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이력서] (1) 고려대 박정현 "준비된 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강현지 / 기사승인 : 2019-04-09 11:5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오는 예비 프로들이 쓰는 취업이력서. 올해 첫 번째 주인공은 고려대 캡틴 박정현(23, 204cm)이다. 운동 신경이 좋고, 신장까지 컸던 박정현이 농구공을 잡으면서 유망주로 급부상한 스토리부터 연세대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짜릿한 순간까지. 남들에 비해 조금 짧지만, 임팩트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 온 박정현. 그가 직접뽑은 인생경기와 미리 상상해보는 데뷔전까지 살펴봤다.


#1. 나를 농구 선수로 이끈 김도완 코치님
박정현이 농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마산동중 2학년 때다. 일찍이 키가 컸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중학생이 돼서야 김도완 코치(현 삼성생명 코치)의 손을 잡았다. 그가 느지막이 농구를 시작한 건 학업 때문. 박정현은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좀 했어요. 한 번도 반장을 놓친 적이 없었죠”라고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운동 신경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고. 육상대회에 출전한 박정현을 보고 팔룡중, 마산동중에서 농구부 입단을 제안했다. 그가 택한 곳은 전통 있는 마산동중. 15살 여름부터 농구공을 잡아 1년 유급 후 기본기를 쌓았다. 그를 지켜본 김도완 코치는 “당시 박정현은 머리가 좋았고, 끼도 많았어요. 운동을 많이 시켜서 못 버틸 줄 알았는데, 집에 데려다주면서 다독였더니 잘 이겨내더라고요. 기본기 운동을 시키면서 키가 얼마까지 클지 모르다 보니 드리블 훈련도 많이 시켰는데, 잘 버티더라고요. 영리했던 친구였죠”라고 말했다.


“정말 그때 운동을 많이 했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인 박정현. 유급까지 하면서 힘들었던 훈련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유급한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라고 웃어 보인 그는 “여동생과 한 살 차이가 나는데, 학교로 돌아가면 동생과 같이 수업을 들을 자신이 없었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용납이 안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루 네 탕 훈련을 소화했다. 새벽에는 산을 뛰면서 체력을 키웠고, 오전에는 슈팅, 드리블, 오후에는 팀 운동, 야간에는 센터의 스킬을 익혔다.


차차 실력을 키운 그는 연계학교인 마산고로 진학 후 특급 유망주로 거듭났다. ‘괴물센터’가 나타났다며 입소문도 났고, 그해 박정현은 생애 처음으로 청소년대표팀에 선발, 체코에서 열린 2013 FIBA U19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2. BEST GAME : U19 대표팀, THE SHOT : 연세대전 결승골
U19 대표팀 당시 박정현은 이종현(현대모비스)의 백업 센터가 될 줄 알았지만, 이종현이 대회를 앞두고 코뼈 부상을 입어 엔트리에서 제외, 그는 박인태(LG)와 더불어 한국의 골밑을 책임졌다. 크로아티아, 스페인, 캐나다 등을 상대하면서 남긴 기록은 6경기 평균 18분 동안 7.5득점 2.5리바운드. 화려하진 않았지만, 가능성만큼은 인정받은 대회가 됐다.


“제가 농구하면서 가장 좋았을 때가 U19 대표팀에 뽑혔을 때였어요. 황금 멤버였잖아요. 잘하는 형들에게 배우고,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였어요. 고1 최초로 U19 대표팀에 뽑혔었는데, 사실 뭣도 모르고, 형들이 시키는대로 했던 것 같아요.”


박정현은 2014년 여름, 대통령기를 끝으로 마산고에서 삼일상고로 둥지를 옮긴다. 코치선임 등 사건들로 뒤숭숭했던 분위기에 좀 더 안전한 곳이 필요했다. “팀 분위기가 바뀌면서 불안했고, 당시 부상도 겹쳤어요. 변화를 줘야겠다고 느꼈는데, 삼일상고로 결정했죠. (송)교창이가 있고, 강혁 코치님이 계셨던 것이 컸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 박정현. “삼일(상고)로 와서는 좋았죠. 제가 늦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코치님이 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또 마산고에 있을 때 삼일상고랑 연습경기를 하면 우리(마산고)가 잘했었어요. 절 예뻐해 주셨기에 잘 지내고 졸업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 수상이력
- 2013년 남고부 우수상, 득점상, 리바운드 상
- 2013년 대통령기 남고부 우수상, 득점상, 리바운드상
- 2013년 쌍용기 남고부 득점상, 리바운드상, 수비상
- 2015년 중고농구 주말리그 남고부 최우수상


# 경력사항
- 2013년 U19 남자농구대표팀
- 2017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 2018년 이상백배 한일대학농구대회 대표팀
- 2019년 이상백배 한일대학농구대회 상비군 명단 포함(4월 9일 기준)


# 대학리그 정규리그 기록
- 2016년 15경기 평균 9.9득점 5.8리바운드 1.7스틸
- 2017년 14경기 평균 14.4득점 9.6리바운드 1.6어시스트 0.8스틸
- 2018년 13경기 평균 13.2득점 7.6리바운드 1.8어시스트 0.7스틸
- 2019년 5경기 평균 17득점 7리바운드 2.2어시스트(4월 9일 기준)



그런 그가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건 고려대 3학년 때다. 지난 2018년 9월 4일, 박정현은 라이벌 연세대와의 경기에서 22득점 1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고려대의 84-83,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2득점은 82-83 상황에서 나온 결승골이었다. 덕분에 고려대는 정규리그 5연패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고, 건국대, 명지대, 동국대, 상명대를 차례로 격파하며 1위를 확정지었다.


“제가 마지막에 결승골을 넣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거예요. 그전까지는 다 같이 넣은 거죠. 승부처에 넣었다는게 기억이 나요.” 최근 2019 이상백배 대학선발팀 상비군과 일본대학팀(다쿠쇼쿠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박정현의 결승골이 재현됐단다. “4쿼터 막판에 저희가 3점을 지고 있었는데, 저의 3점슛 패턴을 넣어서 동점을 만들고, 수비 후에 2점을 추가해서 이겼어요. 분위기가 정말 좋았죠.”


# 박정현의 THE SHOT 영상으로 보


#3. 프로무대, 내가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해
올 시즌 고려대의 유일한 4학년으로서 주장 완장을 찬 박정현. 입학 이후 8차례나 바뀐 감독대행 및 감독 체제(이민형, 강병수, 서동철, 박세웅, 주희정) 하에 그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함께한 동생들을 믿으며 올 시즌 고려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의 최고 장점은 골밑 파워와 슛. 프로구단 관계자들도 박정현의 정확한 미드레인지 슛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 구단 스카우터는 “센터 포지션 선수들은 신장과 슈팅 능력을 많이 보는데, 박정현의 경우 미드레인지 슛을 갖춘 것이 큰 장점이다. 또 하이-로우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센터지 않나”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게다가 팀에 따라 플레이스타일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박정현의 강점. 그는 “제가 3점슛을 던지는 걸 보고 ‘외곽에서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팀 사정상 제가 골밑에 있으면 볼이 잘 돌지 않아요. 그래서 골밑에서 하다가 외곽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상백배 선발팀에서는 그러지 않아요. 스크린을 걸어주면 제가 알아서 하면 되고, 골밑에서 다시 빼주면 되거든요. 또 김현국 감독님(경희대, 2019 이상백배 선발팀 감독) 스타일이 뛰는 농구, 그리고 강한 수비를 원하시는데,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하려고 해요.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에 맞춰 경기를 하는게 최고의 선수인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박정현의 롤 모델은 오세근(KGC인삼공사)과 이승현(오리온)이다. “같은 센터가 봐도 정말 열심히하고, 플레이를 쉽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박정현은 “사실 프로무대에 가면 힘들 것 같긴 해요.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같이 운동해오던 형들이 프로무대에서 잘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부터 ‘최고’가 되기보다는 조금씩 팀 내 입지를 잡아나가야 해요. 팀의 절대적인 존재가 되려면 조금씩 넓혀가야 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박정현을 포함해 김경원(연세대), 이윤수(성균관대), 박찬호(경희대) 등 센터 유망주들이 대거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가운데, 박정현은 그 중 유력한 1순위 지명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박정현은 “드래프트 순위도 중요하지만, 제가 팀에 가서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해요. 시작만 다를 뿐 끝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라고 웃은 뒤 “1순위로 뽑힌다면 좋은 대우를 받고 프로팀에 가는 거니깐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뒤에 뽑히면 더 잘하라는 의미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드래프트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오는 10월,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예정된 가운데 박정현은 “신체적인 부분을 계속 맞춰가고 있어요. 농구를 할 때 나오는 노련미는 형들보다 부족하지만, 신체적인 조건이 비슷하게 돼야 기술이 먹혀들어 가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드래프트에 나서기 때문만이 아니라 대학교 4년 동안 준비하고 있었고요. 준비된 박정현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사진_ 박상혁 기자, 점프볼 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현지 강현지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