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오는 예비 프로들이 쓰는 취업이력서. 아홉 번째 주인공은 한양대 주장 박상권(F, 194cm)이다. 어릴적 장신자 프로그램에 뽑힐 정도로 일찍이 자란 신장에 주목을 받았던 박상권.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었지만, 동기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부지런히 다시 달리면서 그는 ‘육상농구의 진수’ 한양대의 캡틴이 됐다. 프로농구 성실함의 대명사 양동근과 조성민을 본받겠다는 박상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축구 열풍 속 농구에 재미들린 소년
박상권은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축구 열풍이 불 때 농구를 시작했다. 신장도 꽤 컸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인헌초 농구부에 들어오게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2006년에 월드컵으로 축구가 인기를 끌었는데 저도 농구는 생각지도 않았거든요. 농구공을 만져 본 적도 없고. 그러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농구공을 잡았는데 재밌는 거예요. 하겠다고 했죠.”
초등학교 4학년 때 신장이 딱 160cm. 그는 2007년 2월, KBL이 키 큰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농구선수 장신자 발굴 프로그램’에 뽑혔다. 기량 발전과 용품 지원 등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프로 선수들이 뛰는 무대를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박상권의 기억에도 뚜렷했다. “그때 (장신자 캠프에 뽑힌 학생들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와 전자랜드의 경기를 단체로 보러 갔었어요. 프로 선수들이 경기에 뛰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라며 과거를 회상한 그의 첫 포지션은 센터. 하지만, 인헌초의 전력이 좋지 못해 이기는 날보다는 지는 날이 더 많았다. 이에 박상권은 경기 출전에 의미를 두며 인헌초를 그의 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그가 농구에 눈을 뜬 건 광신중으로 진학하고 나서부터다. “훈련도 타이트해졌고, 형들의 신장이 크다 보니 힘들었는데, 1학년 때 (원)종훈이 형이 학교 전학 징계로 못 뛰어서 제 출전 시간이 늘어났어요.” 포지션을 바꾼 것 역시 그에게 있어서 농구선수로서 성장하는데 시발점이 됐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속공, 돌파 등을 무기로 장착한 그는 2학년 때 농구를 그만두겠다며 ‘가수가 되겠다’, ‘공부를 하겠다’, ‘그림을 그리겠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소위 중2병까지 겪었다. 하지만, 하상윤 코치가 그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박상권은 “중학교 3학년 때 동기들이 다 그만두면서 저만 남게됐었어요. 그때 코치님이 가드부터 포워드, 센터까지 모든 포지션을 다 시키셨는데, 그때 농구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2. BEST GAME : 2013년 FIBA U16 아시아선수권, 2015년 농구대잔치
당시 그를 지도한 광신중 하상윤 코치는 “상권이의 몸이 상당히 좋았다. 나는 외곽에서 플레이하게 하려고 해서, 드리블 훈련을 많이 시켰다. 볼을 치고 나가는 훈련, 외곽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 연습을 많이 했는데, 종훈이가 같이 뛰었을 때 좀 더 좋은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패스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하는 플레이에서 둘의 호흡이 좋았다”라고 청소년 시절 박상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후 박상권은 2013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FIBA U16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에도 뽑혔다. 그가 지금까지 뽑은 농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이때. 박상권은 “다른 학교 선수들이랑 훈련하다 보니 재밌었어요. 당시 잘하던 선수들이 전학 징계를 받으면서 전력이 약체로 평가됐는데, 저희끼리는 그런 이야기에 신경 안 쓰고, 재밌게 운동했어요”라며 웃어보였다.
광신중에 이어 광신정산고를 졸업한 박상권은 본인의 속공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한양대로 진학했다. 입학 전부터 임팩트는 있었다. 입학예정자로 뛰었던 2015년 농구대잔치에서 윤성원(DB)과 원투펀치를 이루며 한양대의 주축으로 도약한 것. 당시 명지대 전에서는 20득점으로 활약하며 69-52, 한양대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후 박상권은 평균 20분 가량 코트에 투입되며 주전급으로 활약했지만, 2018년 들어 그의 기록이 급작스레 멈췄다.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 재활에만 한 시즌을 보낸 것이다. “복귀해도 선수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못 보여 줄텐데…”라는 주변 이야기가 들려오자 스스로도 압박감에 시달렸다.
“주변에서 농구를 하지 말랬어요. 십자인대 수술을 한 후에 제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없다고요”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은 박상권. 그가 다시 재기하는 데는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박상권은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부모님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재활하면 ‘쉬러 다닌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부모님한테 죄송한 마음이 컸죠.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부상을 당했으니…”라며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경력사항
- 2013년 U16 남자농구대표팀
# 대학리그 정규리그 기록
- 2016년 14경기 평균 7.1득점 3.3리바운드 0.3어시스트 1.1스틸
- 2017년 13경기 평균 9.8득점 4.3리바운드 1.2어시스트 0.8스틸
- 2019년 10경기 평균 12득점 4리바운드 1.4어시스트 1스틸(6월 11일 기준)
# 박상권의 THE BEST GAME,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보기
#3. 양동근-조성민 선배님의 자세 본받을거에요
2019년 3월 21일, 박상권은 연세대와의 2019 KUSF 대학농구 U-리그 첫 경기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26분 47초를 뛰며 9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코트로 돌아왔다. “작년 11월 팀 훈련에 합류했는데, 엄청 무서웠어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박상권. “재부상을 당할까봐 걱정을 많이했는데, 그래서 동계훈련을 더 열심히 했어요. 감각도 되찾아야 했고, 무릎도 관리를 해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주장까지 맡아서 책임감이 강해졌고요”라고 덧붙이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장으로서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1년 만에 대학리그를 뛰는 것이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은 필수. 그러면서 그는 3점슛에서도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박상권은 “동계 훈련을 마치고, 슛이 안 들어가서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서 새벽 훈련을 시작했어요. 하루에 천 개 정도 슛을 던졌는데, 경희대 전(4월 24일), 건국대 전(5월 2일)에서 3개씩 넣었거든요. 지금도 슛 연습은 계속하고 있고, 반드시 해야 해요”라고 개인 발전에 채찍질을 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한 박상권. 그는 “프로팀이랑 연습 경기를 하면 형들 한 명 한 명이 절실해보였거든요. 롤 모델이 양동근, 조성민 선배님인데, 운동할 때 자세에서 본받을 게 정말 많아요. 오창환 코치님이 프로팀에 있었을 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두 선배님 모두 슛 하나 던질 때도 절대 서서 안 던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설렁설렁은 없다고. 저 또한 그런 부분을 본받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한양대는 오는 12일 상명대와의 홈경기로 대학리그 전반기를 마치는 가운데 박상권은 지난해 끊어진 팀의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 기록(8년)을 다시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시즌 시작 전에 저희 조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등이 있어 죽음의 조라고 했잖아요(웃음). 그런데 시즌 초반에는 중앙대, 최근에는 경희대를 잡으면서 주목을 받았어요. 감독님이 승패를 떠나서 작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라고 말씀하셨는데, 조금이라도 그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에요.” 팀의 선전 비결을 전한 박상권은 끝으로 “올 시즌에는 부상 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겠다”라며 다시 한 번 목표를 되새겼다.
# 사진_ 점프볼 DB, 홍기웅 기자
# 영상_ 김남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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