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 새롭게 바뀐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다섯가지 시선
[점프볼=민준구 기자] 한국농구연맹(KBL)은 2019년 2월 11일 제24기 제2차 임시총회 및 제3차 이사회를 개최, 그동안 문제 제기되어 왔던 외국선수 제도의 수정 및 3년간 정착을 결정했다. 전 세계의 놀림감이 됐던 장·단신 외국선수 신장제한은 사라졌고, 2인 보유 1인 출전을 결정하며 국내선수 살리기에 나섰다. 긍정적인 변화는 맞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70만 달러의 금액 제한은 수준 높은 외국선수와 계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외국선수제도. 농구계의 시선 역시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 프로농구의 시선
프로농구 감독들의 의견은 몇몇의 요구에 따라 익명으로 정리했다. 감독들은 모두 단신 외국선수를 선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2015-2016시즌부터 KBL은 장신과 단신으로 구분을 두어 외국선수를 선발했고, 2018-2019시즌에는 186cm 이하의 선수들을 영입하도록 제도를 바꾸어 지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기디 팟츠, 마커스 포스터 같은 테크니션이 가세해 보는 재미도 늘었다는 의견이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의무’가 아닌 이상 굳이 단신 외국선수를 뽑을 이유가 없다.
A감독은 “2인 보유 1인 출전이라면 두 명의 빅맨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으며, B감독 역시 “2명 모두 빅맨으로 선발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210cm 정도 되는 대형 센터는 데려오기 힘들다. 아무리 커봤자 205~207cm 정도가 현실적인 최대 신장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C감독도 “냉정하게 말하면 10개 구단 중 몇몇 팀들 외에 모험을 선택할 이는 별로 없다. 장·단신 외국선수 조합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좋은 빅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디온테 버튼 정도의 수준급 실력자가 아니라면 단신 외국선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감독들의 의견이 일치된 부분은 하나 더 있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여전히 금액제한이 걸린다는 것이다. B감독은 “유럽은 물론 아시아, 중남미에서도 210cm 정도 되는 센터는 희소가치가 높다. 데이비드 사이먼과 버논 맥클린이 화두에 오르는 이유가 다 있다”고 시장을 분석했다. A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이먼이나 맥클린처럼 신장제한 때문에 KBL을 떠나야 했던 경력자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다수의 구단들이 예전에 뛰었던 빅맨들을 살펴보고 있다더라. 우리 역시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것 같다.”
그런가 하면 D감독은 “70만 달러 중 최대 금액을 한 선수에게 투자하고, 나머지 잔여 금액을 5분 정도 뛰어줄 선수와 계약하는 방법도 있다. 메인 외국선수가 다쳤을 때의 위험성은 크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까. 고만고만한 선수 두 명을 동시에 데리고 있는 것보다는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게 더 현명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그렇다면, 최근 외국선수로는 최초로 1만 득점 고지를 돌파한 애런 헤인즈는 어떨까. 헤인즈는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졌지만 여전히 20~30득점씩은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자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E 감독은 ‘가능하다’고 보면서 한 가지 전제를 달았다. “애런 헤인즈가 메인 외국선수의 자리를 양보한다면 다음 시즌도 뛸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브 외국선수로 봤을 때 헤인즈보다 더 좋은 선수는 없다. 물론 양보가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결국 초대형 장신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199cm의 헤인즈의 경쟁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
그렇다면 외국선수 제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KBL, 구단, 감독 등과 의견을 조율해온 프런트들의 생각은 어떨까. 감독들 생각과 달리, 구단들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라고 결과를 분석했다.
F구단 관계자는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외국선수 제도 변화의 핵심은 국내선수들의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었다. 장·단신 외국선수들의 신장제한을 해제하면서 시즌 내내 힘쓰지 못한 가드들의 자리를 되찾게 했고, 2인 보유 1인 출전을 통해 외국선수가 뛸 수 있는 시간을 줄였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그러나 최대 인원이 바라는 제도를 성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돌아봤다.

G구단 역시 “많은 분들이 실망했던 부분은 바로 금액 제한일 것이다. 역시 구단들끼리도 통일되지 않은 부분인데, 그래도 70만 달러는 현실적인 금액이다. KBL과 구단 사정상 금액 제한을 풀 만한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G구단의 이 관계자는 이어서 “단순 금액만 놓고 본다면 10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달라진 건 없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올랐고, CBA(중국프로농구)의 과도한 투자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다음 시즌에 들어올 외국선수는 기대만큼 뛰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이먼과 맥클린 등 경력자들을 선호하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기자들의 시선
농구전문가들은 신장제한이 사라진 것에는 반가움을 전했지만, 단신 가드들을 보지 못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도 전했다. 가드들이 보이는 기술과 폭발력은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용병닷컴’을 운영 중인 「스포츠동아」의 정지욱 기자는 “전체를 봤을 때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외국선수가 1인 출전으로 줄어들 텐데 팬들이 기대하는 빠르고 재밌는 농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마이데일리」 최창환 기자 역시 “국내선수를 살리고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건 길게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건 단신 외국선수 신장제한까지 풀었다는 점이다. 결국 대부분의 구단들은 빅맨 두 명을 선발하게 될 것이다. 이번 시즌, 단신 외국선수들이 가져온 재미가 단숨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효과를 낸 부분은 유지하고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루키 더 바스켓」의 기자이자, 팟캐스트 ‘에어볼’ 진행자인 이동환 기자 역시 “(단신 가드가 오지 못하면서) 전술 및 플레이의 다양화를 가져올 카드를 잃은 느낌이다. 화려함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시즌의 재미를 한순간에 잃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선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취지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제도다. 그러나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빅맨의 덩크와 단신 외국선수의 덩크는 반응에서 오는 차이가 크다. 팬들이 원하는 부분까지 충족시켰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해설위원들의 시선
현장에서 매 경기를 분석하고 시청자들과 함께해 온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최연길 해설위원은 “전 세계의 웃음을 샀던 외국선수 신장제한이 풀렸다는 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지만, “단신 외국선수의 선발이 어려워진 부분은 아쉽다. 그들이 제공한 재미는 분명했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농구 역시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게 좋다. 장·단신 외국선수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펼치는 플레이에 환호할 수 있어야 한다. 빅맨만 선발할 수밖에 없는 현 제도에서 10개 구단 모두 비슷한 농구를 펼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최 위원은 또한 “금액 제한 역시 아쉽다. 프로스포츠에서 평준화 및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건 넌센스라고 본다. 성적을 위해서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돈이 없어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게 비정상인가? 정상적인 일이다. 투자를 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 그저 각 구단이 가질 책임의 문제다. 그걸 제도로 막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지난 시즌 2m 이상 선수들이 KBL에 올 수 없다는 제도가 도입될 당시부터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던 김승현 해설위원은 “최소 195cm에서 최대 210cm 정도의 선수들만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무조건 빅맨들만 올 것이란 보장은 없다. 크고 빠른 테크니션도 충분히 선발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된 테리코 화이트처럼 준수한 신장에 내외곽이 가능한 자원이라면 여러 팀에서 눈독을 들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8-2019시즌은 라건아(현대모비스)의 세상이 됐다. 너무 한쪽만 압도적이면 재미가 없어진다. 신장제한의 폐지로 더 재밌어질 KBL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기윤/아시아리그 팀장
마지막으로 한가지 ‘시각’을 더 빌려보았다. 지난 2년간 여름마다 마카오에서 ‘서머 슈퍼 8’을 개최해온 아시아리그의 한기윤 팀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구단의 통역이자 전력분석원으로서 오랫동안 리그에 몸담아왔고, 또 아시아리그의 일원으로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여러 리그와 교류해온 입장에서 점프볼 독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의견이 있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사실 완벽한 외국선수 제도라는 건 존재하기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평가 내릴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나라는 2명 보유 2명 출전, 2명 보유 1명 출전, 심지어 아예 제한이 없는 리그도 있다. 아시아권에선 대부분 2명 보유 2명 출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최근의 대만까지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전혀 낮지 않다. 각 리그의 사정에 따라 외국선수 제도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게 완벽 혹은 실패라는 평가를 쉽사리 내릴 수는 없다”고 전제를 두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KBL이 국내선수들의 비중을 키우고 떨어진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제도를 수정했다면 정확한 기준 아래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3시즌 동안 이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한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완벽한 외국선수 제도는 없지만, 최대한의 긍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와야 한다. 아직 첫발을 디디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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