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코트사이드의 11번째 주인공은 스포츠 캐스터다. 현장을 찾는 관중들의 흥을 돋우는 장내아나운서가 있다면,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캐스터의 멘트 하나하나가 현장감을 물씬 느끼게 한다. 특히 여자프로농구 경기장을 찾으면 종목 자체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이 사람. KBS N SPORTS의 김기웅(38) 캐스터가 이번 주에 만나볼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이런 캐스터는 없었다. 직업의 매력에 빠진 이후 이제는 농구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 이 사람. 그의 열정 넘쳤던 그동안의 이야기, 그리고 장안의 화제인 ‘웅터뷰’ 진행자로서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군대에서_본_2002월드컵 #아나운서에서_캐스터로
김기웅 캐스터가 현 직업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02년 FIFA 한일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캐스터와 그의 친구들은 2002년 월드컵을 보고 군입대를 할 것인지, 일찍 군입대를 해서 병장 때 볼 것인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많은 고민 끝에 그의 결정은 이른 입대였다.
“군입대를 빨리하면 대학교 1학년의 낭만이 너무 짧았던 거죠.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빨리 입대를 해서 병장 때 2002 월드컵을 보게 됐어요. 리모컨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었던 거죠(웃음). 그때 월드컵을 여러 채널을 통해 보면서 캐스터의 존재를 알게 된 거에요. 매력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대 후에 캐스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는데, 일단은 아나운서부터 시작하게 된 거에요. 제가 고향도 그렇고 대학을 대전에서 나왔어요. 근데 그 당시에는 지방에서 아나운서 준비를 하는 게 되게 특이한 케이스였거든요. 그래서 부리나케 짐을 싸서 서울에 올라와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제 원래 전공은 경제학과인데 그 쪽에는 소질이 없었답니다. 하하.”
아나운서를 거쳐 조금씩 캐스터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김기웅 캐스터. 그는 “처음 발을 내딛었던 방송국이 폐국된 이후 채널텐이라는 곳에서 EPL의 아스널 TV를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계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2009년 9월에 드디어 KBS N SPORTS에 입사하게 된 거죠. 공식적으로 ‘캐스터’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도 이 때부터예요. 그때는 회사에 해외콘텐츠, 특히 축구 콘텐츠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캐스터를 구하던 상황에 제가 합류하게 된 거죠”라며 캐스터로서의 출발을 회상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시간을 흘러 보낸 그는 어느덧 여자농구만 6번째 시즌을 함께하고 있다. “농구를 너무 좋아했어요”라며 입을 연 그는 “제가 80년생인데 길거리농구 세대였거든요. 중,고등학생 시절 때는 농구화도 사고 싶었는데 형편이 안돼서 나이키 매장에서 농구화를 만지작거리다 혼난 적도 있어요(웃음). 그때는 농구를 못하면 친구들이 놀 때 끼워주지 않을 정도였어요. 최고의 스포츠였죠”라며 농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근데 제가 그 와중에 유일하게 잘 챙겨보지 못했던 게 여자농구였어요. 국가대표 선수 몇 명의 이름만 아는 정도였죠. 첫 농구 중계는 남자농구였는데, 그러다 여자농구를 맡게 되면서 걱정도 있었어요. 생소하겠다는 걱정이었는데, 한편으론 재밌겠다는 기대도 있었어요. 일단 농구 중계를 계속 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죠. 농구는 스포츠 캐스터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니까요”라며 미소 지었다.

#뭐라도_해보자 #웅터뷰의_시작 #이것은_마치_육아일기
이제는 여자농구의 터줏대감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그만큼 여자농구 팬들 중 김기웅 캐스터를 모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 그가 여자농구를 더욱 알려보고자 지난해부터 더욱 힘쓰고 있는 곳이 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자농구 선수들의 인터뷰를 전하는 ‘웅터뷰’가 바로 그것이다.
김기웅 캐스터는 “여자농구를 시작한지 네 번째 시즌이 끝나던 즈음에 선수들과 친분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여자농구에도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팬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죠.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어요. 황금세대들이 은퇴를 하면서 여자농구가 리빌딩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 있어서 이런 선수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게 먼저였던 거죠. ‘소개’를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유튜브, SNS 등의 시대 흐름에 맞춰서 무작정 시작했던 것 같아요”라며 웅터뷰의 시작을 소개했다.
소개, 알림이 목적이었던 만큼 그는 숨겨져 있던 원석들을 찾아내는 데에 더욱 힘썼다. “워낙 큰 선수들은 언론사나 방송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라이징스타나 신인선수들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초창기에는 저에게 웅터뷰를 하러 오는 선수들이 ‘오늘 한 게 없는데 왜 인터뷰해요’라며 어색한 반응이 왔었죠. 그때마다 저는 농구 캐스터가 농구선수 인터뷰를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냐고, 1초라도 뛰지 않았다고 해서 너라는 선수가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해줘요. 그 선수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거죠. 웅터뷰 시청자들이 ‘오, 저런 선수가 있네. 귀엽네. 예쁘네’라는 정도만 반응해줘도 성공이라 생각했어요. 선수뿐만 아니라 통역, 매니저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작년 시즌 1의 마지막 회 주인공은 위성우 감독님이었답니다.”
원석을 발굴하기 시작한 김기웅 캐스터.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성장에 그는 더 큰 보람을 느꼈다. 그는 “웅터뷰를 했던 선수들이 점점 성장하는 걸 볼 때 너무 좋았어요. 예를 들어 올해 시즌2 1화의 주인공이 박다정 선수였는데, 지금 너무 잘하고 있잖아요. 또 (김)아름이도 웅터뷰를 했었는데 지금 다쳐서 너무 속상한 마음도 들고요. 전체적으로 웅터뷰를 했던 선수들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면 너무 좋아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했던 말인데, 여자농구는 저한테 육아일기 같아요. 전 아직 미혼이지만요(웃음). 처음에는 정말 갓난아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러다 지금 6년이 흐른 건데, 저와 비슷한 시기에 여자농구에 발을 들인 신지현, 안혜지, 진안 등 그 세대 선수들이 지금 자리를 잡은 걸 보면 너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라고 말했다.
그가 쏟은 많은 노력에 선수들도 호응해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가 있었다. “제가 웅터뷰 영상에 시그니처 오프닝 멘트로 하는 게 있어요. ‘웅~~~터뷰!’라며 외치는 건데, 이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저를 만나면 그 멘트를 따라 해줘요. 그럴 때 너무 뿌듯하죠. 또 이번 시즌에는 신인선수들을 빼놓지 않고 찾아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웅터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맙죠. 위에 언니인 선수들이 ‘왜 우리 신인들은 안 해줘요’라고 찾아올 때도 있고요. 그렇게 이 웅터뷰의 존재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요. 제가 스스로 시작하는 일인데 주변에서 ‘너무 고생스럽지는 않냐. 오늘은 누구 인터뷰할거냐’라고 물어봐주면 더 힘이 나기도 해요.” 김기웅 캐스터의 말이다.

#약속지켜준_선수들_고마워 #농구 좋아했던_캐스터로_기억되길
“이제 여자농구 현장에 가면 너무 편안해요.” 그만큼 여자농구 현장은 이제 김기웅 캐스터에게 안방 같은 곳이다. 편안한 시선에서 수많은 선수들을 보며 다양한 감정들을 느낌은 물론이었다. 그 중에서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감동을 준 에피소드도 있었다.
“저희 회사가 WKBL 주관방송사인 덕분에 2014년에 선수들 미국 스킬트레이닝을 함께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손대범 편집장님도 함께 가서 팟캐스트도 만들었었고요(웃음). 그때 막내가 박지현, 이소희 선수였어요. 선수들이 제가 캐스터가 아니고 선수출신인줄 알고 ‘쌤’이라 부르는데, 그러면서 프로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거든요. 근데 정말 프로에 와줬잖아요. 기분이 정말 이상했어요. 딸을 대학 보내는 아버지 마음이랄까요. 하하. 신입선수 선발회 현장에서도 그렇고, 절실한 선수들에게 많은 마음이 가요. 특히 제가 상대적 약체(?)를 좋아하나봐요. 언더독같이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요. 전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보다 찰스 바클리의 피닉스 선즈를 더 좋아했거든요. 그 때문인지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1군에 나오면 한 번이라도 네임콜을 더 해주려고 하기도 해요.”
이제는 캐스터라는 직업과 떨어질 수 없게 됐다. 그만큼 최종 목표도 남달랐다. 김기웅 캐스터는 “허무맹랑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농구 중계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마추어, 실업 무대 가리지 않고요. 또, 제가 농구를 참 좋아하는 캐스터라는 느낌을 남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농구가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저는 농구를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고 있거든요(웃음). 그게 가장 저 다운 것 같아서요. 또 이번에 후배인 박찬웅 캐스터가 NBA 올스타전을 현지 중계했잖아요. 저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라며 미래를 내다봤다. 또한 “그리고 결국 저와 여자농구는 인연이지 않았나 싶어요. 농구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덜 했던 분야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소중히 여기게 됐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를 보고 꼭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농구 좋아하는 티가 난다고. 예전에 제가 2010년 대학농구리그가 출범할 때 중계를 했었는데, 엄청 떨었고, 그러면서도 소리를 지르며 열정적으로 했었거든요. 중계가 끝나고 선배들에게 꾸중도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너 농구 좋아하는 거 너무 티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훗날 누군가가 제 이름은 기억 못하더라도 ‘아, 농구 정말 좋아하던 캐스터가 있었는데’라고 생각해주신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결국 스포츠에 있어서 국제 대회를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제가 여자농구에 있는 동안 예전에 황금세대라 불렸던 그런 대표팀이 다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지금 박혜진, 강아정, 박하나 등의 90라인이 최절정의 기량에 오르고, 그 밑에 박지수, 박지현 등이 받쳐주고, 또 막내라인에서 대단한 선수들이 나오겠죠. 그래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는 걸 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그 경기를 직접 중계하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 사진_ 한필상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