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어느덧 열 번째 주인공이 찾아왔다. 이번엔 장기 레이스의 한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살피는 동반자, 매니저를 만났다. 올 시즌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꼽혀온 현대모비스. ‘만수’라 불리는 유재학 감독이 경기 중 수월한 코칭을 하는 데에는 임상욱(34) 매니저의 쏠쏠한 조력이 있었다.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현대모비스의 매니저로 자리 잡은 그의 이야기. 그가 바라본 현대모비스의 모습을 들어봤다.
#부모님이_모두_운동선수 #대학리그_초대_3점슛왕
임상욱 매니저는 어릴 적부터 운동이 몸에 맞았다. 유년시절을 돌아보는 질문에 “워낙 운동을 좋아했어요”라며 운을 뗀 그는 “부모님이 모두 운동을 하셨었어요.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선수를 하셨고, 어머니는 필드 하키 선수를 하셨죠. 저는 원래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부모님 두 분 다 선수 생활을 해보셨고, 얼마나 힘드신지 아셨기 때문에 저에게 운동을 권하시지 않았던 거죠”라고 자신의 출발점을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운동은 여전히 좋았어요. 그러다 중학생이 됐는데 키도 크기 시작했고, 체격도 어느 정도 괜찮았거든요. 지인의 소개로 농구부를 알게 됐고 동아중학교로 향하게 된 거죠”라고 덧붙였다.
호기롭게 농구공을 잡았지만 선수 생활이 순탄치는 못했다. 그는 “프로에 가기 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도 거의 경기를 못 뛰었죠. 대부분 백업 역할을 소화했거든요. 그리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려대와 2부대학인 경북과학대를 놓고 고민하다 경북과학대로 향했죠. 거기서 2년을 뛰고 3학년 때는 명지대로 편입을 하게 돼요. 하지만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군입대를 택했고, 운동을 그만두기로 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손을 내민 이가 있었다. 임상욱 매니저는 “군대를 갔다 왔는데, 경북과학대 감독이셨던 한상호 교수님이 상명대에 농구부를 창단한다고 같이 해보자며 연락을 주셨어요. 그렇게 다시 유니폼을 입었죠. 상명대가 한 시즌 후에 1부로 승격했고, 2010년에 대학농구리그가 창설 됐는데, 그 때 3점슛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어요. 덕분에 프로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2010 대학농구리그에서 71개의 3점슛으로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2011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0순위로 울산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유재학_감독의_권유 #지금_돌아보면_현명했죠
프로 진출에 성공한 임상욱 매니저는 2011-2012시즌 모비스에서 20경기 평균 4분 32초를 소화했다. 이후 2012-2013시즌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유재학 감독은 그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된다.
“재계약을 하고 3년차가 되던 시즌을 앞두고 성준모 코치님이 매니저에서 코치로 올라가시면서 그 자리가 공석이 됐어요. 그때 감독님이 ‘운동 1년하고 관두면 뭐할 거냐. 매니저 해볼 생각 없냐’라고 하셨어요. 고민할 시간을 주시지 않으시더라고요(웃음). 당장 결정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첫 시즌에는 선수 겸 매니저라는 독특한 신분이었어요.”
유니폼을 벗는 건 아쉬웠지만,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니 후회는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아쉽긴 했었죠. 근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선수를 계속 했더라도 은퇴를 하고 나면 결국 새로운 직장을 다시 찾아야 하잖아요. 매니저를 한지 이제 5년 정도 됐는데, 잘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후련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인 만큼 시작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임 매니저는 “어쨌든 선수와 스태프는 차이가 크니까요. 1년차 때는 많이 힘들었죠. 매니저가 전체적인 관리를 해야 하고, 혹여나 제가 실수를 하면 선수단 전체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니까요. 정말 중요한 역할인데, 처음에는 뭣도 몰라서 실수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라며 매니저로서의 출발을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 업무가 익숙해졌고, 그는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냈다. 바로 선수들의 데이터를 보통의 종이 기록지가 아닌, 프로그램으로 활용한 것이다. “단순하게 기록을 프로그램으로 관리한다고 보면 되요. 이렇게 하면 단순히 한 경기에 대한 기록지가 아니라 필요한 조건에 따라 선수들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거든요.” 임상욱 매니저의 말이다.
이어 그는 “저도 작년에 일본 전지훈련을 갔을 때 이도현 사무국장님이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패드를 썼는데, 국장님이 더 좋은 기기를 지원해주셔서 지금은 더 편하게 업무를 소화하고 있죠. 처음에는 또 새롭게 적응하느라 트레이너까지 도와줬었는데, 이제는 숙달이 된 것 같아요”라며 프로그램의 장점을 어필했다.
덕분에 현대모비스 벤치도 경기 운용이 수월해졌다. 임 매니저는 “데이터를 상당히 풍부하게 관리할 수 있어요. 슛 차트는 물론, 한 선수의 득점을 누가 어시스트했는지, 슛이 안 들어갔다면 누가 리바운드를 잡았는지 편하게 볼 수 있는 거죠. 경기 중에도 감독님이 누가 몇 분을 뛰고 있는지 여쭤보실 때도 있어요. 또 오용준 선수 같은 경우에는 제가 경기 중에 어디서 슛이 잘 들어갔다고 일러주는 등 포인트를 짚어줄 수 있죠”라며 자신의 역할을 되짚었다.

#인상깊은_선수는_이대성 #가장큰힘은_고맙다_수고했다
매니저로서 긴 시간을 보내다보니 팀원일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선수가 보이기도 했을 터. 그가 현대모비스에 몸담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이대성이었다. 임 매니저는 “(이)대성이가 가장 인상 깊어요. 운동도 혼자서 잘하고, 뭔가 강렬한 느낌이 있잖아요. 예의도 바르고요. 식조절도 스스로 해내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대성이가 육고기를 전혀 안 먹고, 생선이나 닭고기를 섭취하거든요. 구단 식당 어머니들도 다 알 정도에요”라며 이대성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러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결국 뿌듯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소한 거라고 뭔가를 해주면 고맙다고 꼭 말해주는 선수들이 있어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하죠”라며 입을 연 그는 “저도 벤치에 있던 입장이라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든 선수들을 챙겨주려고 해요. 또 매니저는 튀면 안 되는 위치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선수 때도 매니저 때도 우승할 때는 당연히 가장 기분 좋다는 게 그의 말. 그는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쁘긴 하죠. 사실 선수 때는 우승에 큰 힘을 더한 게 아니라서 덤덤했었는데, 매니저가 되고 우승했을 때는 뭔가 도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뿌듯했어요. 매니저로서도 앞으로의 목표는 우승이에요. 프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가장 궁극적인 목표잖아요.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먼 미래에도 농구계에 남아있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현대모비스를 언제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원하는 순간이 있다기 보다는 우승을 더 많이 했으면 해요. 그리고 그 우승했던 장면들이 훗날 한 컷씩 모아진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선수 때도 우승하고, 매니저 때도 우승하고. 우승은 몇 번을 해도 좋은 게 아닐까요.”
# 사진_ 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