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18번째 코트사이드의 주인공은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숨은 감초들이다.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부상 방지는 필수. 그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코트 위에 땀 한 방울까지 용납하지 않는, 바로 마핑보이들이 이번 주인공이다. 지난 9일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끝으로 2018-2019시즌을 마무리하게 된 전주 KCC. 이들의 홈 코트인 전주실내체육관에는 농구에 푹 빠진 두 청년들이 있었다. 어느덧 세 시즌째 KCC와 추억을 나눈 박수남(25), 박병천(25)씨가 그 주인공. 올 시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던 4차전을 앞두고 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구동아리에서_시작된_인연 #아무나_실감할수없는_거리감
박수남 씨와 박병천 씨는 전주실내체육관 바로 옆에 있는 전북대에서 각각 재활학과와 조경학과를 전공 중인 대학생이다. 이들이 KCC와 연을 맺게 된 건 2016-2017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둘 모두 농구 동아리에 들어가 농구의 매력에 푹 빠졌고, 지인을 통해 KCC 마핑보이 자리까지 소개받았단다.
먼저 박수남 씨는 “저는 전북대 ‘코트맨’이라는 농구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어요. 동아리 선배들이 KCC에서 먼저 마핑보이를 했었는데, 선배들이 시간이 안 될 때마다 한 두 번씩 도와줬었고, 그러다 제가 정식으로 마핑보이가 된 거죠”라며 그 시작을 돌아봤다. 박병천 씨도 “저는 ‘돌풍’이라는 동아리에 있어요. 마찬가지로 선배들의 소개를 통해서 KCC와 연을 맺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수많은 동아리들 중에 농구를 택할 만큼 애정은 가득했다. 본가 역시 전주인 박수남 씨는 “원래 KCC 팬이어서 중학교 때부터 경기장을 자주 왔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도 아는 형들이 마핑보이하는 걸 봐왔어서 재밌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죠”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청주 출신의 박병천 씨는 “저도 워낙 농구를 많이 좋아했었어요. 사실 농구장을 직접 와본 건 대학에 들어와서였는데, 현장에서 마핑보이를 볼 때마다 보통의 관중들은 느낄 수 없는 눈높이에 관심이 가기도 했었죠. 근데 제가 진짜 마핑보이가 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예상치는 못했지만 직접 실감한 마핑보이의 일상은 어땠을까. “설레기도 했는데, 걱정과 불안이 더 컸던 것 같아요”라며 입을 연 박병천 씨는 “워낙 속도가 빠른 종목이잖아요. 어떤 선수가 넘어졌을 때 빨리 땀을 제대로 못 닦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있었죠. 그래도 막상 해보니 경기에 더 집중도 하게 되고, 학교로 돌아가서 직접 농구할 때 알게 모르게 도움도 됐던 것 같아요”라며 그 소감을 전했다.
박수남씨도 설레기는 마찬가지. 그는 “워낙 농구에 관심이 많다보니 코앞에서 농구를 보는 것 자체가 설렜죠. 사실 직접 일을 해보기 전에는 선수들이 몸을 풀 때 공을 잡아주고, 바닥에 땀을 닦는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거보다 더 할 일이 많더라고요. 막상 일을 해보니 상상이상으로 재밌었어요. 선수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다 들리고, 그래서 더 재밌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웃어보였다.

#어느덧_3번째_시즌 #와이즈_하승진과의_추억
지난 9일을 끝으로 두 사람은 KCC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KCC 선수단은 물론 사무국까지 그들은 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소위 ‘베테랑’ 마핑보이가 됐다. 이들은 홈경기 때마다 어떤 하루를 보낼까. 그들은 “경기장에는 보통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전에 도착해요. 그럼 가장 먼저 본부석에 필요한 장비들을 세팅하고, 코트를 닦죠. 그리고 선수들이 몸을 풀 수 있도록 유니폼이나 공 들을 세팅하고, 선수들이 나오면 공을 잡아주고요. 경기 중에 코트 관리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라커룸 정리까지 해야 저희의 일과가 끝난답니다”라며 마핑보이의 하루를 소개했다.
박수남 씨는 “기본적으로 농구가 좋으니까 배울 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구단 사무국에서도 워낙 잘 챙겨주셔서 거기에 힘을 받아 더 재밌게 일을 할 수 있었고요”라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박병천 씨도 “이런 일을 해볼 기회가 사실 대학생때 아니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는 선수분들도 우리를 알아봐주시고,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직간접적으로 선수들과 접촉이 잦다보니 각자 인상 깊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2016-2017시즌 KCC에서 뛰었던 에릭 와이즈를 떠올린 박수남 씨는 “제 별명이 ‘수냄’인데 와이즈가 어쩌다가 그걸 알게 됐었어요. 그 이후로는 코트에 나와서 저를 볼 때마다 별명을 불러주더라고요. 경기를 이겼을 때는 꼭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인상 깊었었죠”라며 추억을 떠올렸다. 박병천 씨에게 추억을 선사했던 건 KCC의 주장 하승진. “이미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지만 워낙 유쾌한 선수잖아요. 경기 전에 몸을 풀러 나오면 저희한테 먼저 말도 걸고 장난도 쳐줘서 덕분에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딱딱하지 않은, 일상적인 얘기도 많이 해줘서 더 힘을 받을 수 있었어요.”
반면 힘들었을 때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수남 씨는 “2차, 3차 연장을 가면 정말 많이 힘들죠(웃음). 그렇게 경기가 길어지면 저희가 가지고 있는 수건도 땀으로 다 젖어있어요. 체력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소모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박병천 씨도 “선수들이 경기 전에 슈팅 연습을 하면 공이 정말 많이 날라 다니잖아요. 동시에 그 공들을 다 볼 수가 없으니 골밑에 서있으면 아찔할 때가 있어요. 하하. 예상치 못했던 힘듦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빠르게 공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죠”라며 달라진 자신을 돌아봤다.

#전공도_살려야하는_대학생 #수고했다는_한마디에_뿌듯해
농구에 대한 열정도 엄청나지만 두 마핑보이는 현재 전공중인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했다. 재활학과 전공의 박수남씨는 “사실 농구계 쪽에서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근데 아마 현실적으로 지금 전공하고 있는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제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을 꼭 찾아서, 농구장은 계속 놀러오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계획을 전했다. 조경학과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박병천 씨도 “저도 전공을 살려서 사회에 나갈 것 같아요. 지금은 공무원도 생각하고 있는데, 합격한다면 퇴근하고 꼭 농구를 자주 보러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다시 마핑보이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두 사람은 세 시즌 동안 KCC와 함께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고 한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먼저 박병천 씨는 “제가 마핑보이를 한 이후로 저희 동아리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 것 같더라고요(웃음). 친구들 사이에서 마핑보이 얘기가 나오면 제 이름이 나올 정도로요. 선수들과 가까이 있는 걸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기도 해요. 그게 뭔가 뿌듯하더라고요. 제가 누군가가 부러워할 존재가 된다는 것 만으로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수남 씨도 “저는 직업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선수들이 코트에서 미끄러지면 많이 다치기도 하는데, 저희가 열심히 코트를 닦고, 부상 없이 경기를 이길 때마다 뿌듯함이 들면서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죠. 또 제가 워낙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서 더욱이 후회는 없어요”라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남들의 시선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서 열정을 쏟는 만큼 이들에게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 만큼 큰 힘이 되는 건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자신들을 보람차게 했던 한 마디를 회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병천 씨는 “경기장 마다 마핑보이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KCC 사무국 분들이 원정경기를 다녀오시면 ‘우리 마핑보이들이 진짜 일을 잘한다’라고 종종 말해주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라고 말했고, 박수남 씨는 “선수들이 경기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날 때마다 다가와서 수고했다고 말을 해줘요. 그 한 마디에 긴장을 덜 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말이 너무 듣기 좋았습니다”라며 4차전 준비를 위해 자신들의 위치로 힘차게 달려갔다.

★Wish on Courtside
박수남 : “어느덧 KCC와 3시즌을 보냈어요. 이제는 선수들도, 관계자분들과도 얼굴을 알고 지내는데, 혹여나 훗날 제가 마핑보이를 그만 두더라도 경기장에 놀러오면 반갑게 인사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병천 : “저희 둘 뿐만 아니라 홈경기 때마다 총 6명의 마핑보이들이 로테이션으로 투입이 돼요. 정말 다들 고생이 많았는데, 마핑보이를 그만두기 전에 선수단은 물론 현장에 계시는 분들과 기념적인 단체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어요. 한 10년 쯤 지나고 나서 돌아봤을 때 ‘이 일을 정말 열심히 했었구나’라며 또렷하게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영상촬영_ 김용호 기자
# 영상편집_ 주민영 에디터
# 사진_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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