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홍성한 기자] 우승의 기쁨보다 먼저 떠올린 이름은 따로 있었다.
10일 숙명여고 선수들은 경상남도 통영 일대에서 열린 신한 SOL Bank 2026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통영대회 우승 직후, 가장 먼저 한 사람을 찾아갔다.
바로 통영에 위치한 학교 농구부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고(故) 윤덕주 여사의 묘소였다.
윤덕주 여사는 한국농구를 넘어 세계농구의 ‘큰 어머니’로 불렸다. 1921년 태어나 숙명여고보 시절 농구를 시작해 선수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행정가로 한국 농구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여자농구대표팀 단장을 비롯해 대한농구협회 이사·부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시간 여자농구를 위해 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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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주 여사(빨간 원) |

공로 역시 화려하다. 대한민국 체육훈장 맹호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 공로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로훈장을 받았고, 2007년에는 국제농구연맹(FIBA) 명예의 전당 공로자 부문에 헌액됐다. 당시 여성으로는 유일한 이름이었다.
특히 숙명여고 농구부에는 더욱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다. 체육관 건립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팀의 기반을 다졌고, 올해 농구부 창단 10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윤덕주 여사의 헌신이 있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농구계는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6년부터 ‘윤덕주배’ 농구대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사실 어린 선수들의 발걸음은 처음이 아니었다. 결승전을 하루 앞둔 날에도 숙명여고 선수단은 한 차례 묘소를 찾았다. 긴장감이 가득했던 어린 선수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고,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조용히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하루 뒤,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든 선수들은 다시 그곳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에 이렇게 대단하신 선배님이 계셨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숙명여고를 이끄는 이은혜 코치는 11일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덕주 여사님은 어떻게 보면 숙명여고 농구부의 어머니 같은 존재예요. 지금 쓰고 있는 체육관도 여사님이 지어주신 곳인데, 아직도 너무 잘 사용하고 있죠. 농구부가 100주년을 맞았는데 여사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까지 이어오기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랑 감독 선생님은 매년 찾아뵙고 있어요. 특히 감독 선생님은 15년째 계속 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에 이렇게 대단하신 선배님이 계셨다는 걸 꼭 전달해주고 싶었습니다.”
선수들에게도 이번 경험은 특별하게 남았다. 단순한 참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결승전 전날 아이들이 처음 갔는데 되게 신기해하더라고요. 아이들도 새롭게 느끼는 게 많아 보였어요. 결승전을 앞두고 있어 긴장을 많이 한 상태였는데, 우승 후 다시 갔을 때는 다들 정말 밝게 웃더라고요. 트로피까지 보여드리면서 정말 기뻐했습니다.”
“여사님께서 이런 마음을 알아주시고 도와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저희에게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숙명여고 선수들의 마지막 세리머니는 조금 달랐다.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들의 농구를 오래도록 지켜준 이름 앞에 다시 섰다.
어쩌면 그날 가장 아름다웠던 우승 장면은, 트로피를 들고 묘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진_숙명여고 제공,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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