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KBL 출범이래 가장 뜨거운 자유계약선수(이하 FA) 시장이 곧 개장한다. 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취득,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선수 한 명의 이적만으로도 판도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10개 구단들은 벌써부터 ‘FA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9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선수들의 계약 기간을 기준으로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는 총 65명이다. 원주 DB와 울산 현대모비스에서는 각각 11명의 계약이 종료되고, 인천 전자랜드(9명)와 창원 LG(8명)가 그 뒤를 잇는다. 최소 인원은 고양 오리온과 부산 KT의 3명이다. 하지만 65명의 선수가 모두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KBL의 규정상 올 시즌 정규리그 54경기 중 27경기 이상 12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야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27경기 미만으로 엔트리에 등록됐던 선수는 총 22명. 이들은 구단과의 상호 협의 하에 계약을 연장해 권리 행사를 미룰 수도, 혹은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이들의 FA 자격 취득 여부는 4월 말에 결정된다. 그간의 사례를 돌아봤을 때, 올해는 최소 50명 정도가 FA 권리 행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올 여름 이적 시장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까.
FOCUS1. 최대어는 종규&시래
이번 FA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LG의 에이스 김종규와 김시래다. 이들이 FA 시장에 나오기만 한다면 주축 센터와 포인트가드가 필요한 팀들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설령 해당 포지션에 주축 선수가 있는 팀들도 더 탄탄한 라인업을 위해 영입을 시도할 수 있다.
김종규의 가치는 그 어떤 선수보다 높다. 빅맨 자원 자체가 희귀해진 KBL에서 그의 가치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기 시즌부터는 외국선수 신장 제한이 폐지된다. 또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변경됐다. 대부분의 팀이 외국선수 선발을 빅맨 위주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김종규를 영입하는 구단은 막강한 트윈 타워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록상으로도 그의 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뷔 이후 6시즌 동안 꾸준하게 평균 10~11득점을 유지했고 리바운드(7.4개)는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특히 공격리바운드(2.7개)까지 늘어났다는 점에서 달라진 김종규의 적극성은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와 함께 FA 자격을 얻은 김시래 또한 앞선 보강을 원하는 팀들이 많은 시선을 보낼 것이다. 준수한 리딩에 공격력까지 갖춘 김시래는 올 시즌 초반 조쉬 그레이와의 공존 문제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기어이 자신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렸다.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평균 득점(12.2-10.8)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턴오버다. 평균 출전 시간이 3분여 밖에 줄지 않았지만, 턴오버는 1.1개(2.7→1.6)가 줄어들었다. 때문에 많은 구단에서 김시래의 경기 운영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승부처에서도 대담한 플레이를 펼친다. 최근 4시즌 3점슛 성공률도 꾸준하게 정확해지면서 그는 가드 최대어로 떠올랐다.
LG의 두 FA 이외에도 준척급 베테랑들이 자유(?)의 몸이 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정규경기 1위를 이끈 양동근과 함지훈에 이어, SK 최부경, 전자랜드 정영삼, 정병국, 차바위, 김상규까지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 KCC 하승진과 전태풍, 신명호도 FA 시장에 나올지가 관건이며, KGC인삼공사 양희종과 KT 김영환도 추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물론 언급된 선수들 모두 현재 소속팀에서 지대한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사자들이 무언가의 터닝 포인트를 위해 변화를 택한다면, 타 구단들은 이들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다.

FOCUS2. 일단 집안 단속부터 해야하는 네 팀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들의 규모는 역대급이지만, 결국 시장이 뜨거워지려면 많은 선수들이 원소속 구단과의 재계약이 아닌 이적을 택해야 한다. 전력 보강이 절실한 팀들은 이 방향을 원하지만, 반대로 많은 FA 선수들이 많은 팀 입장에서는 외부 영입을 통한 보강보다는 내부 단속을 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DB와 현대모비스, 전자랜드, LG가 그 주인공인데, 이들의 선택에 따라 이번 스토브리그가 얼마나 뜨거워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DB를 제외한 세 팀은 변화보다는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초 5번째 통합우승 및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현대모비스는 프랜차이즈인 양동근, 함지훈과의 재계약이 유력해 보인다. 여기에 외곽에서 큰 힘을 보탰던 베테랑 슈터 문태종과 오용준도 차기 시즌 순위 경쟁을 고려할 때 타 팀에 쉽게 넘겨줄 수 없는 자원들이다. 다만 문태종은 지난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을 암시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한 전자랜드 역시 팀의 각 포지션에서 많은 비중을 가져가는 정영삼과 차바위, 정병국, 김상규를 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8년 만의 정규경기 2위 등극에 제 몫을 다해냈기에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이 선수들을 다른 팀에 보낼 이유가 없다. LG는 두 말할 것도 없다. 김종규와 김시래는 LG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며, 이원대, 안정환, 주지훈 등은 백업 멤버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더 나은 대체 자원 영입이 확실하지 않다면 잔류 쪽으로 추를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11명의 FA와 테이블에 앉아야하는 DB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 경기에 출장한 박지훈과 더불어 김태홍, 김현호를 제외하면 8명의 선수는 40경기 이상을 출전하지 않았다. 주전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수가 적었던 선수들은 DB 입장에서는 차기 시즌 전력 구상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이상범 감독도 정규리그 막판 “다음 시즌에 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개혁’을 예고한 만큼 DB의 FA 재계약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1명 중 27경기 이상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는 4명. 21경기에 등록돼 모두 출전했던 정희원을 제외하고는 3명은 10경기도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다른 의미로 집안 단속이 필요한 DB는 이번 FA 시장에서 큰 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 DB는 올 시즌 샐러리캡 소진율도 70.14%로 규정 수치(70%)를 간신히 넘었던지라 외부 영입에 대한 여유가 많은 상태다.

FOCUS3. 빛 보지 못한 이들, 기회의 땅으로 가나
안정적인 잔류를 택할 수도 있지만, 매 시즌 선수들의 이동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프로선수로서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올 시즌 종료 후 다수의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이적을 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준척급으로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기존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만큼 시간만 부여된다면 제 기량을 뽐낼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온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가장 먼저 포스트 자원 중에서는 현대모비스 김동량에 이어 KGC인삼공사 최현민, 김승원 정도가 꼽힌다. 김동량은 D-리그에서는 거의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하며 수차례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골밑이 워낙 탄탄한 현대모비스 1군 무대에서는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엔트리에는 48경기에 등록됐으나 코트를 밟은 건 절반인 24경기. 출전 시간은 평균 3분 13초에 그쳤다. 포워드 자원이 부족한 팀이라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갈 법한 선수다.
최현민도 KGC인삼공사에게는 귀중한 자원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데뷔 6시즌 만에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을 기록한 최현민의 평균 출전 시간은 18분 41초.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을 오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차기 시즌 3번에는 양희종과 문성곤, 4번에는 오세근을 비롯해 신인 빅맨이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39경기 평균 12분 29초를 뛴 김승원과 더불어 이 둘이 시장에 나온다면 역시 골밑 보강을 노리는 팀들은 이들을 향할 수 있다.
앞선에서는 베테랑 혹은 잠재력을 기대하는 알짜 자원이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도전을 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으로의 트레이드 후 출전 시간이 14분 57초까지 떨어진 김태술은 올 시즌 천기범은 물론 다음 시즌 이동엽까지 상무에서 돌아오면 입지가 불안해질 수 있다. 베테랑으로서 터닝 포인트를 찾으려는 선수와 앞선에 관록을 더하려는 구단의 입장이 맞아떨어진다면 이적이라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DB 박병우는 데뷔 이후 4시즌 동안 줄곧 정규리그 40경기 이상을 뛰어왔지만, 올 시즌 20경기 평균 10분 52초 출전에 그쳤다. 앞선에서 펼쳐진 ‘무한 경쟁’에서 다소 밀린 감이 있다. 하지만 꾸준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전히 슈팅가드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위기를 겪었던 배병준은 KGC인삼공사와의 1년 계약이 끝난다. 올 시즌 47경기 평균 5.2득점 1.6리바운드. 특히 13분 16초의 시간에도 1.3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발휘한 배병준은 활약을 인정받아 재계약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시장에 나올 경우에도 다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확률 또한 적지 않다.

FOCUS4. 규정이라는 변수
원소속 구단와의 재계약이 FA의 1차적인 변수라면 이후 10개 구단이 동시에 손을 뻗는 시장이 열렸을 땐 이와 관련된 규정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보상 규정부터 구단들의 베팅까지 선수와 구단 양 측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시기다.
가장 먼저 10개 구단이 외부 영입을 고려할 때 우선시하는 변수는 보상 규정이다. KBL의 FA 규정 상 직전 시즌 보수 30위 이내의 선수를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 1명(영입 FA 포함 보호선수 4명)+FA 선수 전 년도 보수 50% 또는 FA 선수 전년도 보수 200%를 원소속 구단에 내줘야 한다. 올 시즌에는 보수 8위 하승진을 시작으로 김시래(18위), 김종규(19위), 최부경(21위), 차바위(25위)가 이 규정에 해당된다. 양동근(3위), 함지훈(5위), 양희종(14위), 김태술(14위), 김영환(16위), 정영삼(20위), 문태종(22위), 전태풍(29위)은 3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지만 만 35세 이상 제외 기준에 의해 다른 출혈 없이 영입이 가능하다. 연봉 순위가 높을수록 영입 시 큰 전력 보탬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보상 규정을 고려한다면 구단도 차기 시즌 전력 구상에 있어서 많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 보상 규정이 고민된다면, 선수 입장에서도 고민을 안기는 변수가 있다. KBL이 최종 FA 선수 명단을 공시 후 약 2주간 원소속 구단 협상이 진행되면, 이후에서야 진정한 영입전쟁이 시작되는데, 이 때 선수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만약 시장에 나온 FA 선수가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을 경우, 그 선수는 이적 첫 해 연봉 최고액을 기준으로 90%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구단과 협상을 진행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규정을 보면 선수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어 보이지만, 막상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다. 변화를 위해 시장을 위해 뛰어드는 만큼 선수들도 원하는 구단이 있을 터. 하지만 그 팀이 규정에 해당하는 90%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지 않았을 경우 협상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생긴다.
다가오는 5월, 본격적인 FA 시장이 열린다. 선수와 구단 사이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오고갈 한 달. 과연 FA 시장에는 따뜻한 봄이 찾아올까, 아니면 무더운 비시즌 날씨에 안 어울리는 찬바람이 불까. 또, ‘역대급 규모’라는 이번 시장은 2019-2020시즌 판도를 어떻게 뒤집어 놓을까. 본 시즌만큼이나 뜨거울 이번 스토브리그가 더욱 기대된다.


#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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