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서울/민준구 기자] “한 번 겪어보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요.”
29일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미디어데이. 오는 8월 31일부터 대혈전을 펼칠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거에 비해 젊어진 대표팀, 그들의 패기 넘친 표정은 미래를 밝게 했다. 그러나 5년 전 스페인에서의 아픔을 경험한 남자들은 다소 복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5년 전, 스페인에서 열린 2014 스페인농구월드컵은 대표팀에게 있어 하나의 기회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전지훈련 개념으로 여겨졌지만, 1998 그리스세계선수권 이후 16년만에 진출한 세계대회인 만큼 기대감도 있었다. 오랫동안 우물 안 개구리로 있었던 대표팀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궁금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참혹했다.
대표팀은 앙골라 전을 시작으로 호주,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멕시코에 연이어 패배했다. 1승 상대로 여겨진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최악의 부진 끝에 패배를 맛봤고, 이후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유종의 미를 꿈꾼 멕시코 역시 높은 벽을 자랑했다. NBA리거 구스타보 아욘이 어깨 통증으로 결장했음에도 패하고 만 것이다.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12명의 선수 중 5년 전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건 양희종과 박찬희, 김선형, 김종규 등 총 네 명이다.
김종규는 “한 번 부딪혀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세계의 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떠난 스페인에서 정말 힘든 경험만 하고 왔다”고 회상했다.
박찬희 역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끌려다니기 시작하니까 답이 없더라. 힘들었던 기억만 있다”고 동의했다. 양희종은 “한마디로 영혼까지 털렸다. 그만큼 힘든 상대들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선형은 “내 스타일대로 공격을 했고, 잘 먹혔던 기억이 있다. 다만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즐겨 하는 농구가 통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만날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는 5년 전의 상대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상대들이다. 오히려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한 팀들은 아니다. 마누 지노빌리, 안드레이 키릴렌코 등 과거 시대를 호령했던 슈퍼스타들은 없지만, 더 짜임새 있고 조직적인 팀들인 만큼, 또 한 번 세계의 벽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나이지리아 역시 조직적인 면에서는 크게 뛰어나지 않지만, 현역 NBA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특히 최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조시 오코기가 FIBA의 월드컵 등록 허가를 받으면서 전력 자체가 달라진 상황이다. 김상식 감독이 현실적인 목표로 나이지리아를 1승 상대로 꼽았지만, 이뤄지기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5년 전과 비교해봐도 이번 대표팀의 준비 기간은 물론 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5년 전, 월드컵 멤버들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베스트였다. 조성민과 문태종이라는 슈터를 갖추고 있었고, 김종규와 이종현이 골밑을 버티고 있었다. 위기 때마다 나선 김선형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함께 준비하는 만큼 지원도 대단했다. 미국 전지훈련은 물론 뉴질랜드와의 국내 평가전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짧은 소집 기간, 윌리엄 존스컵을 제외하면 손발을 맞출 기회가 없던 현재의 대표팀과는 질이 달랐다. 4개국 초청대회가 준비 중이지만, 그 이전에 도움이 될 기회가 없다는 게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결국 해답은 대표팀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스타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양희종은 “과거 NBA 선수들은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노련해졌다고 생각한다. 그 노련함으로 맞붙어볼 생각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종규 역시 “객관적인 전력상 우리가 밀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보를 상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무너뜨리면 1승을 바라볼 수 있다”고 희망을 전했다.
김선형은 “패기 넘쳤던 그때는 경험이 없어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두 번째 경험이 아닌가. 아쉬움을 지우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1승. 1994 캐나다세계농구선수권대회 이후 25년 만에 승리를 노리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정체되고 있을 때, 세계농구는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스포츠의 세계는 항상 이변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그 주인공이 우리가 될 수도 있다.
▲ 2014 스페인농구월드컵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 성적
앙골라 전_69-80 L
호주 전_55-89 L
슬로베니아 전_72-89
리투아니아 전_49-79
멕시코 전_71-87
# 사진_점프볼 DB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