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네 장의 사진으로 돌아보는 선수들의 농구인생. 다섯 번째 주인공은 레바논에서 ‘포스트 양희종’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인천 전자랜드 '효궈달라' 정효근(26, 202cm)이다. 가드와 포워드를 넘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줄넘기, 포웰과 함께한 농구인생 도약기, 그리고 농구인생에서의 목표였던 대표팀 이야기까지. 우승을 그리며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와 인생네컷으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1.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정효근은 대경정산고 시절 2m에 가드 포지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앞선만 맡은 것이 아니라 스몰포워드에 파워포워드로도 뛰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가드들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인 스피드에 있어서도 뒤처지지 않아 장신 가드로서도 높이 평가 받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농구를 하면서 힘듦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재밌게 했을 때라고 회상했다. “포인트 가드가 아니라 슈팅 가드를 봤는데, 팀 선수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그때 코치님이 ‘네가 가드를 봐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이 연습을 하고, 또 집중 훈련을 받기도 했었죠.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즐거웠어요.”
당시 그의 은사는 김승관 코치(현 휘문고 코치). 정효근은 “제가 키가 크고 드리블도 높다 보니 작은 선수들보다 순간 스피드가 늦으니까 드리블을 낮게 치는 방법이랑 신체 조건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배웠던 것 같아요. 드리블만큼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좋지 않았나해요. 연습도 많이했고, 경기 때 제가 볼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요”라고 말하며 김승관 코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2. 줄넘기 그리고 포웰
전자랜드에 입단하면 유도훈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비시즌 미션을 준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인데, 차바위는 체지방 감량을 위해 납 조끼를 입고 혹독한 훈련을 했고, 강상재는 하체 강화를 위해 역도 선생님을 찾았다. 정효근은? ‘줄넘기’를 받아들었다.
“저는 순발력을 키워야 한다고 줄넘기를 했어요. 그때도 정말 힘들었죠. 당시 결과를 체지방으로 체크했는데, 1.8%가 나왔어요. 김태진 코치님은 기계가 고장 난 거 아니냐고 하셨죠. 체지방을 3번 정도 측정을 했었는데, 1.8-2.5-2.3이 나왔던 것 같아요. 대단했었죠(웃음).”
또 하나, 프로에 막 입단한 그에게 주장, 리카르도 포웰은 좋은 선생님이 됐다. 지금 강상재, 박봉진, 김낙현, 전현우 등 젊은 선수들이 경기 당일 일찍 나가서 몸을 푸는 ‘선발대 훈련’이 만들어진 것이 이때. 외국선수로서는 최초로 주장을 맡은 가운데,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일찍 데리고 나가 훈련하는가 하면 또 그가 출국할 땐 정효근이 배웅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그땐 멋도 모르고 다 신기해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 시절을 회상한 정효근은 “프로에 오니 더 많은 관심을 받아 들떴던 것 같아요. 포웰과 같이 해서 재밌었던 시즌이었고요. 프로 데뷔를 할 때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보겠다’라고 했는데, (물음표를) 펴려고 했을 때도 있었고, 다시 구부러지기도 했으며 더 구부러지기도 했었는데, 그게 2년차였던 것 같아요.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결국 시간이 약이 되긴 했지만, 한 단계 성숙하고, 개인적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가 됐어요.지금은 그 물음표를 빳빳하게 세우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3. 대표팀 간판 포워드
“정효근을 국가대표로 키워 보겠다.” 유도훈 감독의 정효근 국가대표 만들기 프로젝트는 신인 때부터 이뤄졌다. 2016년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이후 몇 차례 승선과 탈락을 반복했다.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정효근은 농구 월드컵 지역 예선전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농구 월드컵 마지막 지역 예선전에 송교창, 양홍석 등 ‘경험’에 무게를 두고 선발한 가운데, 그도 이름을 올렸고, 시리아, 레바논을 상대로 득점은 물론 수비적인 모습에서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적극적인 박스아웃과 리바운드 가담은 물론 유기적인 공격을 펼쳐 정효근의 진가를 발휘했다.
“감독님이 대표팀 선수로 만들어주신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간 부여받은 출전 시간은 적었지만, 항상 자신은 있었거든요”라고 유도훈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한 정효근. 그는 이어 “그런 점에서 이번 중동(레바논)원정이 제게 대표팀에 있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보여주지 못하면 다음 대회에서도 제가 경쟁력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인 것 같아 기뻐요(웃음)”라고 덧붙였다.
그간 대표팀을 이끌고 온 양희종의 다음 주자라는 찬사가 뒤를 이었다. 대표팀 내 정효근의 입지도 어느정도 차지한 가운데 그는 연세대 이정현을 보면서 그의 첫 대표팀 시절을 회상했다고. “(작은)정현이를 보면서 2016년도 제 모습이 생각났어요. 형들 눈치도 보고, 기가 죽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에 적응하고, 제 모습을 보이다 보면 장점도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떨어지고, 다시 승선하면서 조금은 적응해서 이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았나 해요.”
# 우승 그리고 입대
정효근의 농구인생에서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신인 시절부터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성공했을 뿐 단 한 번도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에 자리 잡은 전자랜드는 5라운드까지 단독 2위를 지키면서 A매치 휴식기를 맞이했다. “우승이 어떤 느낌인지 아직 가늠되진 않지만, 국가대표를 꿈꿨던 것처럼 우승에 대한 욕심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속 목표로 하면서 포기하지 않다 보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우승을 희망한 정효근.
올 시즌 43경기에서 10.6득점 4.9리바운드 2.5어시스트 등 대부분 기록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정효근은 올 시즌 유력한 기량 발전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아직은 10점 만점에 6점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자체 평가한 그는 “그동안 항상 시즌을 끝나면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고 후회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팀 성적도 좋고, 개인 성적도 좋기 때문에 목표를 이뤘을 때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라며 발전 의지를 보였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상무 지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가대표의 꿈과 우승을 바라보며 성장 중인 그가 그리는 미래는 어떨까. 정효근은 “KBL 대표 포워드 하면 양희종, 윤호영, 문태영 등의 형들을 뽑잖아요.이제 그 바통을 넘겨받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전한 그는 “슛을 좀 더 보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수비를 잘하고, 궂은일을 잘해도 찬스 때 성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퇴색되거든요. 앞으로 디테일하게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가다듬으면서 공격도 가다듬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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