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네컷] 오리온 허일영이 말하는 #3점슛 #세레모니 #위닝샷 #Jr.

강현지 / 기사승인 : 2019-02-24 1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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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네 장의 사진으로 돌아보는 선수들의 농구인생. 네 번째 주인공은 KBL 최고의 3점슛 포물선을 자랑하는 고양 오리온의 캡틴 허일영(34, 195cm)이다. 건국대 시절 최고의 포워드를 꿈꾸던 그가 오리온에 뽑혀 인생 최고의 사진을 남긴 비하인드 이야기, 올 시즌 KCC 전 위닝샷에 그를 꼭 빼닮은 아들 성혁이, 딸 채린이 이야기까지. 그의 인생네컷으로 농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 3점슛은 내 운명
건국대에 입학할 당시 허일영의 성공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왼손잡이에 장신, 그 점을 제외하면 강점이 없는 선수였지만, 결국 ‘왼손잡이 장신 슈터’. 이 부분은 허일영만이 가진 메리트가 됐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농구는 늦은 밤까지 이어간 연습으로 메웠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경남)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아버지가 태권도를 하신 후 체육 선생님을 하실 때였는데, 힘든 운동을 안 시키고 싶으셨던 거죠. 전 왜 해보지도 않고 힘든 걸 어떻게 아느냐고 했고요. 중3때 시작했으니 늦었죠. (농구에 대한)기본기도 부족했고요. 늦게까지 기본기 연습을 하고, 집에 갈 때는 지하철 막차를 타고 갔어요.”


건국대에서 리그 최고의 슈터로 거듭난 허일영. 200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오리온의 부름을 받았다. 게다가 2009-2010시즌부터 3점슛 거리가 6.25m에서 6.75m로 늘어났는데, 농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3점슛에 매료된 허일영에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슛 거리를 늘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슛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슛에)재능이 있었고, 이걸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키 크고, 슛 던지는 게 메리트가 컸거든요. 그리고 원래 3점슛을 좋아했어요. 문경은, 우지원 선배님을 좋아했죠. 멀리서 넣을 때 받는 짜릿함이 있었어요. 덩크슛, 어시스트 등 다른 기록보다 3점슛이 좋았어요.”



# 우승 후 아내와의 세레모니
“타이밍이 좋았어요.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걸 보여준 사진이 아니었나 해요(웃음).”


2015-2016시즌. 오리온은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 2패를 거두면서 두 번째 별을 품었다(첫 우승은 2001-2002시즌). 이승현과 조 잭슨이 히트를 쳤고, 그와 더불어 애런 헤인즈와 김동욱, 문태종 등 포워드진이 강세를 보이며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허일영은 그물망 커팅 세레모니를 하면서 지금의 아내인 이수민 씨와 입맞춤했다. 신랑 입장까지 4일 앞둔 날이었다.


“아내와 제게 좋은 선물이 됐죠. 원래 아내가 (골망 컷팅 세레모니를 하러) 올라올 계획이 없었는데, 당시 (최성)시장님이 농구에 관심이 많으셨거든요. 제가 결혼하는 걸 아시고, 아내와 기념사진을 남기라고 하신 거죠. 원래는 준비가 되지 않아서 아내가 안 올라가고 싶어서 했는데,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진 않잖아요. 결혼하기 전이라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아내를 데리고 와서 같이 올라갔죠.”


다행히 허일영은 우승 후 결혼, 그리고 오리온과의 FA 계약(5년)을 맺으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당시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허일영의 기록은 14분 58초간 7.2득점 3리바운드 0.2어시스트. 그 때를 회상한 허일영은 “우승할 때 멤버로 있었던 건 좋았지만, 좀 더 경기에 많이 뛰었더라면 어땠을까는 생각이 들었어요.한 번 더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때는 팀에 기여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라고 아쉬움을 전하면서 올 시즌 각오도 덧붙였다.



# 위닝샷
올 시즌 허일영은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출발을 함께하지 못했다. 1라운드 후반 들어 투입됐지만, 문제는 팀 성적. 그를 시작으로 김강선, 대릴 먼로, 한호빈, 최승욱 등이 번갈아 가면서 전열에서 이탈해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10연패에 빠지면서 바닥을 찍었지만, 오리온은 먼로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농구를 펼치면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4라운드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오리온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불씨를 살리기 시작했고, 지난 1월 11일, KCC 전에서 허일영은 끝내기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87-86으로 승리했다. 1라운드 시작 이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순위인 6위에 올랐다.


“전주에만 가면 슛이 잘 날아가거든요. 가뜩이나 포물선도 높아서 잘 날아가서 공을 더 띄워야 하나 생각했어요”라고 웃은 그는 “그날도 감이 잘 안 잡히다가 마지막 슛을 던졌는데, 날아갈 때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결국 그게 들어갔죠”라고 당시 끝내기 3점슛을 되짚었다.


오리온의 흐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월 23일에는 최진수가 3점슛 종료 직전 버저비터에 힘입어 헤인즈가 돌아온 SK를 77-76으로 꺾은 것. 허일영은 “KCC 전을 위닝샷으로 이기긴 했지만, 저도 버저비터를 넣어서 이기고 싶어요. (최)진수처럼(웃음)”이라고 농담했다.



# 날 닮은 너
허일영은 2017년 2월 14일과 지난해 7월 11일, 아들 성혁군과 태린양을 얻었다. 출퇴근하면서 틈나는 대로 아들, 딸과 시간을 보낸 그는 아내를 위해 짧게나마 서프라이즈를 준비할 줄도 아는 사랑꾼이라고.


"대표팀 휴식기 때 짧게 휴가를 받아 부산에 다녀왔어요. 아기들은 부모님이 잠깐 봐주셨는데, 평소에 아내가 아들, 딸을 봐주느라 수고가 많았거든요. 시즌이 끝나면 가족여행을 계획 중이고, 이번에는 저희끼리만 다녀왔어요. 모처럼 연애할 때 기분이 나더라고요."


최근에는 딸 태린이의 애교에 녹고 있다는 것이 허일영의 말. “아들은 아들 대로 예쁜데, 딸을 보고 있으면 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마냥 예쁘거든요. 깔깔 소리 내서 잘 웃지 않는데, 신기하게 제가 웃기면 깔깔 소리 내서 잘 웃어요.”


허일영 주니어들의 농구 사랑은 어떨까. “성혁이가 농구공 안 뺏기려는 모습 보면 깜짝 놀라실걸요?(웃음). 보는 게 무서운 거라는 걸 아들을 보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골대만 보면 아주 좋아서 죽어요. 하하. 체육관 오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들이 농구 선수가 된다고 한다면? 좀 더 성장을 지켜본 뒤 결정할 거라고 한다.



오리온은 6라운드 원주 DB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남자농구대표팀 월드컵 예선전으로 인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천군만마와 같은 이승현의 전역으로 7경기에서 4승 3패를 추가했고, 어느덧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위 부산 KT와는 반 경기차, 6위 전주 KCC와의 경기도 반 경기차. 승차가 종이 한 장 차이기 때문에 끝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오리온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일궈낸다면 10연패 뒤 봄 농구를 치르는 최초의 팀이 된다. 허일영은 “승현이가 와서 더 좋아졌어요. 대릴(먼로)이 중심을 잘 잡아줬고, 시거스가 부상으로 떠나긴 했지만, 적응을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강선이, 승욱이도 공격이 가능한 저희 팀 스페셜리스트들이잖아요(웃음). 치고 올라갈 때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비결인 것 같아요”라고 그간 라운드를 돌아보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 일렀다.


“정규리그 8경기가 남았어요. 제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에요. 그렇게 되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부상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더는 부상 없이 시즌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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