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어느덧 20번째를 맞이한 이번 주 코트사이드의 주인공은 현장을 찾는 농구팬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는 사무국 직원이다. 올 시즌 구단 창단 이래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인천 전자랜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여기 2019년부터 전자랜드의 새 가족이 돼 매 경기 구슬땀을 흘린 사람이 있다. 전자랜드의 벤치 주변을 유심히 지켜본 팬들이라면 경기 내내 핸드폰으로 열심히 영상 촬영을 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수많은 꿈 중 하나였던 프로구단 사무국에 첫 발을 내딛은 김지현 주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꿈을_꾸게했던_제리맥과이어 #프로구단이라는_로망
어릴 때부터 스포츠가 너무 좋았다는 김지현 주임은 대학에서 스포츠산업학과를 전공했다. 그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저도 고등학교 때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큰 뜻을 품어서 스포츠산업학과를 택하게 됐어요. 물론 현실의 벽에 부딪혔지만요(웃음). 다른 분야가 더 좋아지기도 했고요. 대학교를 다닐 땐 교수도 하고 싶었고, 희망직업에 계속 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에서 공부를 더 하다가 취직을 했어요”라며 자신이 꿈을 꾸기 시작했던 시절을 돌아봤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으며 처음 마주했던 건 2018 평창 올림픽. 김지현 주임은 “평창올림픽때 빙상 종목과 관련된 스포츠마케팅을 했었어요. 예전에는 한국에서 쇼트트랙 월드컵이나 피겨 세계선수권같은 대회를 개최하면 상업적인 마케팅 요소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 빈 부분을 채우는 일을 한 거죠. 먹거리가 없으니 푸드 트럭을 유치하기도 하고, 프로스포츠처럼 응원유도를 해서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했고요. SNS 활용도 물론이었죠. 국제빙상연맹이나 IOC에서 위원들이 오면 의전을 하기도 했어요. 국제빙상연맹 행사도 기획하고, 평창올림픽을 알리는 리셉션을 기획해서 진행도 했죠. 정말 다양한 일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자신이 시작을 알렸던 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또 한 번의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로 구단에서 일하고 싶은 로망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라며 입을 연 김 주임은 “사실 로망이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선뜻 용기가 안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더 늦어지면 프로 구단에서 일해볼 기회가 없어질 것 같아서 변화를 택하게 됐죠. 지금은 너무 재밌게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농구를 콕 집어 택한 이유로는 “아직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에 비해서 마케팅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마케팅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농구를 선택했죠”라고 말했다. 그런 김 주임의 이상은 현실과 비슷했을까, 달랐을까.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프로농구가 인기가 식었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면서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죠. 특히 전자랜드는 확고한 팬층이 있잖아요. 제가 전자랜드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팬층이거든요. 마케팅을 위해 뭔가 시도했을 때 피드백이 빠르고,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죠. 프로농구 마케팅의 희망, 가능성을 충분히 봤던 것 같아요”라며 웃어보였다.

#애정_듬뿍담은_SNS #팬들과_선수의_거리감을_좁히려고
올 시즌 전자랜드의 구단 공식 SNS 계정은 유독 뜨거웠다. 팬들이 심심할 틈도 없이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전자랜드에 대한 애정이 솟아나게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더욱 땀을 흘렸던 사람이 바로 김지현 주임이다. 전자랜드 입사와 동시에 SNS 관리를 맡은 그는 애정 하나로 팬들과 선수를 모두 생각했다. “SNS 콘텐츠는 하루도 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무실에 출근하면 다른 업무도 있기 때문에, 출퇴근을 하면서 게시글을 올리기도 하고, 집에 가서 자기 전까지도 SNS를 관리하기도 해요. 그만큼 이 일이 재밌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애정이 없으면 이렇게 하지 못했겠죠.”
많은 시간과 애정을 투자한 만큼 SNS 관리자로서 목표도 남달랐다. 김지현 주임은 “SNS의 장점이기도 한데 ‘전자랜드라는 팀이 있고, 또 이런 저런 선수가 있었네’라는 관심을 한국 밖에서도 갖게 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시즌 중간에 입사해서 기간이 짧기도 했는데, 다음 시즌부터는 더 해보고 싶은 게 많죠. 당장의 목표는 팬들과 선수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거고요. 경기장 밖에 있는 선수들의 모습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한 번이라도 경기장을 찾아온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수많은 기획을 해봤던 만큼 남다르게 기억에 남는 콘텐츠도 있었다. 바로 올 시즌 신인선수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명함 선물. 그는 “신인인 전현우, 권성진 선수가 대학 졸업식을 하는 날 명함을 만들어서 구단 SNS에 올렸어요. 명함이라는 게 ‘내가 사회인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처음에 취직을 해서 명함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원래 선수는 명함이 따로 없잖아요. 그래서 한 번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구단이 선수들을 사회인으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들도 그 게시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내왔단다. “정말 감동받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SNS에 이미지로만 올린 건데 진짜 실물로 만들어주면 안되냐고 할 정도로요(웃음). 그 게시글을 올리면서 전자랜드 팬분들에게 신인 선수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두 선수가 직접 추첨을 해서 친필 사인 유니폼을 전달하고 동영상으로 감사 인사까지 전했죠. 쑥스러워하면서도 정말 좋아해서 뿌듯함을 느꼈었어요.” 김지현 주임의 말이다.
약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김 주임이 선수들과 소통했던 시간은 꽤나 길었다. 쉴틈없이 팬들을 위한 콘텐츠를 함께하면서 인상 깊은 선수도 덕분에 많았다. 김 주임은 “선수들이 다 착해서 뭐든 하자고 하면 다 잘해줘요. 이대헌 선수는 예상보다 수줍음이 많아서 의외이기도 했어요. 정영삼 선수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팬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만들어줬죠. 가장 소화력이 좋았던 건 박찬희 선수였어요. 많이 해봐서 그런지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요.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차가울 것 같다는 예상도 했었는데, 먼저 이름도 물어봐주고, 제가 말 편하게 하시라고 하니까 1도 고민하지 않고 ‘그럴까?’라고 했었어요”라며 선수들과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첫 시도에 성공적으로 SNS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아쉬움은 역시나 남았다. 그는 “기디 팟츠를 데리고 관광을 갔었는데, 찰스 로드와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가지 못했던 게 아쉬웠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더 많은데, 일단 정효근 선수가 입대할 때는 한 번 따라가 보려고요. 아, 아직 선수는 오케이 사인을 주지는 않았답니다. 하하”라고 말했다.
이어 김 주임은 자신의 노력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줬던 팬들에게 감사의 한 마디도 전했다. “팬분들이 경기장에 오기 전에 선수들이 뭘 하는지 궁금할 것 같아서 라이브 방송도 시도했었는데, 처음이다 보니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래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챔프전_마케팅은_성공적 #칭찬받는_사무국이_목표
2019년 1월 3일에 첫 출근, 그리고 단 기간에 정규리그 2위와 전자랜드의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함께했다. “전자랜드에 입사하기 전에도 농구를 보러 왔었는데, 그때도 그렇고 입사를 하고 나서도 팀이 워낙 잘하고 있었어요. 챔피언결정전까지 갈 거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지만, 팀이 정말 잘 나갈 거라는 생각을 했었죠”라며 팀에 대한 든든함을 드러낸 김지현 주임.
그는 처음으로 경험해본 챔피언결정전을 돌아보며 “5차전이 끝나고 나서 마냥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꽃가루가 날리고 헹가래를 하는데, 정말 부러웠죠. 그래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슈화도 그렇고, 이벤트도 저희가 이겼다는 생각도 해요. 정신 승리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이번에는 입사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워낙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경험을 해봤으니 다음번에 또 챔피언결정전에 가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입사 후 약 100일 간의 시간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다가오는 비시즌, 그리고 2019-2020시즌을 준비하며 사무국 일원으로서 그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될 터. 그는 “제가 맡은 일에서 절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게 목표에요. 저희 사무국이 저를 빼면 다 정말 오래 일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빨리 이 팀에 녹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라며 사무국으로서의 각오를 전했다.
“개인적으로 더 큰 목표가 있다면 10년 쯤 뒤에 ‘저 사람 일 잘하지’라며 누구나 제가 누군지 알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거”라며 의지를 다진 김지현 주임. 그는 “사실 팬들에게 칭찬받는 사무국은 별로 없을거에요. 칭찬보다는 비판을 받는 편인데, 올 시즌에 SNS를 통해서 전자랜드 사무국이 일을 잘한다는 댓글을 종종 봤었어요. 타 팀 팬이신데 그런 말을 해주신 적도 있거든요. 다른 팀 팬분들이 ‘우리 팀도 전자랜드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평가까지 들을 수 있도록 달려보겠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언젠가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자랜드를 보기 위해 한국 관광을 계획하고,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지금도 작년 서머 슈퍼 8에 출전 이후에 저희 팀의 팬이 돼서 경기장을 자주 찾아오는 경우도 생겼거든요. 전자랜드가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서 삼산이 더 뜨거워졌으면 좋겠어요.”
# 영상촬영_ 김용호 기자
# 영상편집_ 주민영 에디터
# 사진_ 김용호 기자, 김지현 주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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