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오는 예비 프로들이 쓰는 취업이력서.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한양대 블루워커 이승훈(F, 195cm)이다. 농구선수로서 구력이 짧아 아직 그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승훈이 누구야’라는 물음에 그는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자신의 좌우명을 언급하며 마지막까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자신을 알릴 것이라 힘줘 말했다.
#1. 농구가 좋아서 버텼던 3년
이승훈은 중학교 3학년 때서야 농구부에 들어갔다. 그전까지 공부를 그럭저럭해냈다는 것이 이승훈의 말. 하지만 농구부 생활이 좋고, 재미도 붙여 2011년, 본격적으로 농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하태영 코치(김해가야고)님이 키 큰 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 찾아오셨었어요. 그때 김해 가야고 선수 명단을 들고, 대학 진학 이야기까지 해주셨죠. 그전까지만 해도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으로만 성적을 매기면 반에서 1등을 하는 성적이었어요. 꽤 잘했죠. 그런데 암기 과목은 꽝이었거든요. 체중 감량도 필요해서 농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결국 그 길이 제 길이 됐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탓에 이승훈은 유급을 결정하며 기본기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김해 가야고도 약체, 그 역시도 농구 구력이 짧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는 역부족이었다. 공식 첫 경기는 2013년 연맹회장기. 공두현, 유태민, 박찬영 등이 뛰는 홍대부고와 맞붙어 김해가야고는 63-86으로 패했다. 그의 기록은 23분간 5득점 10리바운드.
이승훈은 “엄청 떨고 아무것도 못했던 경기로 기억해요(웃음). 그때 (남)영길이 형(현대모비스)이 있었는데, (이)대성이 형과 운동을 많이 했었어요. 전 그런 영길이 형을 따라다니면서 연습을 많이 했고요. 대성이 형이랑 운동을 같이 할 수준은 안 됐거든요”라며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이후 곽정훈(상명대)이 후배로 들어오며 앞선 보강을 마쳤지만, 김해가야고 타이틀앞엔 ‘분전’이란 단어가 늘 따라다녔다. 더 나은 환경에서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그는 졸업할 때까지 한 곳에서 자리를 지켰다.
“제가 운동할 때는 김해가야고가 그렇게 약팀인 줄 몰랐어요. 최하위팀이었죠. 전학을 갈 수도 있었는데, 그게 멋인 줄 알았어요”라고 씁쓸하게 웃은 그는 “그래도 경기 경험만큼은 많이 쌓을 수 있었어요. 3년 동안 거의 풀타임으로 뛰었죠. 3학년 때는 6~7명으로 대회에 나서가도 했고, 부상으로 두 명이서 운동을 할 때도 있었어요. 수도권 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팀이 좋고, 농구가 좋아서 계속 농구부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2. BEST GAME : 대학생 이승훈이 첫 승을 기록한 그날
근성 있는 플레이가 장점이 된 그는 한양대로 향해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식스맨은 커녕 벤치 신세가 됐다. 1학년 때는 정규리그에 나서지 못했고, 2학년이 되어서야 7경기를 뛰었지만, 평균 출전 시간은 8분 미만.
“전 사실 지금까지 농구를 못할 줄 알았어요. 대학교 중간에 농구를 그만 둘 거라 생각했죠”라고 벤치 생활을 돌아본 이승훈은 부모님이 버팀목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다 3학년 때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그에게 기회가 왔다. 2018시즌을 앞둔 동계 훈련에서 박상권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배경식도 초반 발목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해 개막전부터 BEST 5가 됐다.
부상 선수가 많았던 만큼 초반 팀 성적은 좋지 못했다. 정재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에게 내리 잡히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반전을 꾀한 건 시즌 네 번째 경기만이었다. 단국대와의 경기에서 한양대는 7명이 출전해 단국대를 82-80으로 꺾었다. 당시 김기범의 신들린 듯한 슛감(3점슛 6개 포함, 39점)이 주목받았지만, 그 뒤에는 이승훈(7득점 6리바운드 4블록)을 비롯해 박민상, 김윤환 등이 뒤에서 받쳐준 힘이 든든했다.
이승훈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이 경기다. 한양대의 2018년 첫 승리이기도 했지만, 그가 한양대에 입학해 주전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첫 승을 기록한 경기가 됐기 때문. 이승훈은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경기였죠”라고 당시 경기를 회상하며 “사실 마지막에 질 뻔한 위기도 있었어요. 저 때문이죠. 윤원상에게 제가 앤드원을 줬거든요. 그날 제가 4블록을 기록해서 컨디션이 좋아서 막아보려다 추가 자유투를 내준 거죠. 그래도 (3학년)첫 승을 챙겨서 기뻤고, 분위기가 조선대와의 경기까지 이어져서 기뻤어요”라고 말했다.
# 대학리그 정규리그 기록
- 2017년 7경기 평균 7득점 2리바운드 0.5스틸
- 2018년 16경기 평균 15.5득점 9.7리바운드 0.7스틸
- 2019년 11경기 평균 7득점 4리바운드 0.8어시스트(7월 24일 기준)
# 이승훈의 플레이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보기
#3. 책임감 더해진 2019년, 단점 보완 중에 한창
지난 시즌 한양대의 정규리그 성적은 2승 14패. 올 시즌에는 전반기 4승을 거두며 한양대는 9위에 자리해있다. 대학생 이승훈이 뛰면서 거둔 성적이 6승밖에 되지 않으니 그의 이름이 농구 팬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프로 진출을 앞두고 있어 스스로도 조급해질 수 있을 시기.
한양대 정재훈 감독은 “승훈이가 4학년으로서 수비적인 부분이나 궂은일에 신경 쓰면서 고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토킹을 하면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이끌고 가는 부분이 달라졌다. 공격에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골밑 플레이, 미들슛에서 장점을 보인다. 올 시즌 팀워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4학년이 된 이승훈을 소개했다.

그 역시도 정 감독이 말한 부분을 장점으로 소개하며 보완해야 할 점을 체력과 자신감을 꼽았다.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서도 형들에게 참교육(?)을 받고 있다는 이승훈. “종별선수권 대회에 나서기 전에 SK 김우겸, 오리온 장재석 형과 맞붙었는데, 웨이트에서 차이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알려주시면서 가드와 2대2 플레이를 잘 알려주세요. 제가 1대1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보니 가드들에게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는 걸 잘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프로 데뷔 준비에 한창임을 알렸다.
아직 프로 관계자들은 물론 농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는 남아있다. 현재는 종별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이며, 대회 직전 눈썹 부위에 부상을 당했지만 헤어 밴드를 하고 부상 투혼을 보이며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는 더블더블(19득점 10리바운드, vs 울산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승에 도전 중인 종별선수권이 끝나면 8월 중순에는 MBC배, 9월부터는 정규리그 후반기가 시작된다. 1대1 능력 보완과 드리블 훈련에 매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승훈. “프로에 간다면 4번(파워포워드)로 뛰어야 할 것 같아서 그에 맞는 훈련들을 하고 있어요. 드리블도 하고, 가드들이 막혀버리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줄기 때문에 제가 스스로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보려고 해요”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하며 앞을 내다봤다.
# 사진_ 점프볼 DB, 박상혁 기자
# 영상_ 김남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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