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만큼 그 곁에서 에너지를 뿜는 이들을 만난다. 코트사이드의 33번째 주인공은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그리고 팬들을 위해 오랜 시간 힘써오고 있는 사람이다. 시즌, 비시즌을 막론하고 1년 365일 KBL(프로농구연맹)에서 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홍보팀 이혁준 과장.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프로농구의 부활만을 위해 뛰어왔고, 지금은 더 힘차게 달리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충체육관의_신선한_충격 #터닝포인트가_된_대표팀_매니저
이혁준 과장의 학창 시절, 농구대잔치는 전성기를 맞았던 때였다. 어릴 적부터 농구, 축구, 야구가 모두 좋았다는 그는 새벽에 보고 싶은 경기가 있으면, 알람 없이도 벌떡 일어났었다고.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아본 이혁준 과장은 “제가 어릴 때는 드라마나 만화가 농구대잔치 무대에서 현실이 되는 때였어요. 또, 제가 농구부가 있는 학교(경복고)를 나왔는데, 학교 수업 중에 경복고가 대회 결승에 올라갔다며 오후 수업을 취소하고 단체로 장충체육관에 응원도 갔었거든요. 처음으로 넓은 코트가 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봤었는데, 그 박진감 넘치는 농구가 저에게 처음으로 특별하게 다가왔던 거죠.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라며 농구를 더 사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후 대학에서 체육관련 전공을 마친 이혁준 과장은 자연스럽게 진로 선택을 하게 됐다. “경기장에서 진행요원, 운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은 일이라도 소속감을 갖고 일하는 게 즐거웠어요”라며 말을 이어간 이 과장은 “졸업 직전까지도 스포티즌에서 인턴을 하고, 골프 마케팅 팀에서도 일했어요. 점점 업무 영역이 넓어지면서 책임감도 커졌죠. 그러면서 스포츠 행정 쪽으로의 진로를 생각했고, 마침 KBL에 지원을 하게 됐죠. 2008년 1월에 첫 출근을 시작했는데, 스포츠 분야에서 직장을 얻었다는 게 큰 영광이었어요. 너무 행복했죠”라고 말했다.

첫 소속은 홍보팀이 아닌 운영팀이었다. 리그 규정관리, 선수 등록, 드래프트 행사 등을 담당했던 이혁준 과장은 2010년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이 ‘국가대표운영협의회’라는 조직을 신설하면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KBL이 현장 지원도 하게 되면서 국가대표팀의 매니저로 합류하게 된 것. 이 과장은 매니저로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 예선까지 함께했다.
“대표팀 매니저 시절이 KBL에서 보낸 시간 중에 가장 감흥이 컸었어요.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한 가장 큰 경험이고 원동력이죠. 제 커리어에서 절대 뺄 수 없고요. 처음에는 현장으로 나가 일을 하니 힘들기도 하고 거리감도 있었는데, 코칭스탭,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잘 알게 됐던 것 같아요. 태릉선수촌에서 같이 합숙도 했었거든요. 유재학 감독님, 허재 감독님을 보며 많은 걸 느끼기도 했죠. 사실 연맹 직원이 선수들과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은데, 대표팀의 일원으로 있다 보니 마음에 있는 얘기도 하면서 제 생각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매니저로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순간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혁준 과장은 “결승에서 지고 은메달을 땄는데, 당시에 눈물이 왈칵하더라고요. 선수들이 왜 우냐고 놀리기도 했어요. 하하. 매니저로서 첫 대회였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 부었거든요. 대표팀 매니저로 일하는 동안 그 역할에 너무나 올인을 해서 연맹 직원이라는 사실을 순간 잊을 정도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울음이 터졌던 것 같아요. 그때 오세근 선수가 ‘매니저 형이 울어서 나도 울었다’고 인터뷰했는데 그게 저였죠(웃음). 그러면서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관중석에 있었지만, 제가 그 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간절히 응원했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많은 경험치를 안긴 매니저 생활은 이혁준 과장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KBL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제 인생에 있어서 많은 의미가 됐죠. 터닝포인트였어요. 매니저로 대표팀에 다녀온 후에는 시야가 넓어졌죠. 연맹은 농구계 전체를 아우르는 중간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 역할에 더 깊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연맹 직원으로서 업무에 대한 신념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뿌듯했던_올스타전_마네킹챌린지 #지금은_KBLTV에_온_에너지를
어느덧 KBL 입사 12년 차. 첫 부서였던 운영팀을 지나 심판부, 홍보팀까지. 그리고 다시 운영팀으로 돌아갔던 이혁준 과장은 현재 홍보팀에 자리하고 있다. “팀을 많이 옮겼는데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탄탄해진 것 같아요”라며 KBL 생활을 돌아본 그는 “팀마다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죠. 소통에 있어서도 능력을 쌓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홍보팀으로서는 물론 중립을 지켜야하는 연맹 직원의 입장에서 늘상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 과장은 “대표팀에서 처음 돌아왔을 때도 사무실에만 있으니 뭔가 허전하기도 했어요. 또, 전반적으로 스포츠가 좋아서 입사했지만 경기를 즐기면서만 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보니 연맹 직원으로서의 숙명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홍보팀으로서 경기장에서 승리하고 가는 팬들을 보면 흐뭇하지만, 패배를 보고 가는 팬들은 마음이 아프고요. 그래서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기도 해요(웃음). 누구나 재미있는 승부가 있는 게 중요하잖아요”라며 복잡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쉴틈없이 열정을 쏟아 붓는 그가 현재 위치인 홍보팀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2017년 부산에서 열렸던 올스타전이라고. 당시 지방 개최로 흥행에 성공했던 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의 경기 중 마네킹 챌린지로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이혁준 과장은 “젊은 직원들이 정말 힘차게 준비했던 행사였어요. 수많은 소통의 결과물이었는데, 마네킹챌린지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전율이 돋아요. 제가 앞장서서 정말 열심히 추진했던 기억이 나요. 후배들도 열과 성을 다해 도와줬고요. 사실 경기 중에 가능할까 싶어서 부담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1박 2일 동안 선수들한테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이벤트 세뇌를 시켰죠. 김주성 선수는 진짜 알겠으니 그만 하라고 했었어요(웃음). 결국 좋은 결과물이 나왔죠. 팬들은 물론 선수들과도 소통해서 만든 결과물이라 더 고마웠던 것 같아요. KBL 역사에 남을 한 순간이지 않을까요”라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마네킹 챌린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았던 농구영신 역시 농구만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고무적이라는 게 이혁준 과장의 말. 그러면서 아쉬운 순간은 언제냐는 질문에 ‘매사’라는 답을 내놨다. “항상 아쉽죠. 올스타전은 너무 이벤트에 신경쓰다보면 경기적인 부분을 놓치기가 쉽고요. 사실 경기에서 재밌는 요소를 많이 뽑아내기는 힘드니까요. 그래서 또 어떤 면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항상 숙제에요. 팬들이 원하는 부분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죠.”
그 소통의 과정에는 지난 시즌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KBL TV가 놓여져있다. KBL TV를 통한 뉴미디어 컨텐츠 업무를 담당 중인 이혁준 과장은 “홍보팀은 프로농구가 팬들에게 얼마나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연결고리에요. 최근에 농구 인기가 낮아지면서 그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끼죠. 그래서 최근 트렌드를 잡기 위해 KBL TV를 시작하게 된 거에요. 프로농구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함인데, 그 역할은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스타 선수를 배출해야한다는 책임감 아래 이혁준 과장과 KBL TV는 더 다양한 컨텐츠 생산을 위해 한창이다. 이 과장은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 중이에요. 누구보다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요. 예전에는 컨텐츠가 한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팬들도 컨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소통하는 쌍방향 컨텐츠를 지향하죠. 이번 비시즌에는 크블식당을 기획했는데, 팬들이 몰랐던 선수들의 모습이 나오고, 그만큼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고마웠어요. 자취방을 열어준 선수들도 있잖아요. 하하. 이제 농구 선수들이 팬들에게 친화적이라는 건 어느 종목보다 높다고 자부해요. 이제 그걸 더 알리는 게 저의 몫인 거죠”라며 다시금 자신의 역할을 짚었다.

#잘한다_보다는_열심히한다 #문제해결과정을_이끄는_리더가_되고파
연맹 전체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홍보팀으로서는 팬들과의 소통이 최우선이다. 때문에 KBL은 지난 시즌부터 ‘Voice For KBL’이라는 창구를 통해 팬들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있다. “팬 좌담회를 통해 KBL이 소통에 많은 애를 쓰고 있다”며 말을 이어간 이혁준 과장은 “그러면서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노출시키려고 했는데, 팬분들이 ‘열일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더 소통을 활발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라며 더욱 부지런해질 KBL을 약속했다.
이어 그는 “사실 잘한다고 칭찬받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KBL이 노력하고 애를 쓴다는 메시지만 전달되더라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죠. 그런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거라고 믿어요. 구체적으로 확실한 발전을 했다는 리액션까지는 아직 욕심인 것 같고,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저희 직원들의 노력이 보여진다면 다행인 것 같아요. 그것만큼 더 바라는 것도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개인적으로 목표를 잡은 건 역시 확실한 연결선, 중간 매개체다. 이혁준 과장은 “프로농구의 중앙에서 소통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돼야죠. 대표팀 매니저는 물론 KBL 내에서도 다양한 팀을 경험하면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이곳에서의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연맹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 연맹과 팬, 연맹과 구단, 연맹과 선수가 소통할 수 있게요”라며 자신의 포부를 드러냈다.
“지금도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라고 재차 힘줘 말한 그는 “선수들도 고충이 있으면 많은 연락이 와요. 구단도 그렇고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게 소명인거죠.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면 최대한 많이 도와주는 게 맞아요. 모두를 만족케 하는 건 쉽지 않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걸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혁준 과장은 “사실 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연맹은 집행부가 임기가 있다 보니 변화가 생기면 추진 과제가 바뀌기도 하고, 그러면 팬들에게 혼란을 줄 때도 있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 우리 KBL이 내부적인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고 흔들리지 않는 내일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해봐요. 저와 모두의 과제죠. 그런 바람을 가지고 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라며 힘차게 인터뷰를 마쳤다.

★Wish on Courtside
“슬램덩크를 보면 강백호가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저는 지금입니다’라는 대사를 하죠. 제가 KBL에 있는 동안 그 영광의 시대가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거죠. 이제 농구대잔치 시절을 추억만해서는 안돼요. 농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사람들과 농구 얘기를 하고, 어딜 가든 농구 경기가 틀어져 있고, 생활 속에 문화로 자리 잡는 그런 시대요. 팬들을 위해 모두 함께 치열하게 노력해서 그런 시대가 꼭 왔으면 좋겠어요. 바닥을 찍었다면 이제 치고 올라가야죠. 지금 그 과정을 위한 전환점이 왔다고 생각해요.”
# 영상촬영_ 김용호 기자
# 영상편집_ 주민영 에디터
# 사진_ 점프볼 DB, 이혁준 과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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