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21번째 코트사이드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대학농구 무대에서 만났다. 프로라는 꿈을 향한 대학 선수들의 열정이 매 경기 코트에 스며드는 가운데, 이를 더 뜨겁게 팬들에게 전하려는 이가 있다. 어느덧 대학농구 중계 3년차를 맞이한 박재범 캐스터가 바로 이번 주 코트사이드의 주인공이다.
#PD를_꿈꿨던_대학시절 #더_늦기전에_잡은_마이크
“모든 학생들이 비슷하듯 저도 책상에 앉아있는 것보다 밖에서 공을 차고, 농구, 야구를 하는 게 더 좋았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학교를 끝나고 집에 가면 낮 시간에는 TV에서 해주는 스포츠 중계도 많이 봤고요. 항상 스포츠와 가까이 있었어요.” 박재범 캐스터가 돌아본 스포츠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던 그의 유년 시절이다.
대학시절까지 부산에서 보낸 그는 신문방송을 전공했다. 아나운서, 캐스터의 꿈을 처음부터 꾼 건 아니라는 그는 “처음에는 PD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 사촌 형이 PD를 하다가 지금 영화감독을 하고 있거든요. 나이차가 좀 있는데, 어릴 때부터 형을 보며 저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거죠”라며 자신의 꿨던 꿈도 돌아봤다.
그렇다면 현재의 길은 어떻게 걷게 됐을까. 그는 “누구든 대학에서 전공을 시작해도 막상 다시 고민이 많아지잖아요. 제가 꿈꿨던 길이 좋아 보이면서도 힘들어보였거든요. 일단 기본적으로 신문방송을 공부하면서 스피치를 배우게 되고, 마침 아나운서 분야와 관련된 교수님이 제의를 해주셨었어요. 처음에는 말하는 걸 잘 배워놓으면 뭘 하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저희 과에서 부산 출신 치고 사투리가 가장 약했던 게 저였던 것 같아요”라며 웃어보였다.
한 사내 방송국에서 아나운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늦기 전에 더 큰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31살 때 사표를 냈다. “경쟁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차게 서울에 올라왔는데 처음에는 불합격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프리랜서가 됐는데, 인연들을 통해 스포츠 쪽으로 오게 됐어요. 예전부터 만약 중계를 하게 되면 스포츠계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어릴 때부터 많이 따라 하기도 했거든요. 옛날에는 라디오 중계에서 전화연결을 해 청취자에게 중계를 해보라는 코너도 있었답니다.”
그렇게 스포츠계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2015년 핸드볼 중계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처음에는 중계 일정이 펑크가 나면 메우러 들어가는 식이었죠. 그러다 재미를 느꼈고, 계속 일을 이어가다보니 다른 종목과도 연을 맺게 됐어요. 직접 해보니 저는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같은 역동적인 종목들이 잘 맞더라고요. 오래 하다 보니 처음 중계 시작할 때 중학생이었던 선수가 이제는 스무 살이 됐어요”라며 ‘캐스터’ 박재범의 시작을 알렸다.

#홀로서기했던_대학농구_첫중계 #선수들의_열정이_기억에남아
캐스터로서 경험치를 쌓기 시작한 그는 2017년이 돼서야 대학농구 무대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해설위원이 없이 캐스터 홀로 중계를 진행했다고. “처음에는 혼자 중계를 해서 막막했었죠.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한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면 혼자 내레이션을 하는 분도 있으시잖아요.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또 핸드볼 중계를 2년 정도 하면서 내공이 생긴 것 같았어요. 핸드볼은 메이저 종목이 아니라서 하루에 몇 경기씩 중계를 할 때도 있었거든요. 외롭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 내공으로 버텨냈어요.”
지난해 중계부터는 경기 후 승장 및 수훈선수 인터뷰까지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고민도 많아졌다는 박재범 캐스터. 그는 “작년부터 중계만 하는 게 아니라 인터뷰도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저보다 한참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고민이 많아졌죠. 마음처럼 결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특히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면 단순히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전하고 싶은 진심을 말할 수 있게 질문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이에 고맙다고 말해주는 선수들도 있었죠”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기억에 남는 중계를 묻자 그는 “쌩뚱맞긴한데…”라며 입을 열었다. “작년에 여대부 한림성심대의 경기에서 채송미 선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뛰었던 경기가 있었어요. 실업 진출 경력으로 리그에 뛰지 못하다 팀에 인원이 없어 경기 당일 출전이 결정됐었는데, 그동안 벤치에만 앉아있던 게 안쓰러웠거든요. 그래서 그날 경기 후 인터뷰를 했는데, 간절함이 느껴졌었어요. 코트에 발을 들여서 기뻐하는 모습과 맘처럼 플레이를 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모습을 동시에 봤었는데, 기억에 가장 남아요.”
한편으로는 꿈을 꾸는 선수들의 열정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중계환경의 발전도 바랐다. “환경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죠. 그래도 재밌으니까 이겨내는 것 같아요. 중계 환경이 조금 더 갖춰진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핑계이긴 하지만요(웃음).”

#정말_오래하고_싶어요 #열정넘치게_따뜻하게_열심히
처음 꾼 꿈은 아니었지만, 이제 스포츠 캐스터는 그의 천직이 됐다. “하루에도 수천 번씩 하는 생각인데, 중계는 정말 오래하고 싶어요”라며 시선의 끝을 멀리 옮긴 박재범 캐스터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꾸준히, 가늘고 길게 하고 싶어요. 다른 일보다는 중계가 가장 재밌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루라도 더 중계를 할까 고민을 하거든요. 어떻게 더 잘할까라는 고민은 물론이고요. 제가 대학농구 중계를 할 때 기록까지 손수 정리해가면서 많은 내용을 준비하는데, 그런 내용들이 경기 당일에 맞아떨어지면 뿌듯하기도 해요. 그런 재미를 느끼면서 오래 마이크를 잡고 싶어요”라며 바람을 전했다.
그런 박재범 캐스터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은 ‘시바사키 말실수’로 유명한 이재형 캐스터. 그는 “제 첫 스승이세요. 수업을 들었었는데 성향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이재형 캐스터의 중계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애정이 정말 좋아요. 아, KBS N의 신승준 캐스터님은 밥을 많이 사주세요. 하하. 두 분 모두 배울게 정말 많은 분들이세요. 또, 이호근 아나운서도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종목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게 남다른 것 같아요. 직접 컨텐츠 제작을 하기도 하니까요. 저도 열심히 따라해 보려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라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도 두 개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현장의 열기를 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핸드볼에서는 ‘핸썸보이즈’, 농구에서는 ‘꽃보다 여농’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는 “핸썸보이즈는 ‘핸드볼과 썸타는 남자들’이란 뜻이에요. 제가 지은 건데 너무 잘 지은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는 협회 SNS를 통해 간단한 활동을 하는 정도였는데, 현직 전력분석관들과 손을 잡고 핸드볼 팬들을 위해 팟캐스트를 시작한 거죠.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이 보람, 자부심을 느끼기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꽃보다 여농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제 친구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녹음을 하고 있어요. 제가 극동대 이종애 감독님을 섭외하면서 합류하게 됐는데, 부족한 여자농구 컨텐츠를 살리기 위함이었어요. 꽃보다 여농을 진행하는 덕분에 현장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라며 코너의 설명도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따뜻하고, 열정이 넘치고, 열심히 하는 캐스터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현실을 생각했을 때 제가 엄청 성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목소리 자체가 약간 허스키해서 교과서적인 목소리가 아니거든요. 그것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열심히 하는 건 자신 있어요. 특히, 선수들에게 제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인정받고 싶어요. 그럴 때까지 오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포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사실 제 인생에 남았으면 하는 어떤 한 장면은 생각을 잘 안 해봤던 것 같아요. 그저 가늘고 길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중계를 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지금 딱 생각이 드는 건, 종목을 불문하고 지금 제가 중계할 때 코트에 있는 선수들이 최고의 무대의 섰을 때 그 경기도 제가 중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큰 무대를 중계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꿈은 꿀 수 있잖아요. 그런 순간이 제 인생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 영상촬영_ 김용호 기자
# 영상편집_ 주민영 에디터
# 사진_ 김용호, 손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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