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코트사이드의 22번째 주인공은 전력분석이다. 지난 3월 프로구단 전력분석을 소개한 바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이를 만나봤다. 무대 자체도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인데다, 보통의 케이스인 ‘선수 출신’이 아닌 비선출이다. 지난해부터 중앙대에서 함께하고 있는 박병규(22) 전력분석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를 좋아했던 그가 농구에 푹 빠져버린 스토리. 함께 들어보자.

#우연히_봤던_NBA경기 #선수라는_배우_시나리오를_쓰고싶어서
비선출 전력분석이라는 타이틀도 생소하지만, 더 호기심을 갖게 하는 건 그가 중앙대 학생도, 체육관련 전공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박병규 전력분석은 현재 숭실대 중어중문학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14살 때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며 자신의 유년 시절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국으로 유학을 갔었어요. 그리고 우연히 인터넷에서 LA 레이커스의 경기를 보게 됐죠. 그게 농구와의 시작점이었어요. 한 번 보니 푹 빠져버려서 매일 5~6시간씩은 방과 후에 농구를 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혼자 일지도 써봤었어요. 그렇게 지내다 고2때 다시 한국에 왔는데, 학교 농구 동아리를 찾아가서 선수가 아닌 코치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NBA를 오래 봤다보니 제가 아는 패턴들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거든요. 처음 써서 먹혔던 전술이 엘리베이터 스크린이었는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흥미가 컸던 만큼 직접 농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코칭에 더 흥미를 가진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일단 제가 농구에 적합하지 않은 피지컬이에요(웃음). 노선을 일찍 정한 거죠. 전술이 너무 재밌는데, 마치 연극의 시나리오를 쓰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늘 코트는 무대라고 생각하고, 5명의 배우들이 자신 있고 자유분방하게 약속된 시나리오를 이행하는 게 농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것저것 준비한 게 코트에서 발현되는 게 너무 신기했던 거죠. 근데, 어머니는 엄청 의아해 하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4대 리그 선수들을 다 외울 정도로 축구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그래도 한 번 흥미가 생긴 농구가 너무 좋았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열정이 넘쳤던 그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거리낌이 없었다. 한국에 돌아온 박병규 전력분석은 본지 손대범 편집장과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예전에 ‘파울아웃’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실 때 정말 많이 들었었어요. 중국에서는 영상 중계가 안돼서 듣는 걸로 만족해야 했거든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그렇게 파울아웃을 듣다가 고2때 2월의 마지막 날, ‘우리 동네 예체능’에 나오신걸 봤어요. 점프볼 잡지를 늘 챙겨보기도 했는데, 방송을 보면서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조언을 듣고 싶어 무작정 메일을 보냈었어요. 제가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도 파울아웃에서 다시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거기에 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이어 그는 “지난번에 연세대로 원정을 갔을 때 우연히 손대범 편집장님과 사진을 한 장 같이 찍혔었어요. 그 사진을 보니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제가 우러러보던 분이 제가 준비한 경기를 해설하신다는 게 말이죠. 그래서 많은 힘과 뿌듯함을 얻고 버티는 것 같아요. 정말 드라마 같아요. 사진을 보면 마냥 행복하고요. 그 사진을 찍어주신 누나가 중앙대의 팬이신데, 저에게 사진을 보내주실 때도 힘을 많이 얻어요. 지금이 젊음만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폼 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순간을 남겨주셔서 그 분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아버지_박재한과의_인연 #양형석감독의_무언의_오케이사인
이렇게 농구에 열정이 넘친 그가 중어중문학과로 향한 이유 또한 궁금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체대에 떨어졌어요”라며 멋쩍게 웃어 보인 그는 “사실 불합격하고 지금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농구를 포기했었어요. 제가 꿈꿨던 코칭과 관련된 분야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기자나 브랜드 회사 취직, 멀리는 제가 또 좋아하는 철학 공부까지 고려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흔치 않은 대학리그 전력분석으로 활약 중이다. 이 길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박 전력분석은 “중,고등학교 때 꾸준히 농구를 봐왔던 게 결국 운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초등학교 동창이 중앙대 안성캠퍼스에 다니는데, 그 친구가 있는 농구 동아리가 중앙대 농구부가 쓰는 체육관을 같이 써요. 그래서 친구가 선수들과 친분이 있었죠. 아, 그리고 제가 원래 안양 출신이라 중국에 있을 때도 겨울방학마다 한국을 오면 꼭 KGC인삼공사의 경기를 보러갔었어요. 그러다 보니 우연하게 친구를 통해 (박)재한이형을 소개받게 된 거죠. 그렇게 다시 농구와의 인연이 시작됐어요”라며 박재한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박재한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자신이 꿈꾸며 한 발씩 내딛었던 길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깨닫기도 했다고. “여태까지 저 혼자 뭔가를 하면서 검사를 받거나 배울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재한이 형은 물론이고 (박)지훈이 형과 얘기를 나누면서 제가 걸어온 길이 맞았다는 생각을 했죠. 제 열정에 대해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셨고요. 그래서 언젠가 올 기회를 잡으려고 계속 준비 중이었어요.”
기회를 찾던 박 전력분석은 2017년 11월, 고양체육관에서 2019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이 열릴 당시 대표팀 전력분석으로 활동했던 류상준 농구인생 대표의 기사를 접하게 된다. “이거다 싶었죠”라며 미소 지은 그는 “원래 소심하고 용기가 없는 편인데 일단 연락부터 드렸어요. 나름 포트폴리오도 준비해서 보내드렸는데 만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 상황을 모두 말씀드리니 도와주겠다고 하셨죠. 그렇게 그 해 12월부터 다음해 2월 정도까지 매번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러다 류상준 대표님이 본업으로 돌아가시고, 저는 재한이형이 중앙대 전력분석을 해볼 생각 없냐는 말을 해줘서, 양형석 감독님을 찾아가게 된 거죠”라며 시선을 중앙대로 옮겼다.
양형석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상한 박병규 전력분석은 “처음에는 저한테 의문을 가지셨던 것 같아요. 경력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선수 형들도 어려워하는 감독님이었기 때문에 스스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어요”라며 중앙대 전력분석으로서의 시작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첫 만남에 식사를 한 후에 제가 무작정 가방에 옷만 챙겨서 안성을 찾아갔었어요. 그리고 첫 비디오 미팅을 들어가게 됐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저에게 제 생각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농구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사실 저처럼 찾아온 사람이 많았는데, 4학년 주장(박재한)이 데려왔다는 것에 믿음이 있었다고 하셨죠”라고 덧붙였다.
양형석 감독이 전력분석으로 함께하겠다는 공식적인 오케이 사인은 없었다고 한다. “특별히 말씀을 하시지는 않으셨어요. 그저 저를 계속 비디오 미팅에 함께하게 해주시고, 제 의견을 선수단 운영에 반영해주시는 걸 보면서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첫 미팅이 더 잊혀지지 않아요. 같이 경기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꿈같은 일이었던 거죠.” 박병규 전력분석의 말이다.

#매_순간이_기억에_남아 #비선출만의_다양한_시각으로
2018년 3월 8일 고려대와 중앙대의 2018 KUSF 대학농구 U-리그 공식 개막전. 박병규 전력분석이 공식적으로 중앙대의 벤치에서 함께한 건 5월 2일 동국대전이었지만, 그는 개막전부터 선수들에게 알토란같은 도움을 줬다. “고려대와의 개막전 때는 전력분석을 했다기 보다는 (김)세창이, (이)진석이한테만 장태빈, 박정현에 대한 영상을 보내주면서 얘기를 전해줬어요. 그런데 그날 생각보다 봉쇄를 잘해서 ‘나도 정말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했던 거죠. 제가 어떤 포지션이든 선수단 벤치에 있는 게 꿈이었는데,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운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전력분석이라 생각한 거죠. 그렇게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어요.”
지난해를 돌아보며 현재의 자신으로 시선을 옮긴 그는 “2년차가 되니 제가 전력분석으로서 선수들에게 어떤걸 해줘야하고, 또 어떤 부분은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닌 그저 선수를 믿고 기다려야한다는 걸 구분하게 됐어요. 감독님과도 상호작용이 많아지면서 대화가 늘었고요. 감독님이 저에게 의견을 여쭤보시는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것만큼 확실한 믿음이 없는 거잖아요. 미팅 시간에는 제가 원사이드하게 미팅을 주도할 수 있게 해주시고, 후에 저한테 의견을 또 여쭤보시거든요. 감독님은 제 의견이 필요 없을 수도 있는 자리에 계신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 물음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양형석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런 양 감독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박 전력분석은 “많은 지도자분들을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저에게 기회를 주셨잖아요. 첫 발걸음을 내딛게 허락해주신 분인데, 그 허락이 얼마나 일어나기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어요. 이 인터뷰도 감독님 덕분에 만들어진 기회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은인이세요. 아! 그리고 제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재한이 형도 제 시작점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제 존재가 팀의 매 경기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요”라며 가장 가까운 목표를 전한 그는 궁극적으로 프로무대 진출도 꿈꾼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프로 지도자’라는 구체적인 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한 시즌을 치르면서 생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단다.
박병규 전력분석은 “작년에는 꿈에 조금 다가갔다는 행복감 때문에 현실파악을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꿈을 말했던 것 같기도 해요. 여전히 프로 지도자에 대한 생각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 꿈을 묻는다면 ‘농구 코트에서 하루하루 악착같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답하려고 해요. 노력하는 삶을 사는 거죠. 이런 삶이 선행되어야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지도자의 꿈에 다가갈 수 있다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꿈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자신을 바라봐 줄 이들에게 “비선출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농구를 더 넓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승리를 위해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박병규 전력분석’을 그렇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진심 어린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지금 중앙대 전력분석이라는 제 포지션에서 팀이 우승을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위치에서든 이런 큰 대회에 참가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전력분석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한 번 들어보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앞으로 나아갈 커리어에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 영상촬영_ 김용호 기자
# 영상편집_ 송선영 에디터
# 사진_ 김용호 기자, 박병규 전력분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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