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제 농구 감독은 매니저다?

김윤호 / 기사승인 : 2019-04-0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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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통상적으로 농구에서 감독은 영어로 헤드 코치(Head Coach) 라고 부른다.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들은 어시스턴트 코치 (Assistant Coach) 라고 칭한다.

그런데, 감독을 코치라고 부르는 종목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을 매니저 (Manager) 라고 부르며, 프리미어리그 역시 감독을 매니저라고 부른다. 갈수록 코칭스태프의 분업이 고도화되는 시대에서, 농구 감독을 계속 헤드 코치라고 불러도 좋을까.

▲ 분업화의 시대

KBL에서 작전 타임을 보면 감독이 작전에 대해 상세하게 지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독 옆의 어시스턴트 코치들은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판단은 감독이 한다.

그러나 NBA에서 작전타임에 감독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원론적인 지시이다. 4쿼터 막판 타임아웃 이후의 원 샷 플레이 상황이 아니면, 감독들이 상세하게 지시를 내리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경기 중간중간에 어시스턴트 코치들이 감독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작전타임의 풍경이 확연하게 다르다.

사실 NBA에서 감독들이 전술 구상이나 훈련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우에도, 그 동안 그렉 포포비치가 계속 감독이었지만 포포비치 감독이 팀의 모든 전술과 라인업을 구상하고 육성까지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밀워키 감독인 마이크 부덴홀저는 샌안토니오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재임하던 시절에 샌안토니오 특유의 조직적인 공격을 구상해냈다. 게다가 현재 샌안토니오 전술의 상세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에토레 메시나 어시스턴트 코치이며, 선수들의 슈팅을 교정하고 지도하는 것은 칩 잉글랜드 어시스턴트 코치의 몫이다. 포포비치는 선수단의 전반적 운영을 총괄할 뿐이다.



최근에 포포비치가 미국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었는데, 미국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포포비치를 보좌할 어시스턴트 코치로 스티브 커 감독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네이트 맥밀란 감독 (인디애나 페이서스), 제이 라이트 감독 (빌라노바 대학) 이 내정되었다. 포포비치 휘하의 코치 3명이 대표팀의 전술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맥밀란 감독이 공격의 그림을 그리고, 라이트 감독이 수비의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비단 포포비치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드웨인 케이시 감독이 토론토 랩터스를 이끌던 시절에도, 팀의 전술 구상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 사람은 당시 어시스턴트 코치이자 현재 토론토의 감독인 닉 널스였다. 과거 2008-2009시즌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존 큐에스터 어시스턴트 코치가 공격 전술 결정에서 전권을 차지한 바 있었다. 당시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수비 전술에만 관여했고, 공격에서는 큐에스터에게 권한을 이임했다. 전형적인 분업화를 통한 성공 사례다.

현대농구에서는 감독이 코트 위에서 필요한 사항을 일일이 코칭하지 않는다. 어시스턴트 코치별로 분업화가 상세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감독이 그들의 전문 영역에 개입하지 않는다. NBA는 물론, 미국 대학농구에서도 감독이 A부터 Z까지 알려주지 않으며, 세부 사항에 대한 가르침은 어시스턴트 코치들의 몫이다. 경기 전술 뿐 아니라 선수의 육성 방향에 대해서도 어시스턴트 코치들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감독이 여기저기에서 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다.

그럼 감독이 할 일은 무엇인가?

▲ 관리의 필요성

최근 들어 NBA에서 지속적으로 부각되는 이슈는 부상이다. 이전에 비하여 늘어난 경기 중 활동량, 늘 그랬던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각 팀들은 주요 선수들의 부상을 전혀 피해갈 수 없다. 특히 5일 간 4경기를 치르는 백투백 일정, 원정 7연전와 같은 일정을 거치며 선수들의 피로도가 급격하게 쌓인다. 이러한 피로도가 잦은 부상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자연히 선수들의 출장 시간 관리가 각 팀들의 최대 이슈다. 운이 없어서 발생한 부상을 제외하면, 최대한 부상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정규시즌의 주요 목표가 된다. 물론, 각 팀의 의료진이 치밀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체력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체력 관리는 감독의 몫이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함으로써 체력 관리와 전력 유지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감독의 의무가 된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경기에 이길 생각이라면, 5명의 주전을 48분 내내 기용하면 된다. 그러나 그 방식으로는 단 10경기도 버티지 못한다. 사람의 체력이 무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전과 벤치 선수를 조합하는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유지해야, 82경기를 무사히 치를 수 있다.

최근에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경질된 톰 티보듀 감독은 이러한 관리 면에서는 ‘실격’이라 해도 무방하다. 30점 차이로 여유있게 앞서는 상황에서도 주전들을 끝까지 투입했고, 주전 5명 중 4명의 출장 시간이 40분을 넘기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티보듀 감독은 시카고 불스 재임 시절에도 주전 혹사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고, 당시 시카고의 주전들은 무사히 시즌을 치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로 부상의 그림자를 여러 번 밟았다.

야구에서 선수들의 기술 관련 문제를 다루는 사람은 투수 코치나 타격 코치들이지만, 타격 순서나 투수 로테이션은 감독이 결정한다. 선수 라인업 운영에 대한 판단, 그리고 그 판단에서 비롯된 관리 조치는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은 헤드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라고 부른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전술 구상이나 기술적인 분석은 수석 코치와 같은 스탭들이지만, 경기 당일의 포메이션 선택과 선수 교체는 감독이 결정한다. 이 또한 라인업 운영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축구에서도 감독은 매니저다.

비단 선수 교체와 같은 조치만이 관리가 아니다. 선수단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팀 내에서 잡음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관리의 한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관리의 일부가 된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감독이라도, 선수들의 마음을 한 곳에 결집시키지 못하면 그 능력은 별 의미가 없다.
보스턴 셀틱스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바로 이러한 선수단 장악에서 올 시즌에 고초를 겪고 있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지만, 선수단 관리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시즌에 카이리 어빙 없이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한 이후로, 일부 선수들이 감독의 관리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심지어 카이리 어빙이 일일이 선수단 관리를 해보려고 하지만, ‘머리가 커진’ 어린 선수들이 쉽게 말을 듣지 않는다.

선수를 육성하는 것만 관리가 아니다. 선수의 현실적인 수준을 직시시키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분배하는 것 또한 선수단 관리의 영역이다. 어차피 모두가 중심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의 중심 선수를 축으로 유기적인 역할 배분을 해야 기본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보스턴처럼 어린 선수가 많은 팀일수록 이러한 관리 능력이 감독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되며, ‘헤드 코치’ 감독이 아닌 ‘매니저’ 감독이 더 필요하다.

▲ 감독의 이름을 바꿀 때?

물론 KBL에서는 감독의 코칭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매니저라고 부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NBA에서도 감독들이 코칭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헤드 코치’라는 단어가 여전히 유효하다. 필요시에는 감독이 직접 작전을 구상하여 지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에게 필요한 역량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술적 그림은 공격 담당 코치가 대신 그려줄 수도 있다. 영상이나 자료 분석은 비디오 코디네이터, 혹은 구단 전속 애널리스트에게 맡길 수도 있다. 선수의 기술에 대한 코칭은 외부 트레이너에게 의뢰하면 된다. 하지만 선수단의 전체적인 운영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선수들의 원활한 경기 소화, 건강한 시즌 소화를 위한 관리는 감독의 판단 하에 가능하다.

이제 ‘가르침’보다는 ‘관리’가 더 강조된다. 선수단에게는 코칭보다 매니지먼트가 더 필요하다. 더구나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감독이 일일이 코칭을 할 이유는 없다. 자기 기량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들의 역량이 경기에서 십분 발휘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감독의 덕목이며, 선수단의 결속을 매듭 짓는 것 또한 감독의 일이다. 그렇다면 감독을 헤드 코치가 아닌, 매니저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사진_손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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