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이력서] 유망주들이여, 내일을 향해 쏴라!

강현지 / 기사승인 : 2019-01-05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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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프로무대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쓰는 이력서 시즌2! 2018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지원자는 역대 최다 46명이었다. 이 중 21명이 프로에 지명되면서 45.6%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점프볼이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쓰는 이력서’ 코너를 통해 소개한 유망주 30명 중에서는 20명이 프로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받은 그들이었지만,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다짐했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 코트에서 나이는 숫자일 뿐! 악착같이 노력해서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지난 1년간의 인터뷰를 돌아보았다.


유독 차가웠던 겨울바람
11월 26일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 현장. 찬 공기로 가득 찬 잠실학생체육관에 선수들이 먼저 등장했다. KBL 직원 역시 “드래프트가 늦춰지다 보니 날씨가 이렇게 추워요”라며 히터 온도를 높이기에 바빴다. 총 46명의 지원자들이 A, B, C조로 나뉘어 한 시간 반가량 매치업을 펼쳤다. 변준형은 제 실력을 다 뽐냈다. 패스 센스는 물론, 그간 평가가 엇갈렸던 슛도 단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올 시즌 최단신 드래프트 지원자였던 한준혁도 마찬가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겠다며 쉬지 않고 달렸다. 뚝 떨어진 기운 탓인지 선수들은 몸을 예열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선수들이 체육관 복도를 뛰어다니며 몸을 달구는 이색 풍경도 연출됐다. 전, 후반 10분씩, 총 세 경기. 46명의 취준생들은 최종면접과도 같았던 트라이아웃 무대를 긴장 속에서 마쳤다. 하지만 제자를 지켜보는 대학 감독들, 평가하던 구단 관계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대학감독 중 한 명은 “왜 궂은일을 하는 선수들이 없고, 절실함을 보이는 선수들은 적냐”며 선수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존 데이터와 자료는 있지만, 트라이아웃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한 구단 관계자들은 일제히 “올해 드래프트는 정말 모르겠다. 예를 들면 슈터라고 불리는 선수들도 슛 성공률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잘 던지는 선수’라고 평가된다”고 말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DB에 뽑힌 원종훈(단국대)은 그 중 절실함을 살려 이상범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은 케이스다. 4학년 때도 권시현, 윤원상에게 밀려 크게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보였지만, 트라이아웃 무대에서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 2라운드 2순위로 단상 위에 올라갔다. 단점인 슛보다 속공 전개, 악착같은 수비 등 그의 장점이 강점으로 어필된 덕분이다.



KCC에 지명된 임정헌도 비슷한 케이스였다. 임정헌은 사실, 명지대 에이스 우동현(현 SK)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력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 우동현을 인터뷰하기 위해 명지대를 찾았을 때, 우연히 그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저도 이력서 인터뷰해요?”라고 물었다.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아 “꼭 인터뷰 하러 오겠다”라고 말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전화를 걸어 “늦게 연락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한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지대가 고려대의 전승 우승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던 지난해 9월 20일, 임정헌은 23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펼쳤다. 4쿼터 막판 그의 3점슛에 역전을 이뤄내는 이변도 연출됐다. 비록 박준영, 박정현에게 가로막혀 81-85로 패했지만, 당시 경기를 마친 동료 우동현도 “내가 53점을 넣었을 때 모습과 비슷하다”며 임정헌을 치켜세웠다. 이날 임정헌의 3점슛 성공률은 58.3%(7/12).


KCC관계자들도 그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듯했다. 장점이라고 불리는 슛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선수라고 말했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임정헌’의 이름을 부를 때 관중석에 있던 명지대 후배들은 환호했다. 필자에게 인터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임정헌, 이제는 그가 점프볼에 약속을 지켜줄 차례다. “믿고 쓰는 슈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힌 것처럼, 언젠가는 경기의 주인공이 돼 활약을 펼쳐줬으면 한다. 2018년 9월 20일, 그날 임정헌의 모습처럼 말이다.


희비가 교차하는 또 한 켠, 가족 대기석
가족 대기석은 선수 대기석만큼이나 긴장감이 맴돈다. 이곳 또한 희비가 교차한다.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면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자식들의 순번이 밀려나면 한숨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1순위로 부산 KT가 박준영을 호명하자 눈물을 펑펑 쏟아내던 송혜정(49)씨. 바로 박준영의 어머니였다.


“뽑아주셔서 감사하죠. 다른 것 없이 농구만 하던 아이였어요. 준영이는 한 번 시작한 건 꼭 마무리하는 아들이에요”라고 외동아들 이야기를 꺼낸 박준영의 어머니는 한참동안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는 “늘 웃음을 달고 사는 아들이죠. 애정표현도 잘해요”라고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대에 올라 숨겨둔 하트를 꺼내며 그간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전한 걸 돌아보니 어머니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아들~”이라고 웃어 보인 송혜정 씨는 “그동안 열심히 했던 것을 잊지 말고, 지금 마음 변하지 말고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변준형의 어머니 전민순(52)씨는 두 번째로 불린 아쉬움은 전혀 없다며 손을 가로 저었다. “프로에 가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며 기뻐했다. 애교 많은 박준영과는 달리 변준형은 무뚝뚝한 아들이라고. “사춘기도 농구로 보낸 것 같아요. 속 한번 안 썩히고, 농구로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즐기면서 보냈어요. 다치지 말고 감독님, 형들을 잘 따랐으면 좋겠어요. 일단 보여주는 것 보다 팀에 녹아드는 것이 먼저이니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라며 아들을 앞날을 응원했다.



그들의 출근길_ 사회 초년생에 불과하지만…
‘KGC인삼공사 선수단 단체 카톡방에 변준형 님이 초대되셨습니다.’


11월 27일,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변준형은 팀 일정이 공유되는 단체 카톡방에 초대됐다. 어떻게 첫인사를 남길지 고민하던 그는 “안녕하세요, 변준형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긴장감 가득했던 형들과의 첫 만남을 뒤로한 그는 프로 데뷔 첫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12월 7일, 창원 LG와의 3라운드 첫 경기에서 8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접전 승부에 힘을 보탠 것. 변준형은 “대학 때와는 달리 음악이 나오다 보니 작전타임 때 감독님의 말씀이 잘 안 들렸어요. 듣긴 들었지만, 이게 맞나 싶기도 했죠. 그래서 감독님 말에 더 집중하려고 한 것 같아요”라고 첫 경기를 되돌아봤다. 선수단 카톡 방에는 어느 정도 적응은 했을까? “특별하게 하는 말은 없다”라고 웃어 보인 그는 “3라운드 경에 경기 없는 날 지훈이 형과 구단 SNS 촬영이 있었던 날이 있었는데, 시간을 몰라 지훈이 형에게 물어봤는데, 형이 단체 카톡방을 좀 보라고 이야기해줬어요. 모르는 게 있으면 또래 형들에게 물어보면서 팀에 적응해 가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신인들 중 가장 먼저 프로경기에 투입된 선수는 우동현이었다.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 바로 다음 날, D-리그 무대에 선발로 출전하며 2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화력을 뿜어내지 못한 건 긴장감 탓인 듯했다. 다음 D-리그 경기에서 DB, KCC,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3경기에서 평균 15.5득점 4.5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코트를 휘저었다. 허남영 코치로부터 팀플레이를 하라는 조언도 건네받았다.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바로 슛을 던지는 습관을 버리라며 말이다.



허 코치는 우동현에 대해 “배포가 있는 선수입니다. 신장이 작은 대신 다부진 면이 있죠. 조성원 감독에게 들으니 농구밖에 모른다고 하던데, 야간 운동을 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라고 칭찬하며 “하지만 슛은 타이밍을 보면서 던져야 해요. 하프라인을 넘어와서 바로 던지기보다 패스를 돌리다가 찬스가 났을 때 던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며 우동현을 격려했다.


우동현은 12월 8일, KCC와의 원정 경기에 콜업되어 정규리그 1군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올해도 관심이 뜨거웠던 프로조기진출자들
한편 지난해 양홍석(KT), 유현준(KCC)에 이어 서명진(현대모비스), 김준형, 김성민(LG) 등도 드래프트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들은 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빨리 프로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며 전주 KCC 송교창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꺼냈지만, 사실 이들은 프로조기진출에 대한 밝은 면만 봤을 것이다. 고려대 중퇴 후 드래프트에 나온 김준형은 “(송)교창이 형이 롤 모델이다”며 같은 이유를 들었다.


송교창은 삼일상고를 졸업한 후 바로 2015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도전, 전체 3순위로 전주 KCC에 뽑혔다. 그 역시도 인내를 가지고 다시 기초부터 배워야 했다. 2019년 드래프트에 나오는 박정현(고려대), 김경원(연세대) 등이 송교창의 친구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나이 차도 나고, 또 저보다 크고 빠른 선수들이 많거든요. 그런 선수들과 맞붙는 것이 어려웠어요.” 송교창의 말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의 고교루키 서명진과 문태종의 나이 차는 24살 차. 심지어 그의 아버지보다 세 살이 많다.


또한 한 지역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과는 달리 프로에서 한 시즌은 기간이 길며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주, 울산, 부산, 창원, 원주 등 9개 도시를 돌아야 한다.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 송교창은 “경기 수가 많고, 일정도 타이트해요. 이동 시간도 길고요. 몸 관리에 특히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해요. 견뎌내야 하죠(웃음). 힘이나 웨이트 보강도 필수에요. 또 점점 더 다양한 전술들을 익힐 것이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합니다”며 루키들에게 프로에서 살아남을 팁을 건넸다.



이러한 고충은 비단 조기진출 선수들만이 아닌, 모든 신인들이 극복해야 할 일들이다. 비록 ‘최약체 드래프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해진 미래도 없다. 처음 지명됐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훗날에는 가장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된 드래프트로 만들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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