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네 장의 사진으로 돌아보는 선수들의 농구인생. 대망의 첫 주인공은 올 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 이정현(31, 191cm)이다. 광주고 득점기계로 불리던 시절부터 금광불괴이자 ‘클러치 장인’이 되기까지, 이정현의 ‘인생네컷’을 골라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광주고 득점기계
중학교 1학년 당시 친구 따라 농구부에 들어온 이정현은 재미가 붙으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광주중 농구부 초창기 멤버였던 그는 광주고에서 득점기계로 거듭나며 수도권 대학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광주고가 지방에 있었지만, 전라도에서는 알아주는 학교였어요. (지방학교는) 지금도 그렇지만 저변이 열악하다보니 한 명의 선수가 ‘몰빵 농구’를 하는 구조였어요. 주위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절 많이 도와줘서 돋보였던 것 같아요. (Q. 그럼 당시 라이벌은 누구였나요?) 잘하는 선수가 많긴 했는데, 비교 불가였던 것 같아요(웃음). 당시 경복고에 있던 (박)찬희가 1번으로 독보적이었고, 전 4번까지 두루두루 소화하는 선수였거든요. 지금도 찬희랑 그런 이야기를 해요. ‘고등학교 때 살벌했었다’라고요. 하하. 지금도 그렇지만, 지방학교는 에이스 선수가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2. 2010년 드래프트 지명권 양도가 없었다면!?
연세대를 거친 이정현은 2010년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안양 KGC인삼공사의 전신 안양 KT&G에 입단했다. 애초 이정현을 선발한 팀은 부산 KT가 될 뻔 했지만, 나이젤 딕슨과 도널드 리틀의 트레이드 조건에 따라 지명권을 넘겨받은 KT&G 유니폼을 입었다.
이정현은 박찬희와 나란히 ‘리빌딩팀’ KT&G에서 BEST 5로 뛰었다. 김태술, 박찬희,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 등이 ‘인삼신기’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했고, 경기당 평균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뛰며 2011-2012시즌과 2016-2017시즌 KGC인삼공사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정현. 그때 KT&G가 아닌 KT로 향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른 팀이었다면 후순위로 밀려나지 않았을까요(웃음)? 당시는 로터리픽(1~4순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상범 감독님이 잘 봐주셔서 2순위로 뽑혔던 것 같아요. KT에는 당시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3. “제가 1대1로 해볼게요.”
이정현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 2016-2017시즌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이정현은 5.4초를 남기고 가진 작전시간 동안 본인이 마무리해보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애초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의 2대2 공격을 주문했지만, 이정현 본인이 1대1을 해보겠다며 제안한 것이다. 결국 이정현은 골밑 돌파로 위닝샷을 장식하며 KGC인삼공사의 V2를 이끌었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라며 웃어 보인 이정현. 그는 그 시즌을 “값진 경험이기도 했지만, 시련의 시간이기도 했어요”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한때 구설수에 오르고, 야유도 받고, 정신적으로 좋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그걸 뛰어넘게 해준 것이 위닝샷이었던 것 같아요. 경기에 임할 때의 자세나 태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렇다면 이정현은 이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봤을까. “셀 수 없이 많이 봤죠(웃음). 지금도 그 영상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아직 신기하기도 해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영상이죠.”
#4. 팀 농구, 몸 관리는 철저하게
올 시즌 4라운드까지 이정현은 경기당 16.8득점 3.1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CC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KGC인삼공사에서 KCC로 이적하면서 떨어졌던 개인기록도 어느 정도 끌어올렸다. 이 중에서도 어시스트가 눈에 띈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에는 (이적 후 첫 시즌이라) 부담감이 많았어요. 1년을 보내고 어느 정도 팀과 호흡을 맞춰서 지금은 적응을 한 것 같아요. 선수들 특성도 알아가고, 믿음도 생겨서 이젠 팀으로 뭉쳐진 느낌이에요. 저 말고도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 욕심 부리지 않고, 주위를 살려주려는 플레이도 잘 되고 있어요. 또 젊은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이 선수들을 이끌면서 같이 하는 농구를 생각하다보니 패스가 좋아진 것 같아요.”
이정현의 답변에 모순(?)이 있다면 4라운드 종료 기준으로 그의 평균 득점이 19점이라는 것. 이는 국내선수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난 시즌에는 기대했던 것만큼 못 보여드렸거든요. 그래서 올 시즌에는 야투 성공률을 높이고 싶어 확실한 공격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1~2라운드보다는 3~4라운드에 더 좋아지고 있죠. 득점을 욕심내기보다는 순리대로 하려고 부담감을 내려놓은 게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농구인생을 되돌아보며 이정현은 “지금 생각하면 그때 경험이 밑거름이 됐어요. 다양한 경험, 다양한 포지션을 겪으면서 농구가 많이 늘었거든요. 사실 학교 다닐 때는 그게 콤플렉스였어요. 할 줄 아는 건 많은데, 강점이 없었거든요. 어정쩡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거기에 굴하지 않고, 제 능력을 키웠던 것이 지금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웃어보였다.
1월 29일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꺾은 KCC는 어느새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정현은 “그동안 완전체로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했어요. (송)교창이, (전)태풍이 형, (하)승진이 형 등이 부상으로 쉬어갈 때 식스맨들이 잘해줘서 더 든든해진 느낌이에요. (신)명호 형까지 돌아온다면 지금보다 더 재밌고, 빠른 농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순위를 한 계단씩 올리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어느 누구도 우리 팀을 쉽게 못 볼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우승이 목표’라고 말해보겠습니다”라며 남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문복주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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