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코트사이드] 삼성 유소년 금정환 코치 “항상 후회 남지 않도록”

김용호 / 기사승인 : 2019-01-09 15:2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코트사이드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한국 농구의 미래를 위해 힘쓰는 유소년 코치다. 지난달 23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는 2018-2019 KBL 유소년 주말리그가 성대한 출발을 알렸다. 매년 수많은 유소년들이 농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코트를 누비는 가운데, 그 옆에서 더 큰 열정을 보이는 한 코치가 있었다. 유소년 대회가 열릴 때마다 눈에 띄는 이 사람, 삼성 유소년 클럽의 금정환(39)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시작은_우연히 #매력느껴_어느새_15년째
유소년과의 인연은 우연하게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군 제대 후 대학 휴학 중이었던 금정환 코치는 아는 선배의 유소년 클럽에서 단기성으로 농구 지도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고, 또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1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15년이 흐른 것이다.

금 코치는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하기 전까지만 선배를 도와주려고 시작했던 일이었어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스스로도 아이들을 좋아하거나 가르치는 게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벌써 15년이 흘렀네요”라며 첫 걸음을 내딛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스스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만큼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터. 금 코치가 유소년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0순위로 챙기고자 했던 건 인성교육이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른을 대하는 자세와 아이들의 태도가 많은 차이가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었어요. 그때는 저도 어렸던 20대 청년이었지만, 기본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내가 문제인걸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제 생각이 맞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대답할 때의 목소리와 표정, 생각하는 방향을 알려주려 노력했죠. 집에서 엄마한테 혼나고 온 아이더라도, 농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코트에서는 다시 집중시키고, 에너지를 쏟도록 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깨닫더라고요. 덕분에 아이들과 더 깊게 교감할 수 있게 됐고요.”


#10년을_함께한_아이들 #따로_인사는_하지말자
15년이라는 긴 세월만큼 금 코치와 함께 농구로 시간을 보낸 유소년 선수들도 무수히 많았다. 처음엔 대회에서 수 없이 져봤을 것이고, 실력을 갈고 닦으며 우승도 해봤을 것이다. 아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금 코치가 스스로 꼽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강한 팀은 아니었지만 저에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0년을 배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갔거든요. 농구를 10년 동안 꾸준히 배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성적이 엄청 좋은 팀도 아니었지만, 그 아이들이 대학을 가게 되면서 유소년 클럽을 떠난 순간이 기억에 남죠. 아이들이 ‘따로 인사는 안 드릴게요’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말이 감동이었어요. 어차피 평생 농구 친구로 남을 거고, 대학을 가서도 다시 만나서 농구를 같이 할 거니까요. 학교를 졸업한 거지 농구를 그만둔 게 아니잖아요.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해줬어야 할 얘기인데, 먼저 그 말을 들었어요(웃음). 뿌듯하더라고요. 지금도 겉으로 볼 땐 애기 같은데, 그 말을 들을 때는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죠.” 금정환 코치의 말이다.

또 자신을 15년 동안 버티게 한 하나의 계기는 이 일을 시작했던 초창기에 있었다고. 그는 “오래 하다 보니 초창기 때 선수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아이들이 이제는 군대도 다녀온 성인들이죠.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요. 그 아이들 덕분에 배운 게 많았어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알차게 가르칠까라는 고민이 컸죠. 그러던 와중에 한 번은 아이들에게 물 마실 시간을 줬는데, 그 시간이 아깝다며 농구를 더 하겠다는 아이가 있었어요. 저보다 아이들이 더 시간을 아까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죠”라며 기특했던 아이들의 모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금 코치는 “그 때의 경험이 아직까지도 버티는 원동력이 돼요. 농구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모든 부분에 시간을 아끼는 버릇이 든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기도 했다.


#결국_가장_중요한_기본기 #지겨움을_새롭게_이겨내야해
농구라는 한 종목을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오랜 기간 반복 지도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일은 없었을까. ‘꾸준함’을 강조한 금 코치는 “사실 유소년 지도를 체감 상으로는 2~3년 한 것 같은데, 벌써 15년이 지났다는 거 자체도 믿기지 않아요. 지겨움을 어떻게 새로운 방법으로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기본기 수업을 지루해할 수 있지만, 그걸 수업이라기보다는 농구를 하기 전에 당연히 해야 하는 워밍업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죠”라며 유소년 농구가 나아갈 방향을 전했다.

최근 일본 유소년과의 교류에서도 금 코치는 기본기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신체조건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훨씬 우세한데, 기본기의 차이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예전에는 우리가 일본 농구를 다 이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서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칠 때 체계적인 기본기 지도를 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그리고 그걸 또 제가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겠죠”라고 말했다.

유소년 지도자로서 금 코치의 시선은 멀리 있지 않았다. “목표를 길게 잡은 적은 없다”며 자신의 목표를 되새긴 그는 “당장의 한 해를 보고,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래야 매 순간이 간절해지고, 시간을 아끼게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트레이닝 하는 방법이죠. 앞으로도 이 간절한 마음을 잃지 않고, 항상 집중해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라고 다부진 모습을 보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항상 아이들과 하는 얘기인데, 이 유소년 클럽에서 헤어질 때 서로 그리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사실 지금만 해도 사회로 나간 아이들이 한 팀이 돼서 다시 저를 찾아오기도 하고, 동호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사실 제 꿈을 이미 이룬 셈이기도 하죠(웃음). 앞으로도 이런 장면이 제 인생에 계속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코트에 저와 농구를 했던 아이들로 꽉 차서 북적북적 대는 모습을 앞으로도 보고 싶어요.”

# 사진_ 점프볼 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호 김용호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