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기자] 개인적으로 카멜로 앤써니(34, 203cm)를 비난할 의도는 없다. 허나,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상승세를 논함에 있어 지난해 여름 앤써니와의 이별이 여러 모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인 즉,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지난 시즌 사람들이 기대했던 수비력을 그대로 재현, 안드레 로벌슨이 아직 부상으로 빠져있음에도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실점은 평균 109.3점(득·실점 마진 +5.2)으로, 리그 12위지만 수비효율성은 전체 2위(DRtg 104.6)다. 마찬가지 리바운드도 평균 48.1개를 잡아내며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평균 104.5실점(득·실점 마진 +3.4), 디펜시브 레이팅(DRtg) 104.7을 기록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전 라인업의 평균 신장이 2m를 넘는 오클라호마시티는 폴 조지를 필두로 짜임새 있는 스위치디펜스와 2대2플레이 수비를 펼치고 있다. 실제, 오클라호마시티의 수비를 보면 모든 선수들이 공격 때보다 더 많이 움직이며 빈틈을 메우고,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발이 느리고, 수비가 약점인 앤써니를 주전 파워포워드로 활용, 인사이드에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제라미 그랜트를 주전 파워포워드로 활용, 팀의 전체적인 에너지레벨을 높이는 등 수비조직력 구축에 성공했다.(*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상대로 하여금 평균 17.6개의 턴오버를 유발하도록 만들고 있다)
케니 에킨스 브루클린 네츠 감독은 바이스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올 시즌 강력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오클라호마시티의 조직적인 수비는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우선, 그들은 모든 선수들이 빠르고, 신장까지 크다. 조지와 아담스 그리고 웨스트브룩의 경험도 수비조직력에 잘 녹아들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로테이션 수비는 리그 상위권의 공격력을 갖춘 팀들이라 해도 뚫어내기가 힘들다”는 말로 오클라호마시티의 수비조직력을 칭찬했다.
여기에 앤써니와 유니폼을 바꿔 입은 데니스 슈뢰더는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벤치 득점을 이끌며 강력한 올해의 후보 수상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앤써니의 부재로 출전 기회를 잡게 된 그랜트를 비롯해 테런스 퍼거슨과 알렉스 아브리네스, 하미두 디알로 등 젊은 선수들의 가파른 성장세도 오클라호마시티의 벤치 로테이션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올 시즌 앤써니를 내보내며 군살을 덜어낸 오클라호마시티는 자린고비도 울고 갈 짠물 수비와 막강한 공격력이 조화를 이룬 팀으로 변신, 서부 컨퍼런스의 또 다른 우승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MVP 모드’ 폴 조지, 데뷔 후 첫 올해의 수비수에 도전!
3일(이하 한국시간), 폴 조지(28, 206cm)는 정규리그 50경기 평균 27.6득점(FG 45.4%)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 눈에 보이는 기록만 봐도 2010년 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점 슛도 평균 3.7개(3P 41%)를 꽂아 넣으며 본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새로 쓰는 등 절정의 슈팅 감각까지 자랑하고 있다. 그 결과, 야니스 아데토쿤보(MIL)와 제임스 하든(HOU)의 퍼포먼스에 가려져있을 뿐 조지도 꾸준히 정규리그 MVP 상위권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은퇴 후 TNT의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레지 밀러는 본인의 SNS에 자신이 생각하는 올 시즌 정규리그 MVP 후보 5인을 공개, 조지를 여기에 포함시켰다. 밀러는 조지와 함께 야니스 아데토쿤보, 카와이 레너드,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를 올 시즌 강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로 꼽았다.
또, 썬더 와이어에 따르면 폴 피어스도 “올 시즌 조지의 활약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조지도 하든과 아데토쿤보 등 다른 선수들과 함께 정규리그 MVP 상위권 후보에 들어가야 한다. 기록이나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을 비교했을 때 조지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현 리그에 그다지 많지가 않다”는 말을 전하며 조지의 MVP 수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리그 MVP 경쟁에선 다소 박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올해의 수비수를 논하는 자리에선 상황이 180도 다르다. 올 시즌 조지는 아데토쿤보, 루디 고베어(UTA)와 함께 강력한 올해의 수비수 수상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ESPN은 올 시즌 올해의 수비수로 그 누구도 아닌 조지를 꼽기도 했다. 마찬가지 웨스트브룩도 최근 인터뷰에서 조지의 올해의 수비수 수상을 지지하고 나섰다. ESPN은 근래 올해의 수비수에 이름을 올린 드레이먼드 그린과 고베어가 수상 당시의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조지와 아데토쿤보가 최후까지 올해의 수비수를 두고, 각축을 벌일 것이라 내다봤다.
206cm의 신장과 함께 발까지 빠른 조지는 내·외곽 모두를 수비할 수 있는 전천후 수비수다. 올 시즌 조지는 그랜트가 파워포워드로 라인업에 합류하면서 인사이드보단 외곽의 퍼리미터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존 디펜스가 리그의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오클라호마시티도 조지를 퍼리미터 수비수로 내세워 상대 메인 볼 핸들러를 압박, 나머지 선수들은 뒤에서 지역방어로 코트를 지키는 박스 원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좋은 조지는 상대의 패스 길을 읽고, 차단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평균 2.3개의 스틸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올 시즌 조지는 디펜시브 레이팅(DRtg) 101.6을 기록 중이다)
조지의 수비력이 압권이었던 경기는 1월 28일 밀워키 벅스와의 맞대결이다. 이 경기, 오클라호마시티는 스티븐 아담스가 브룩 로페즈의 봉쇄에 실패했다. 올 시즌 슈팅센터로 변신한 로페즈는 아담스를 외곽으로 끌고 나와 괴롭혔다. 이에 4쿼터 종료 50초를 남기고, 아담스와 로페즈의 수비를 바꾼 조지는 에릭 블레드소(29, 185cm)에게서 로페즈에게로 향하는 패스를 차단, 추격의 흐름을 꺾었다. 이날 경기 조지는 종료 1분여를 남기고, 7득점을 몰아치는 등 36득점(FG 57.1%) 13리바운드 3스틸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근 조지는 1월 28일 경기 종료 직후 247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올해의 수비수와 정규리그 MVP 수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조지는 “이미 나는 디펜시브 퍼스트 팀(2014)과 세컨드 팀(2013, 2016)을 수상해봤다. 때문에 올해의 수비수 수상으로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라는 인식을 팬들에게 각인, 화룡점정을 찍고 싶다”는 말로, 올해의 수비수 수상에 큰 욕심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과연 올 시즌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조지가 바람대로 올해의 수비수를 수상할 수 있을지 조지의 활약을 계속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

▲효율성은 Down 수비력은 Up 러셀 웨스트브룩, 이제는 기복을 줄여야할 때!
지난 3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도 러셀 웨스트브룩(30, 191cm)은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다. 3일 현재 웨스트브룩은 정규리그 43경기에 나서 평균 21.5득점(FG 41.8%) 10.9리바운드 10.9어시스트를 기록, 3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 더블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눈에 보이는 기록과 야투성공률도 지난 3시즌 중 가장 떨어지는 등 효율성은 분명 근래 들어 가장 떨어진단 평가들도 함께 듣고 있다.(*올 시즌 웨스트브룩은 PER 20.36을 기록 중이다)
시즌 개막에 앞서 무릎에 이상이 생긴 웨스트브룩은 오프시즌 훈련보단 재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올 시즌 웨스트브룩은 슈팅 밸런스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득점력이 강점인 웨스트브룩은 운동능력을 활용한 돌파에 비해 외곽 슛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미드레인지 점퍼 능력이 비교적 정확한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이마저도 말을 듣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마찬가지 자유투 성공률도 64.5%(6.1개 시도)까지 떨어지며 리그 데뷔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곽 슛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올 시즌 평균 4.6개(3P 24.9%)의 3점을 시도, 급기야 공격시간이 충분히 남았음에도 3점을 시도하다 공격의 흐름까지 끊어먹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최근 3점 시도를 줄이며 효율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웨스트브룩은 최근 7경기에서 평균 20득점(FG 43.9%) 12.3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동안 웨스트브룩은 평균 3.3개(3P 30.4%)의 3점을 시도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3점을 시도함에 있어 볼 없는 움직임에 이은 시도가 늘었다는 것이다. 무리해서 3점을 던지기보단 인사이드에서 외곽으로 나오는 슛만을 던지는 등 외곽 공격은 슈터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처럼 저돌적인 인사이드 돌파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등 플레이의 효율성을 높였다.(*최근 7경기 웨스트브룩은 제한구역(Restricted Area) 내에서 평균 67.7%의 야투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기복 있는 공격에 대해선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웨스트브룩의 수비력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다르다. 올 시즌 웨스트브룩은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수비에 임하고 있다. 그 결과, 올 시즌 웨스트브룩은 조지와 마찬가지로 평균 2.3개(97개)의 스틸을 기록 중이다. 다만, 총 합계에서 조지(116개)에게 밀리며 2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가장 운동능력이 좋기로 소문난 웨스트브룩은 본인의 운동능력을 수비력에 녹여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볼 핸들러를 계속해 물고 늘어지는 악착같은 퍼리미터 수비는 웨스트브룩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가 됐다.(*올 시즌 웨스트브룩은 디펜시브 레이팅(DRtg) 104.6을 기록 중이다)
웨스트브룩의 이런 변화엔 조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르팅 뉴스에 따르면 오프시즌 웨스트브룩은 조지에게 수비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지는 “웨스트브룩은 리그 정상급 수비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선수다. 오프시즌 그가 나에게 수비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때 무척이나 놀랐다. 나는 이미 웨스트브룩이 디펜시브 팀 선정 경력이 있는 줄 알았다. 웨스트브룩은 현 리그에서 가장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판단력도 정상급이다. 나는 웨스트브룩에게 이런 장점을 활용하라고 조언해줬다. 언젠가 웨스트브룩은 나와는 차원이 다른 수비수로 성장할 것이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18개의 트리플 더블을 추가, 데뷔 후 통산 122개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 중인 웨스트브룩은 제이슨 키드(107개)를 밀어내고, 트리플 더블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3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다면 이 역시도 리그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허나, 선수의 가치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기록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웨스트브룩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로 역사에 남고 싶다면 그 최우선은 누적 기록과 효율성까지 모두 챙기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NBA 통산 트리플 더블 1위는 오스카 로버트슨의 181회다)

▲스티븐 아담스, 조지와 웨스트브룩의 최고 조력자!
카멜로 앤써니의 부재로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 제3옵션은 스티븐 아담스(25, 213cm)의 몫이 됐다. 올 시즌 아담스는 정규리그 48경기 평균 15.3득점(FG 60.7%) 9.9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 공격 지표 대부분에서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새로 쓰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더블-더블 달성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대인수비력과 스위치디펜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담스는 조지와 함께 오클라호마시티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더불어 그랜트가 인사이드 파트너로 나서며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고, 공격에 더 집중하고 있다.
올 시즌 아담스의 득점력이 상승한 건 단순히 이전 시즌보다 슈팅 기회를 많이 가져가서가 아니다. 리그 정상급 스크리너이자 롤맨인 아담스는 웨스트브룩과 2대2 픽앤 롤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아담스가 올린 전체 득점 중 무려 81.4%가 덩크 슛이고, 이중 87.5%가 웨스트브룩의 어시스트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됐다.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도 아담스의 또 다른 득점 루트. 여기에 더해 올 시즌 아담스는 포스트-업에 이은 훅 슛을 장착하는 등 개인 공격력이 일취월장했단 평가를 듣고 있다.(*올 시즌 아담스는 오펜시브 레이팅(ORtg) 112.3을 기록 중이다)
적은 볼 소유에도 효율적인 공격력이 가능하다 보니 아담스는 조지와 웨스트브룩을 보좌하는 공격 제3옵션으로 가장 알맞은 선수란 평가를 듣고 있다. 블루워커형 빅맨으로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는 것도 아담스의 또 다른 장점.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과 조지, 앤써니까지 3명의 선수가 공격 지분을 나누는 데 큰 애를 먹었다. 또, 아담스는 올 시즌 평균 4.1개의 스크린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온 볼 스크린과 오프 더 볼 스크린으로 오클라호마시티의 매끄러운 공격 전개까지 돕고 있다.(*올 시즌 아담스의 공격 점유율(USG)은 16.5%다)
평소, 아담스는 상대의 거친 파울에도 화를 잘 내지 않는 등 무던한 성격으로 팬들과 팀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시즌 같은 경우, 메이슨 플럼리(DEN)가 다치지 않도록 그를 보호하는 영상이 전파를 타며 아담스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이 급증했다. 썬더 와이어의 보도에 따르면 와플을 좋아하는 아담스는 평소 오클라호마시티 지역의 한 와플 가게를 자주 방문하는 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아담스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드는 등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또 다른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아담스의 남은 시즌 활약도 분명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꺼지지 않는 에너자이저 제라미 그랜트, OKC의 또 다른 활력소!
앤써니와 오클라호마시티의 이별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이는 제라미 그랜트(24, 206cm)일 것이다. 올 시즌 그랜트는 정규리그 51경기에서 평균 32.2분 출장 12.9득점(FG 51.9%) 5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한 눈에 봐도 지난 시즌 정규리그 81경기 평균 20.3분 출장 8.4득점(FG 53.5%) 3.9리바운드를 기록한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올 시즌 그랜트는 단순히 이전보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며 눈에 보이는 기록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슈팅 메커니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는 등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실제, 올 시즌 그랜트는 평균 35.7%(1.1개 성공)의 3점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벤치멤버로 경기에 나섰던 그랜트는 유타 재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앤써니를 대신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주가를 높였다. 이에 오프시즌 FA가 된 그랜트와 오클라호마시티의 재계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비관적이었다. 사치세 압박에 시달리는 오클라호마시티가 그랜트의 마음에 드는 적정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의외로 그랜트는 계약기간 3년, 총액 2,700만 달러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연장계약을 맺으며 잔류했다. 스포르팅 뉴스에 따르면 그랜트가 오클라호마시티와 연장계약을 맺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조지의 잔류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트의 강점은 운동능력과 왕성한 활동량이다. 엄밀히 말해 올 시즌 그랜트의 수비력을 매우 나쁘다고, 그렇다고 수준급이라 평가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랜트는 대인수비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파울 관리가 미숙하다.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하는 팀들의 공격 작업을 보면 그랜트를 미스매치 상대로 고르는 경우들이 빈번하다. 허나, 그랜트의 경우, 활동량이 많다보니 스위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더해 빠른 발을 활용한 도움수비에 이은 헬프 블록으로 오클라호마시티의 인사이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올 시즌 그랜트는 평균 1.4개의 블록을 기록 중이다)
그랜트의 보이지 않는 공헌에 대해 도노반 감독은 TBN과 인터뷰에서 “올 시즌 개막 전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우리 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나 역시도 개막전 직전까지 파워포워드 포지션에 누굴 세울지 고민이 많았다. 고심 끝에 패트릭 패터슨을 주전으로 세웠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발이 느린 패터슨은 경기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를 대신해 그랜트를 주전으로 결정했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랜트도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약점이 있지만 그는 계속해 성장하고 있고,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는 말을 전하는 등 올 시즌 그랜트는 오클라호마시티 전력의 중요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가파른 상승세의 테런스 퍼거슨, 계속해 주전 입지 굳혀나갈까?
성장세가 돋보이는 건 제라미 그랜트만이 아니다. 테런스 퍼거슨(20, 201cm)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오클라호마시티 주전 2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즌 초반 퍼거슨은 갑작스레 늘어난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며 기복이 심했다. 이에 도노번 감독은 퍼거슨을 주전으로 세우면서 백업으로 알렉스 아브리네스(25, 198cm), 하미두 디알로(20, 196cm) 등을 골고루 기용,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했다. 디욘테 버튼(25, 196cm)도 이 과정에서 도노번 감독의 테스트를 받았다.
허나, 어느덧 시즌이 중반을 훨씬 넘어간 지금, 오클라호마시티의 주전 슈팅가드는 퍼거슨이 최후의 승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퍼거슨의 1월 활약은 엄청났다. 퍼거슨은 1월에 열린 13경기에서 평균 10.8득점(FG 49.5%), 3점 성공 2.6개(3P 47.9%)를 기록, 3&D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오클라호마시티는 12월말 복귀가 유력했던 안드레 로버슨(27, 201cm)이 또 다시 부상을 당해 팀에 합류하지 못하며 퍼리미터 수비에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퍼거슨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한 시름을 덜게 됐다.
#테런스 퍼거슨 최근 14경기 3점 성공률 분포도(*2일 기준)

그러다보니 수비는 좋지만 슛에 약점을 보이는 로버슨을 대신해 앞으로도 퍼거슨을 중용하자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로, 퍼거슨의 상승세는 매섭다. 로버슨은 2016-2017시즌 NBA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에 선정, 수비력은 인정을 받았다. 다만, 3점 성공률은 커리어 평균 25.7%(0.4개 성공)에 그치며 3&D 플레이어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반면, 로버슨과 달리 안정적인 공격력을 갖춘 퍼거슨은 인사이드 돌파력이 좋고, 컷인 득점 등 볼 없는 움직임 또한 나쁘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2017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1순위로 오클라호마시티에 지명된 퍼거슨은 이미 입단 당시부터 수비가 아닌 공격력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던 선수였다.
2018-2019시즌을 기준으로 퍼거슨의 공식 신장은 201cm, 다른 선수들에 비해 포지션 대비 신장이 뛰어나다. 빠른 발을 활용한 왕성한 활동량도 퍼거슨의 또 다른 강점. 반면, 웨이트는 86kg에 불과해 그간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저돌적인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2대2플레이 수비에서 상대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것도 버거워했다. 허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수비의 요령을 터득한 퍼거슨은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무조건 힘으로 대응하기보단 발을 활용해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등 지능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올 시즌 퍼거슨은 디펜시브 레이팅(DRtg) 102를 기록 중이다)
그러다보니 퍼거슨의 수비력은 팀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까지 얻고 있다. 실제, 조지는 최근 썬더 와이어와 인터뷰에서 “퍼거슨의 몸무게는 약 100파운드 남짓이다. 그런 얇은 몸으로 상대의 스크린을 빠져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리 팀이 수비를 할 때 가장 힘든 포지션은 가드 포지션이다. 상대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수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퍼거슨은 스스로 그 요령을 터득했다. 퍼거슨은 수비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선수다. 그 열정이 퍼거슨을 좋은 수비수로 성장시켰고, 어떤 상대와 맞닥뜨려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데니스 슈뢰더와 널렌스 노엘, OKC 벤치를 이끄는 쌍두마차!
지난해 7월 데니스 슈뢰더(25, 185cm)가 카멜로 앤써니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을 때 사람들은 슈뢰더가 벤치 멤버의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날 것이라 예상했다. 이들은 사치세 압박에 시달리는 오클라호마시티가 샐러리캡 유동성 확보를 위해 슈뢰더를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것이 팀에 이득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슈뢰더의 이적을 주장했다. 2016년 여름 애틀랜타 호크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7,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슈뢰더는 2020-2021시즌까지 연간 1,550만 달러를 수령한다.
허나, 슈뢰더의 선택은 오클라호마시티 잔류였다. 그리고 슈뢰더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슈뢰더는 올 시즌 강력한 올해의 후보로 거론, 본인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1월 16일 애틀랜타의 홈구장인 스테이트 팜 아레나를 방문한 날, 슈뢰더는 스포르팅 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오클라호마시티에 남은 것은 바로 우리 팀이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리빌딩 팀에서 패배의 무력감을 경험하기보단 위닝 팀에서 다른 팀들과 경쟁을 하고 싶었다”는 말로 오클라호마시티에 잔류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슈뢰더는 애틀랜타에서 정규리그 352경기 23.7분 출장 12.9득점(FG 43.4%) 2.5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슈뢰더는 정규리그 50경기에 나서 평균 28.6분 출장 15.6득점(FG 42.3%) 3.4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 팀의 벤치 득점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벤치 득점이 전체 29위에 랭크, 벤치 생산성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 벤치전력은 슈뢰더를 필두로, 알렉스 아브리네스, 널렌스 노엘 등이 힘을 내며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커리어 평균 13.2득점(FG 43.2%)을 기록하는 등 득점력이 강점인 공격형 포인트가드, 슈뢰더는 웨스트브룩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아이솔레이션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슈뢰더의 아이솔레이션 공격은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양날의 검이 되어가고 있다. 슈뢰더는 득점 일변도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다보니 포인트가드 본연의 임무인 경기운영을 등한시, 플레이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실제 경기에서 슈뢰더는 오픈 찬스에 있는 동료를 무시하고 본인의 직접 득점을 시도하다 돌료들과 언쟁을 벌인 적도 있다. 여기에 무리한 상황에서의 득점 시도들도 악성 턴오버로 변질, 안정성까지 잃어버렸다. 이에 팬 사이디드는 “올 시즌 슈뢰더의 플레이를 보자면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의 웨스트브룩을 보는 것 같다”는 말로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슈뢰더가 오클라호마시티의 벤치 득점을 이끈다면 반대로 널렌스 노엘(24, 211cm)은 탄탄한 수비로 오클라호마시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노엘은 정규리그 47경기에서 평균 14.4분 출장 5.1득점(FG 58%) 4.6리바운드 1.4블록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노엘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숫자들로만 판단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로, 노엘은 아담스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 백업 빅맨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아담스가 파울 트러블로 빠지면 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허나, 올 시즌은 노엘이 있어 이 같은 걱정을 덜어냈다.
노엘은 아담스에 비해 전체적인 수비력은 떨어진다. 다만, 림 프로텍팅 능력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노엘이 아담스보다 한 수 위란 평가들이 많다. 아담스와 마찬가지로 노엘은 2대2 픽앤 롤 플레이에서 림으로 돌진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속공 상황에서 트레일러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도노번 감독은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노엘은 매력적인 선수다. 노엘은 출전 시간은 적지만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있다. 팀원들 모두가 노엘의 보이지 않는 팀 공헌에 만족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올 시즌 노엘은 디펜시브 레이팅(DRtg) 100.1을 기록 중이다)
2013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리그에 입성한 노엘은 대학시절부터 수비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 시즌부터 부상악령에 시달린 노엘은 오클라호마시티로 오기 전까지 필라델피아와 댈러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노엘은 조급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플레이에 악영향을 끼쳤다.
노엘은 최근 썬더 와이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여름 오클라호마시티를 차기 행선지로 선택한 것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아끼는 팀 문화 때문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선수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로써 오클라호마시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드마커스 커즌스(GSW)가 성공적으로 코트에 복귀, 이에 올 시즌 우승 경쟁은 이미 막을 내렸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시즌 카멜로 앤써니가 합류하기 전까지 골든 스테이트의 독주를 막을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았던 러셀과 조지의 오클라호마시티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올 시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오클라호마시티의 최근 기세도 분명 만만치가 않다.
*스크롤 압박에도 불구하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NBA.com(*슛 차트)
#기록참조-NBA.com, ESPN, BASKET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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