을 표하는 게 느껴져요. 훈련이나 경기가 끝나고 집에 데려다줄 때 ‘고맙다’고 해주는 그 한마디가 정말 뿌듯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서로 잘 맞춰가며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정말 기회가 된다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서 그 무대에서 통역을 하는 상상을 해봐요. 선수든 스태프든 모두 챔피언결정전을 꿈꾸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때, 2011-2012시즌 우승하는 걸 새벽까지 문자중계로 지켜봤었고, 2016-2017시즌 통합우승도 미국에서 밤을 꼬박 새며 응원했었거든요. 그래서 꼭 챔피언결정전에서 통역을 해보고 싶어요. 더 욕심을 내자면, 우승까지 해서 선수들 모두와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 사진_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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