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코트사이드의 아홉 번째 주인공으로는 다시 한 번 선수단 통역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다. 여느 통역들과 다름없이 외국선수의 단짝인 이 사람. 하지만 대부분의 영어 통역과는 달리 오늘의 주인공은 단 한 선수만을 위해, 포트투갈어 통역으로 여자프로농구에 몸담고 있다. OK저축은행 다미리스 단타스의 단짝, 김가영(25) 통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태원에서의_우연한_수소문 #다이나믹함이_매력이죠
김가영 통역도 본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본 전공을 포르투갈어이지만, 국제스포츠레저학과를 찾아가 다양한 수업도 들어왔다. 대학에서는 여자축구부 활동도 했었다고. 더불어 엘리트 축구 선수인 동생의 영향까지 있었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한 김가영 통역은 “원래 스포츠를 좋아했어요. 처음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종목은 축구였어요. 언어(포르투갈어) 선택을 하게 된 계기도 축구의 영향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스포츠 분야로 진로를 설정하고 싶었는데, 제가 언어를 배우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영어나 스페인어는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그래서 희소성에 초점을 맞추고 포르투갈어를 선택하게 됐죠”라며 자신의 출발을 되돌아봤다.
포르투갈어 통역으로서 김가영 통역은 짧은 시간에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WK리그 화천 KSPO 여자축구단을 비롯해 2016 리우 하계올림픽에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그야말로 김가영 통역은 급성장 중이었다.
그렇게 통역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날아든다. “마침 OK저축은행에서 포르투갈어 통역이 필요했던 거예요. 이민우 코치님이 이태원에 있는 브라질 식당을 가셨었는데, 그 식당을 통해서 통역 수소문을 하다가 저에게 제안이 온 거에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었어요. 축구에 비해서는 농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거든요. 하지만 워낙 스포츠가 좋았기 때문에 적응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죠.” 김가영 통역의 말이다.
그런 그가 통역의 매력으로 꼽은 점은 ‘다이나믹’이다. 그는 “(통역 업무에)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통역이란 직업이 정말 활동적이고 다이나믹한 부분들이 많아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제가 제 몫을 해냄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끼죠. 여자축구단에 있을 때는 객관적으로 강팀이 아님에도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했었거든요.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라며 환히 웃었다.

#개구쟁이_강한승부욕_단타스의_매력 #한국어도_잘배워요
결국 김가영 통역과의 인터뷰에서 다미리스 단타스의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단타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표정은 훨씬 밝아졌다. 김가영 통역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친구죠. 정말 성실하고요. 훈련 때도 절대 빼는 법이 없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승부욕도 강하죠. 경기에 지면 크게 내색하지는 않는데, 정말 슬퍼해요. 근데 또 평소에 얘기를 하다보면 여린 면도 있더라고요. 때론 흥도 많고, 개구쟁이같이 장난도 잘 치고요. 아! 제가 이 인터뷰를 하러 간다고 하니까 다미(단타스의 애칭)가 저한테 잘 하라면서 본인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좋은 얘기 하고 오라고 하더라고요(웃음)”라며 단타스를 소개했다.
김가영 통역이 축구단에 오래있었던 만큼 OK저축은행에서는 되레 단타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그는 “축구단에서 통역을 하다가 왔다 보니 농구랑 용어가 비슷해도 뜻이 다른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한 번 축구 용어로 전달을 해서, 다미가 거꾸로 알려주기도 했었죠. 제가 처음 접하는 용어가 있으면 직접 몸으로 알려주기도 해요”라며 단타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앞서 코트사이드 4편 KGC인삼공사 김홍겸 통역의 이야기에서도 전했듯이 통역은 사실상 외국선수의 매니저이자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한 시즌을 함께한다. 그만큼 경기장 밖에서의 추억도 많이 쌓였을 터.
이에 김가영 통역은 “크리스마스가 브라질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거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때 홈경기가 끝나도 선수들이 모두 다미 집으로 모여서 홈파티를 했었어요. 다미가 호떡을 정말 좋아해서 호떡믹스도 사와서 같이 만들어 먹었었죠. 모두가 함께한 덕분에 다미가 외로움을 덜 느꼈던 것 같아요”라며 단타스와의 추억을 전했다.
최근 들어 단타스의 한국어 흡수력도 부쩍 늘었다는 게 김가영 통역의 말. 이에 그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요즘 한국어를 정말 빨리 흡수하더라고요. 제가 문득 국내선수들이 말하는 건줄 알고 돌아보면 다미가 한국말을 하고 있어요. 또 제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언니’라고 부르면 된다고 알려줬었거든요. 근데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는데 길을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언니 조심해’라고 하는거에요(웃음). 다미가 한국 문화를 배우는 데에 정말 적극적이에요.”

#통역은_스포츠계의_외교관 #OK의_성장을_실감해요
외국선수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만큼 고충은 없었을까. 어느덧 통역으로서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낸 김가영 통역은 “일단 통역은 제 감정을 완전히 배제시켜야해요.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며 속내를 전했다. 이어 “OK저축은행에 와서는 그나마 덜했는데, 예전에 축구단에 있을 때는 예를 들어 계약 문제 같은 부분에서 민감한 상황이 자주 있었어요. 제가 구단과 외국선수 사이에서 중간책이 되어야하는데, 이런 얘기들을 선수에게 전할 때 고충이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통역은 그에게 천직이었다. 그는 “통역을 하다 보니 결국 제가 제 가족을 돌보는 거라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고, 편해졌어요. 사실상 잘 때 빼고는 같이 붙어 있잖아요. 축구단에서도 브라질 선수와 함께했었는데 집에 혼자 가면 외로움을 느낄까봐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고 했었어요. 제가 먼저 데리고 밖에 나가기도 했고요. 지금 다미와도 그래요. 다미가 항상 사소한 일이라도 저는 물론이고 선수들과 트레이너에게 고맙다고 말해줘서 더 뿌듯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단타스도 그런 김가영 통역이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김가영 통역은 “다미가 나중에 다른 팀에 가게 되더라도 계약서에 저와 함께 가는 조건을 걸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죠”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단타스 뿐만 아니라 동고동락을 함께하는 OK저축은행 선수들을 돌아보면서도 “제가 11월에 팀에 합류했는데 그 때와는 좋은 쪽으로 많이 달라졌어요. 그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감동도 오고, 정말 보람찬 것 같아요. 다미도 초반에 패배의식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있었는데, 이제는 본인도 팀의 발전을 실감하고 경기에 져도 덜 슬퍼해요”라며 OK저축은행의 성장을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원대한 꿈도 함께 전했다. 김가영 통역은 “포르투갈어 통역이 수요가 적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이 일을 오래하고 싶어요. 또 저는 통역이 스포츠계에서 외교관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경기적인 부분 외에도 한국 문화를 알려주고 생활을 함께하니까요. 그래서 기회만 된다면 더 많은 선수들을 만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사실 제가 브라질이란 나라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국제지역대학에 갈 생각도 했었는데, 앞으로도 포르투갈어와 브라질과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라고 시선의 끝을 멀리 옮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일단 정상일 감독님도 항상 하시는 말씀인데, 상위 3개 팀을 꼭 이기자고 하시잖아요. 우리은행은 한 번 이겼으니, 이제 KB스타즈와 삼성생명에게 빨리 이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 시즌이 끝자락에 닿았을 때 인수기업이 꼭 나타나서 선수들이 좋은 지원을 받았으면 해요. 저도 다미도 항상 OK저축은행 선수들은 그런 지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얘기하거든요. 꼭 이 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걸 함께 지켜보고 싶어요.”
# 사진_ 김가영 통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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