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네컷] 우리은행 임영희가 말하는 #우승 #MVP #은퇴 #언니영희

강현지 / 기사승인 : 2019-03-09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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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네 장의 사진으로 돌아보는 선수들의 농구인생. 여섯 번째 주인공은 ‘WKBL의 살아있는 레전드’ 아산 우리은행 임영희다. 8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정규리그 6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한 그와 신인 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우승 순간, 은퇴 이야기를 나눠봤다. 코트 밖 ‘영희 언니’의 모습은 보너스다.



#1. 벤치에서 맛본 우승
1999년 신세계 쿨캣 여자농구단에 입단한 임영희는 1999년 여름리그에서 데뷔, 2008-2009시즌까지 2000년 겨울리그를 제외하고 전 시즌을 소화했다. ‘성실함의 대명사’로 인정받게 된 것도 이 때부터 꾸준하게 코트를 밟아왔기 때문. 하지만 출전시간은 우리은행에서 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당시 평균 출전 시간은 15분대. 우리은행에서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 신세계 시절의 모습이 흐릿해진 게 사실. 그래서 그에게 신세계 시절은 어땠는지 물었다.


“그때는 잘하는 고참 언니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신입선수로 들어갔을 때 우승을 네 번이나 했죠. 여름리그, 겨울리그가 나뉘어 있었잖아요. (정)선민언니도 있었고, 선수층이 워낙 좋아서 처음부터 우승하고 그랬어요.” 그만큼 그도 코트보다는 벤치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너무 어려서 사실 기억이 안 나요”라고 쿨하게 웃어 보인 그는 “1~2년 전도 지금 헷갈려요. 그런데 언니들의 플레이를 벤치에서라도 보면서 많이 배웠고, 멋모르고 따라 하면서 20대를 보냈던 것 같아요. 특히 선민언니를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죠”라고 되돌아봤다.



#2. 통합 MVP
그로부터 10년 후.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얻은 그는 2009-2010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한다. 당시 그는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열심히 뛴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이적하는 만큼 사실 기분은 좋았어요. 하지만 정들었던 선수들과 팀을 벗어난다는 게 무엇보다도 제 살을 도려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기회의 땅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첫 세 시즌은 6위, 하지만 2012-2013시즌 위성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우리은행은 달라졌다. 통합 6연패의 서막이 시작된 것. 당시 임영희는 35경기 평균 37분 09초 동안 출전하며 15.4득점(전체 5위) 5.2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5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을 만나 3승을 모두 따냈고, 임영희는 3경기 평균 15.7득점 6.7리바운드 2.7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며 챔피언결정전 MVP도 휩쓸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패배 의식이 심했어요. 경기장을 가는 것을 두려워했을 정도였어요. 전반까지 잘하다가도 후반 되면 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위성우 감독님, 전주원 코치님이 오시면서 훈련을 통해 그런 모습을 바꿔주려고 하셨어요. 지금까지 거둔 우승 중에서는 지난 시즌과 첫 해 우승이 가능 기억에 남아요. 정말 힘들게 준비해서 기쁨이 배가 된 것 같아요. 보상받은 기분이었죠. 중간 없이 꼴찌에서 1위로 뛰어오른 거라 얼떨떨하기도 했고요(웃음). 지난 시즌에는 시즌 중간에 위기가 많았잖아요.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우승해서 기억에 남죠.”



#3. 은퇴
한국 나이로 마흔, 올 시즌 29분 52초간 뛰면서 평균 10.6득점 3.6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중 인 임영희. 게다가 박혜진이 손가락 골절로 최근 경기에 결장한 상황에서 임영희는 36분 12초간 출전해 11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베테랑의 역할도 다했다.


“힘들지 않냐”,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언젠가부터 임영희가 ‘은퇴’라는 단어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받곤 했다. 여전히 꾸준한 모습을 보여 ‘한 시즌 더 뛰어도 될 것 같다’는 말도 수차례 들었다.


“근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죠. 순리적으로도 저한테 오는 관심사기도 하고요”라고 웃어 보인 임영희는 “한 2년 전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제 나이가 몇 년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죠. 2~3년 전부터 ‘두 시즌만 하고 은퇴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시즌도 ‘한 시즌만 더’했었고요. 사실 지금도 고민이긴 해요. 하지만 시즌이 끝난 게 아니라 플레이오프도 있고, 챔피언결정전도 있기 때문에 끝나고 말하려고요.”



#4. 영희언니
임영희는 2014년 4월, 5년간 연애한 유재선 씨와 결혼했다. 농구선수 임영희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게 외조를 해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소개팅으로 만났다”며 남편과의 첫 만남을 회상한 임영희는 “경기장에 자주 응원을 와요. 운동을 좋아하니까, 제가 운동하는 모습을 좋아해요. 일로 바쁘고, 거리가 있다 보니 힘들면 경기장에 안 와도 된다고 하지만, 전반전이 지나고 도착하더라도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려고 해요. 저희 팀 경기에 자주, 많이 오는 편이죠.”


그의 남편도, 임영희도 낯선 건 우리은행이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이 아닌 ‘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한다는 것. 2012-2013시즌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놓쳤기 때문이다. 부부에게 있어서 낯설기만 하다. “남편이 걱정을 많이 해요”라고 웃어 보인 임영희. “플레이오프는 처음인데, 또 그 경기 만에 긴장감이 있잖아요. 걱정도 하지만, 잘하라고 이야기해줘서 힘이 되고 있어요.”


선수생활 끝자락에 오면서 그는 어떤 마무리를 그리고 있을까. ‘마지막’이란 단어에 임영희는 끝까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후 임영희가 입을 열었다. “우승하고 은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에요. 그런 생각을 해왔고요. 우승을 못하더라도 경기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일 때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지금인 것 같고요.”


# 사진_ WKBL,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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