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32번째 코트사이드의 주인공은 농구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한 연고지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이다. KBL 10개 구단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몇몇 구단에는 각 연고지에 농구단 사무소가 존재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연고지 소통이라면 빠지지 않는 원주 DB가 그렇다. DB의 원주 사무소에는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가 있다. DB 진수경 사원이 바로 그 주인공.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농구에 푹 빠졌던 여학생이 농구단의 일원이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농구대잔치에_빠졌던_여학생 #모든게_재밌었던_첫_출발
어릴 적부터 원주에서 자랐던 진수경 사원은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우지원 등 스타들에게 반해 열성적인 농구팬이 됐다. 그러다 프로농구가 출범하며 원주는 나래 블루버드의 연고지가 됐고, 농구장을 찾는 날은 더욱 많아졌다. 그러다 인연을 이어가게 된 건 바로 농구장 아르바이트.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아본 진수경 사원은 “원주가 프로농구 연고지가 되면서 더 푹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 농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니 너무 좋았죠. 워낙 스포츠를 보는 거 자체를 좋아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해 마케팅을 전공한 진 사원은 결국 농구에 대한 흥미까지 더해져 스포츠마케팅을 자신의 진로로 정했다고. 그는 “원래 스포츠 쪽으로의 진출을 생각했던 건 아닌데,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었고 농구를 더 좋아하게 되면서 결정했던 거죠. 2004년 쯤 TG 시절 말년에 공고가 뜬 걸 보고 바로 지원하게 됐어요”라며 자신의 출발점을 소개했다.
초창기 시절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모든 일 하나하나가 재밌었다는 게 ‘신입사원’ 진수경 사원의 말. “내 직장이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라며 말을 이어간 그는 “팬 마케팅부터 구단 운영까지 일을 배워가는 모든 과정이 재밌었어요. 분위기도 워낙 가족 같아서 모든 직원들과 친하게 지냈거든요. 모르는 것도 자세히 잘 알려주시고, 지원을 많이 해주신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미소 지었다.
벌써 15년 전의 일. 신입사원 시절 당차게 세웠던 목표를 그는 기억하고 있을까. 진수경 사원은 “15년 전이라 가물가물하긴 한데…. 일단 팬들하고 잘 소통해야겠다는 게 큰 목표였죠. 제가 팬으로서 이 팀을 지켜봐왔으니까, 사무국에 들어가게 된다면 팬들과의 소통을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실제로도 잘 했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선수별로 팬클럽도 정말 많았는데, 사무국 직원이 되면서 팬클럽과 많은 얘기를 나눴었죠. 사실 저도 팬일 때는 이런 저런 불만도 있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팬들과 많은 소통을 하는 게 사무국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라며 원주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너무나도_짜릿했던_첫_우승 #이제는_가족같은_선수들
한 자리에서 15년의 시간을 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성적으로 매 순간이 희비 교차되는 프로 구단에서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건 진수경 사원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그렇다면 긴 세월 동안 사무국 직원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그가 꼽은 최고의 순간은 입사 직후 TG가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04-2005시즌. 진 사원은 “처음 입사하자마자 통합 우승을 하는데 정말 짜릿했죠. 선수단이 그물 커팅식을 하는 걸 보는 데 너무 기쁘더라고요. 저도 해보고 싶었죠(웃음). 성적이 좋으니 팬들도 정말 많이 왔었고요. 사실 그 당시에는 그래서 티켓 세일즈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처럼 예매 시스템이 발달되지 않아서 치악체육관 사무실에 팬들이 길게 줄을 서있기도 했거든요. 제가 출근하러 사무실에 나오면 이미 엄청 긴 줄이 늘어져있기도 했죠. 그래도 그런 광경을 보면서 더 큰 짜릿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라고 짜릿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반대로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눈앞의 우승을 놓쳤을 때라고. 지난 2017-2018시즌을 돌아본 진 사원은 “사무국 직원으로서 가장 아쉬운 건 아무래도 우승을 하지 못했을 때죠. 2017-2018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하고 챔피언결정전에 가면서 우승을 위한 준비를 그 어느 때보다 정말 많이 했었거든요. 우승 기회가 너무 오랜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결국 우승 현수막도 펼쳐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단과 좋은 기억도 많지만, 그런 기억들 또한 변함없이 자리를 함께해준 팬들 덕분일 터. 그는 “워낙 오래되신 팬분들이 많잖아요. 팬들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는데, 가끔 보면 저희보다 선수단에 대한 분석을 잘하시는 분도 계세요. 원주에 이렇게 오래 있다 보니 이제는 팬들의 얼굴만 봐도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팬들과의 추억도 되살렸다.
그러면서 “나래 시절 때부터 팬클럽 회장을 하시던 팬분도 계세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한 시즌도 빠짐없이 시즌권을 구매하시고, 매일 경기장을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시죠. 구단 직원들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에요. 옛날에는 본인의 차에 팬들을 태워서 원정 응원을 다니시기도 했답니다. 그런 팬분들이 있기에 좋은 추억도 많이 쌓여온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가족만큼 오래 얼굴을 본 선수들과의 추억도 많았다. “옛날에는 신종석 선수랑 정말 친했었어요”라며 웃어 보인 그는 “옛날에는 그저 팬의 입장이었는데, 한 팀에서 자주 얼굴을 보면서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았죠. 지금은 윤호영 선수랑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서로 속 얘기도 하면서 정말 가족같이 지내고 있어요”라며 선수들과의 추억도 되새겼다.

#없으면_안될것같은_존재가_되고파 #팬들과도_더_친해지고싶어
프로농구가 20대 초반인 이 시점에 한 팀에서 15년이라는 세월이라면 그 또한 원주 농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주사무소에서는 안방마님과도 같은 그는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라며 진심을 전한 진수경 사원은 “사무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팬들과도 그렇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지금의 자리를 잘 지켜온 것 같고요. 그러다보니 자부심도 생긴 것 같아요. 비시즌에 원주에 혼자 있다 보면, 체육관 관리부터 시작해서 국내선수, 외국선수까지 여러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거든요. 무시 못 할 세월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게 어찌 보면 제 활력소가 되어주기도 하고요”라며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애정을 비췄다.
이따금씩 과하게 열성적인 팬들로 인해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인 그는 여전히 팬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아무래도 같은 자리에 오래 있다 보니 팬들과 친해지면서도, 사무국 직원으로서 지켜야할 선도 있잖아요. 그 선을 넘지 않으려다보니 저도 모르게 차가운 이미지를 만든 적도 있었어요.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거든요. 당연히 더 친해지고 싶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더 노력할 테니 차가운 모습에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많이 친해지고 싶어요”라며 소박한 바람도 전했다.
끝으로 그는 사무국 내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되새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든든한 버팀목,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사무국이 무슨 일 하나라도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인데, 그 과정 속에서 사무국 분들이 저를 든든하게 생각할 수 있게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개인적인 고민이든 업무에 관련된 거든 편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요. 이제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라. 하하. 마치 누나 같기도 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Wish on Courtside
“15년이나 이 자리에 있었지만, 앞으로도 더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그렇게 더 긴 시간이 흘렀을 때 원주에서 ‘명예 은퇴’라는 것도 해보고 싶네요. 농구장을 떠나는 날, 원주팬들과 함께 인사를 하면서 떠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 사진_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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