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같은 팀 안 할래요” 홍대부고 지은건의 다짐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3 06: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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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단 같은 팀이다.”

지난 시즌 홍대부고는 사연이 많았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춘계연맹전 예선에서 무룡고, 양정고, 휘문고와 한 조에 묶였다. ‘죽음의 조’라는 평가였다. 이전 대회 4강 팀인데 예선 탈락의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협회장기도 무룡고와 같은 조에 속했다. 다행히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결선 1라운드에서 발목을 잡혔다. 이후 연맹회장기 16강, 종별 8강에 올랐고 정현진(3년, 한양대 진학 예정)은 “우리는 계단 같은 팀”이라며 남은 대회에서 4강을 약속했다.

이무진 코치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약속을 지켰다. 마지막 대회인 추계연맹전에서 기어이 4강에 올랐다. 시작이 안 좋았으나 끝은 좋았다. 정현진이 말한 “계단 같은 팀”이 됐다.

 

지난 시즌 5명의 3학년이 팀을 이끌었다. 김태후, 안기범, 이경민, 지은건 등 2학년 선수들이 뒤를 받쳤다. 이제는 이 선수들이 이끌어야 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계단 같은 팀”도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높은 계단 위에 서는 팀이 더 좋다.

현 대학 입시 제도는 팀 성적과 함께 3학년 선수들의 기록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빨리 만들수록 후배들의 뛸 시간이 많아진다. 이번 동계 훈련의 목표를 시즌 “초반부터 단단한 팀”으로 잡은 데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

▲ 시즌 초반부터 단단한...

지은건은 제주도 출신의 빅맨이다. 장신자가 줄어드는 국내 농구에서 지은건의 높이는 귀하다. 여기에 버티는 수비가 되고 픽앤롤 후 양손 마무리가 된다. 미드레인지 점퍼도 장착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이런 장점을 모두 드러내지 못한다.

구력 대비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1학년 때는 KBL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박정웅을 비롯해 손승준, 손유찬 같은 걸출한 형들이 있었다. 한 학년 위로 같은 포지션에 정현진도 있었다. 그 학년은 3학년만 5명이었다. 후배들의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지은건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체력과 기술은 물론이다. 코치님의 꾸지람을 듣고도 이내 큰소리로 “디펜스”를 외칠 만큼 정신적으로도 성장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타지 생활을 견디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정신적인 강인함일 수 있다.

지은건의 꿈은 KBL에서 뛰는 것이다. 제주도 출신 프로 선수가 많지 않다. KBL에 김세창(안양 정관장), 권순우(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있다. 고서연(부천 하나은행)은 최초로 WKBL 선수가 됐다. 모두 백코트 자원이다.


지은건이 KBL에 진출하면 프론트코트 자원으로는 최초의 제주도 출신이 된다. 해당 포지션에서 뭍으로 나온 제주도 출신에게는 지은건이 맏형 같은 존재다. 재미로 시작한 농구였다. 그것이 지은건의 꿈이 됐고, 지은건을 보는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

▲ 재미가 꿈으로, 다시 누군가의 꿈으로...

“서울에는 먹을 것이 많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 편해서 좋다”고 했던 섬 소년이다. “농구의 재미는 골을 넣는 것”이라 말했던 소심한 중학생이 이제는 홍대부고의 맏형이 됐다. 질책을 받고도 파이팅을 외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지은건이 제시한 이번 시즌 목표는 최소 8강이다. 2021시즌 이후 최소 한 번은 전국대회 4강에 갔다. 우승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축이 될 3학년, 2학년 선수들의 경기 경험이 적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전력의 팀들이 너무 많다. 경복고, 용산고는 전력 차가 있다.

그래도 4강 진출로 홍대부고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다. 선배 박정웅, 신은찬처럼 확실하게 득점을 책임질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적인 플레이가 더욱 필요하다. 홍대부고는 지은건을 활용한 픽 게임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옵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빅맨 최초로 KBL에 진출한 제주도 출신 선수. 지은건이 꿈꾸는 미래다.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땀’이다. 지은건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무진 코치는 지은건이 "짧은 구력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에도 체육관을 나오는 성실함의 대명사"라며 "노력이 재능을 넘어, 뜻을 꼭 이루겠구나 믿음을 준다"고 제자의 꿈을 응원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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