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코트사이드] 최양임 스포터 “관중 꽉 찬 경기장에서 기록 부르고 싶어요”

김용호 / 기사승인 : 2019-03-01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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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코트사이드의 12번째 순서로는 스포터를 소개한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라면 호기심에 본부석을 한번쯤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면 본부석 가운데에 유독 높은 이자에 앉아있는 한 사람이 있다. 응원가와 관중들의 응원소리가 가득한 그 곳에서 경기 내내 마이크를 들고 무언가 부지런히 말을 한다. 바로 선수들의 기록을 책임지는 스포터의 역할이다.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포지션. 하지만 경기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어느덧 스포터로만 23년 차를 맞이한 최양임(59) 스포터. 한 자리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렀던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들어봤다.


#그저_농구가_너무좋았던 #농구장에_돌아오고_싶었어요
최양임씨는 어릴 적부터 그저 농구가 너무 좋았다. 끊이지 않은 흥미에 그는 1979년 실업팀 태평양화학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1986년 농구대잔치 우승과 함께 은퇴를 결정했다. 최양임 스포터는 “1986년에 우승을 하고 은퇴를 했어요. 그리고 그해 5월에 결혼을 했죠(웃음). 농구는 초등학교때 클럽 활동을 하다가 6학년 때 스카우트가 됐어요. 환경은 열악했지만 그때도 농구가 그렇게 좋았거든요. 지금 보면 선수생활이 짧아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 7년 정도면 선수를 오래하는 축에 속했어요. 마지막 시즌에 우승도 하면서 은퇴에 큰 아쉬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선수 시절을 회상했다.

은퇴 후 결혼에 골인하면서 잠시 농구장과 멀어졌지만 그의 농구 사랑은 식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다가 생활체육센터같은 곳에서 유소년들을 가르치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1997시즌 KBL 원년에 먼저 스포터를 했던 후배가 이 직업을 권해준거죠. 그때도 농구가 너무 좋아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좋아하는 농구도 많이 볼 수 있고, 일단 경기장에 오면 활력이 생겼어요. 그래서 1997-199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스포터의 길을 걷게 된 거죠”라고 스포터의 시작을 전했다.

현재 KBL은 최양임 스포터를 포함해 총 5명의 스포터를 매 경기에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리그 초창기에는 10개 구단 마다 담당 스포터가 있었다고. 최 스포터는 주로 수도권을 담당했다고 한다. 스포터로서의 출발을 떠올린 그는 “일단 재밌었어요. 마이크를 잡는 순간에는 정말 떨리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경기가 너무 빨라서 못 따라갈 때도 있었죠. 그래서 공 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2시간 동안 엄청 긴장한 상태로 경기를 보기도 했어요. 지금은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수준이 됐죠”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모니터에 지난 경기 영상을 틀어놓고 자체교육을 받기도 했고요. 기록 하나하나 누락시키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죠. 지금도 데드타임이 되면 모니터로 경기를 돌려봐서 수시로 체크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워낙 순수한 애정이 가득했던 덕분일까. 스포터를 하며 크게 힘듦을 느낀 적은 없다는 최양임 스포터였다. “크게 힘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가끔 속상하거나 자존심이 상할 때는 있었죠. 정말 최선을 다해서 기록을 불렀는데 워낙 농구가 빠른 스포츠다보니 놓치는 순간이 있거든요. 옛날에는 영상을 돌려볼 수 있는 판독기도 없었고요. 그래서 경기 후에 구단에서 기록 수정 요청이 와서 내가 놓친 걸 알게 되면 속상하기도 했죠.”


#기록은_선수들에게_역사 #대단하다는_말_기억에_남아
스포터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할 팬들을 위해 최양임 스포터에게 간단한 업무 소개를 부탁했다. “제가 코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선수들의 기록들을 일단 마이크로 불러요. 그럼 제 양쪽에 있는 통계원 두 명이 기록을 하는 거죠. 왼쪽에 있는 통계원은 기본적으로 기록지에 나타나는 모든 요소들을 기록하고, 오른쪽에 있는 통계원은 코트밸런스에 관련된 기록들을 담당해요. 예를 들어 선수들이 어느 지점에서 슛을 던지는지 슛차트를 만드는 쪽을 기록하는 거죠. 그래서 특히 저는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혼자 높은 의자에 앉아있는 거랍니다.” 최양임 스포터의 말이다.

프로선수들에게 있어서 기록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여러 방면에서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되기 때문. 최양임 스포터도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기록은 선수들에게 역사가 되는 만큼 중요한 거잖아요. 하나라도 누락시키면 안 되죠”라며 다시 한 번 책임감을 되새겼다.

그렇게 기록을 책임지는 만큼 선수들에게 있어서 좋은 기록이 달성될 때는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고. 최 스포터는 “예를 들면 선수들이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면 저희도 뿌듯하죠. 물론 선수들이 농구를 잘 해서 나온 결과물이지만, 우리도 그 기록들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판정했다는 것에 기쁜거에요. 그러면서 선수들 연봉도 올라가고, 좋은 팀에 가는 모습들을 보면 보람을 느낄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 애정이 듬뿍 느껴졌던 최양임 스포터. 그렇다면 20여년의 세월 동안 가장 자신을 기쁘게 했던 말은 어떤 걸까. 그는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이어 “기록석에 새로 일하러 오는 친구들을 보면 제가 일하는 걸 보면서 ‘우와’라면서 바라볼 때가 있어요. 기록이 이렇게 남는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예전에는 제가 마이크를 잡고 기록을 부르는 모습이 방송에 한 번 나갔었는데, 스포터가 어떤 직업인지 몰랐던 분들이 진짜 빠르게 잘 말한다고 놀라시기도 하더라고요”라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스포터를_꿈꾸는_이들에게 #경기를보는눈_마음가짐도_중요
현재 KBL은 활동 중인 5명의 스포터 외에도 인재양성을 위해 예비 스포터들을 교육 중에 있다. D-리그에서도 1군 무대에 오르기 위해 부지런히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스포터라는 직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최양임 스포터는 “일단 경기장을 많이 와서 직접 봐야 해요. 경기 흐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또 스포터를 하고 싶다면 마음가짐이 남달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자리니까요. 운동을 했던 선수출신들은 아무래도 경기 흐름을 읽는 데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지금도 예비 스포터들을 교육하고 있는데, 결국 흐름을 얼마나 빨리 읽고, 순간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진심어린 한 마디도 이어갔다.

“지금도 5명이서 열심히 재밌게 스포터 일을 하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일을 하다보면 어려움이 생길 때도 있어요. 매뉴얼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그럴 때마다 서로 원활히 소통해서 더 매끄럽게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늘 정확한 판정을 해줬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죠. 또 자부심과 책임감을 꼭 가져줬으면 해요. 지금 후배들도, 미래의 후배들도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서 기록에 더욱 힘쓰는 스포터가 되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 그리고 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을 위해 소박한 바람도 내비쳤다. “기록에 있어서 스포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아마 꽤 많을거에요. 전광판, 계시기 등을 작동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시더라도, 선수들 기록이 이런 과정으로 남는다는 건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확한 기록을 위해 노력할 테니 스포터라는 판정원의 입에서 기록들이 나온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미래에도 스포터 후배들을 계속 양성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웃음).”


★Wish on Courtside
“훗날 스포터로서 경기장을 떠나기 전에 정말 관중이 한가득 꽉 찼으면 좋겠어요. 옛날에 비해 지금 군데군데 비어있는 경기장을 보면 농구인으로서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지면 저는 힘들지언정 보는 관중들은 더 재밌어할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이 커요. 옛날에는 농구장에 가득 차는 관중들의 함성이 정말 엄청났잖아요. 그래서 꼭 한 번 관중이 꽉 들어찬 체육관에서 스포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 사진_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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