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자유투. KBL 경기규칙서에 의하면 자유투 반원의 자유투라인 뒤에서 선수에게 방해 없이 1득점의 기회가 주어지는 걸 뜻한다. 세부 규정을 살펴보면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는 볼이 바스켓 위쪽에서 들어가거나 링에 닿도록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유투를 시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슛을 시도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듯하다.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많은 선수들이 자유투에 발목을 잡혔다. 승패와 직결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 본 기사는 점프볼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선수들
올 시즌 KBL과 WKBL을 통틀어 유독 자유투로 언급되는 선수들이 있다. 아쉽게도 좋은 의미는 아니다. 팀 주축임에도 부정확한 자유투로 질타를 피하지 못했던 것. 그 중 따가운 시선을 받은 선수는 LG의 제임스 메이스였다. 올 시즌 메이스는 엄청난 활약이 기대된 선수였다. 실제로도 그의 기량은 충분히 불을 뿜었다. 하지만, 자유투가 정확하지 못했고, 승패와도 직결되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메이스가 기록한 자유투 성공률은 겨우 58.2%(324/557). 올 시즌 리그 평균 자유투 성공률(70.3%)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평균 26.8득점으로 득점 1위를 달렸음에도 호평을 받지 못했던 이유다. 팀에서도 양우섭(4개 시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공률. 이 때문에 LG는 올 시즌 자유투 성공률 최하위(66.1%)를 기록했다.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메이스는 “내 플레이 스타일이 워낙 저돌적이고 열정이 넘친다. 자유투를 던질 때만큼은 흥분을 가라앉혀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서툴렀던 것 같다”며 문제점을 짚었다. 결국 LG는 한때 8위까지 추락하는 고초를 겪었다. 메이스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 때문일까. 메이스는 손목, 무릎 부상에도 테이핑 투혼을 펼치며 집중력을 다잡았다. 덕분에 정규리그 후반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3월 7경기에서는 64.1%(59/92)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LG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비결은 마인드 컨트롤에 있었다. 그는 달라진 자신을 돌아보며 “자유투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 흥분을 많이 가라앉히려고 집중했던 게 원동력인 것 같다. 이제는 자유투를 던질 때 시간을 조금 더 갖고,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KBL에서 자유투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메이스의 팀 동료인 조성민이다. 조성민은 역대 1,000번 이상의 자유투를 시도한 선수들 중에서 89.0%(1,115/1,253)로 압도적인 성공률을 자랑한다. 100회 이상 시도로 기준을 확 낮춰도 조성민보다 정확한 선수는 없다.
그런 조성민도 메이스의 변화를 실감했다. 조성민은 “한창 자유투가 안 들어갈 때도 큰 조언을 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도와주기 보단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요즘 다시 좋아진 걸 보면 더 집중한다는 걸 느낀다. 경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역시 농구를 잘하는 선수라는 걸 느낀다”며 심리적 요인에 주목했다.

메이스만큼이나 삼성의 유진 펠프스도 자유투로 속앓이를 했다. 그의 시즌 자유투 성공률은 56.8%(204/359)로 메이스보다도 낮다. 펠프스도 평균 26.2득점으로 리그 2위에 올랐지만, 낮은 자유투 성공률로 팀 승리를 번번이 놓쳤다. 한 예로 1월 2일 KGC인삼공사 전에서는 펠프스가 놓친 자유투 개수와 점수차가 같았다. 이날 펠프스의 자유투 성공률은 10%(1/10). 이것만이 패인은 아니었지만, 추격 흐름에 걸림돌이 됐던 건 분명했다.
펠프스의 자유투 개선은 삼성의 승리뿐만 아니라 본인의 꿈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난 1월 말, 이상민 감독은 펠프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펠프스가 평상시 슛을 쏠 때는 머리 앞에서 정확히 릴리즈가 되는데 자유투만 쏘면 다른 폼이 나온다. 팀 훈련이 끝나고 혼자 자유투 연습을 더 이어갈 정도인데 아쉽다. 본인은 올 시즌이 끝나고 이스라엘에 진출하고 싶다는데 그렇다면 자유투 보완은 필수다.”

WKBL에서도 잠시 자유투로 질타를 받았던 이가 있다. 바로 KEB하나은행의 신지현이다. 프로 네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가 자유투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시간은 거의 없었다. 앞선 세 시즌에서는 평균 자유투 시도가 12회에 그쳤기 때문.
올 시즌 팀의 앞선에 활력을 불어넣던 그가 자유투로 화두에 오른 건 지난 1월 중순. 당시 신지현은 OK저축은행-KB스타즈-OK저축은행을 이어 만나는 3경기에서 자유투 성공률 18.2%(2/11)를 기록했다. 특히 1월 14일 OK저축은행 전에서는 팀이 69-74로 석패를 안았기 때문에, 이날 신지현의 자유투(1/6)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큰 타격은 없었다. 그를 옆에서 지켜 본 김완수 코치는 “자유투를 쏠 때만큼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조언을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자유투에 대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던졌는데 아주 약간의 오차가 있었을 뿐이다. 지현이도 먼저 찾아와서 자유투를 잡아달라고 했었다.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장 편한 루틴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신지현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70.5%(31/44)의 준수한 자유투 성공률을 남겼다.
흔들리지 않는 루틴, 그리고 노력
앞선 세 선수뿐만 아니라 자유투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은 생각보다 많다. 올 시즌 KBL 정규리그 전체 자유투 성공률은 70.3%(6,782/9,642). 최근 10시즌 동안 최저 수치다. 그만큼 선수들이 많은 자유투를 놓치고 있다. 단일 시즌 한 선수 최고 성공률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5-2016시즌 까지 자유투 성공률 1위는 80% 후반에서 90% 초반을 오고갔지만, 최근에는 80% 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전, 현역을 통틀어 정확한 자유투를 선보였던 이들에게 원인을 물었다. 먼저 WKBL의 대기록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는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 그는 통산 87.1%(1,952/2,240)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한다. 김은혜 KBSN 해설위원의 성공률이 87.3%로 조금 더 높지만 시도가 573회임을 감안하면 정 코치의 성공률은 가히 압도적이다.
정선민 코치는 자유투를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모든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결국 훈련으로 이겨내야 하고, 실전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얼마나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즉, 심리적인 문제다. 넓은 경기장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야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연습 때는 100개를 쏘면 다 들어간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숨이 찬다. 호흡정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예상치 못했던 심리 문제가 작용하기도 한다”라며 자유투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사실 나도 지금 돌아보면 이 부분들을 어떻게든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실수를 해도 루틴을 지키려 했다. 발끝부터 손끝까지 모든 동작을 말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승부와 직결되는 자유투를 쏠 땐 불안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얼마나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라며 해결법도 제시했다.
조성민 역시 ‘한결같이’를 강조했다. 그는 “자유투에 대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나만의 템포로 항상 똑같이 던지려고 했던 게 비결인 것 같다. 예전에 56개 연속 자유투 신기록을 세울 때에도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연속기록은 언젠가 깨질 거란 생각으로 편하게 던졌던 것 같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부담은 최소화, 일정함은 최대화시키는 것이 그의 비결. 이어 조성민은 “자유투가 잘 들어가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 들어가지 않을 때마다 자꾸 뭔가 바꾸려는 모습이 보인다.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일단 자신에게 맞는 템포를 정확히 찾아서 똑같이 던지는 게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손규완 코치도 현역시절 정확한 자유투를 선보였다. 통산 성공률 87.6%(417/476)의 손 코치는 최근 들어 부정확해진 자유투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손 코치 역시 정선민 코치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연습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지금 자유투 연습에 슈팅연습만큼 시간을 투자하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유투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실태를 짚었다.
현역 시절 확실한 목표치를 두고 자유투 연습에 매진했다는 손 코치. 그는 “훈련은 물론, 자신만의 감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요즘 선수들을 보면 던질 때마다 폼이 다르다. 한 가지 폼을 만들어서 반복해야한다. 나는 선수 시절에 개인기가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자유투를 하나 더 얻어보려고 했다. 그만큼 자유투에 자신이 있었다. 어찌 보면 2점을 공짜로 주는 거지 않나. 때문에 성공률은 8~90%를 왔다 갔다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학시절 최부영 선생님 밑에서 운동을 했었는데, 그땐 연습경기에서 자유투 하나를 놓치면 새벽까지 1,000개씩 던졌었다. 그만한 열정이 지금 선수들에게 필요하다”라며 선수들의 의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백보드 자유투에 대한 시선도 전했다. “백보드로 자유투를 던지는 건 썩 달갑지 않다. 정교하게 확실한 슛을 연습해야한다. 백보드로 쏘고자 한다면 문경은 감독님처럼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선수들이 백보드 중앙을 맞추면 확률이 더 높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것보단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흐트러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유투는 말 그대로, 또 규정대로 시도에 대한 ‘자유’가 주어진다. 결국 선수들은 그 자유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높은 정확도를 뽐낸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현역 선수들도 분명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농구 중계를 보다 보면 관중들이 승부처에서 자유투 하나에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부여잡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던지는 선수도, 지켜보는 사람도 긴장하게 만드는 자유투. 과연 자유투에 발목을 잡혔던 이들이 선배들의 조언에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_ 점프볼 DB, KBL,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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