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 농구라는 파도를 만나다
정인호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일반 학생이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학업도 챙기는 평범한 아이였다. 평범했던 나날 속 정인호의 인생에 파도와도 같은 농구가 찾아왔다. 자연스레 농구공을 잡는 시간이 늘어났고, 학업에 소홀해지면서 부모님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농구의 재미를 알게 되고 매일 친구들과 농구공을 잡았어요. 점심시간에 농구를 하면 수업 시간에 자고, 학교 끝나고 농구한 뒤 학원에 가서 잤죠(웃음). 부모님께 자주 혼나다가 엘리트 농구를 하고 싶다고 용기내서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허락해주셨어요. 마침 동네에 양정중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도 양정중을 나오셨거든요. 양정중이 재창단한 지 얼마 안 된 팀이어서 인원이 적다 보니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엘리트 농구를 시작한 16세 정인호는 유급을 선택해 양정중 2학년이 됐다. 어릴 적 운동을 좋아하던 평범한 학생에서 ‘농구선수’라는 꿈이 생겼기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농구부에 입성했다. 하지만 엘리트 농구는 그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과 아예 달랐다.
“원래 농구는 모두가 행복하고 골 넣으면 함께 웃는 스포츠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엘리트 농구를 접해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아예 다르더라고요. 제대로 된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체력 훈련과 엄격한 분위기에 두려운 마음도 들었어요. 그래도 전에 다니던 학교를 이미 떠났고, 유급도 했기에 이 악물고 버티자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웃음).”

“팀 사정상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보니 징계가 풀리고 자연스레 경기에 투입됐어요.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농구의 기본기보다 경기에 필요한 부분들을 급하게 습득하고 경기를 뛰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때 기초를 잘 다져놨다면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요?”
양정중을 졸업한 정인호는 연계 학교인 양정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후 악재가 찾아왔다. 정인호를 스카우트한 황성인 코치는 정인호 입학과 동시에 팀을 떠났고, 새로 합류한 황진원 코치 또한 2년 만에 결별했다. 정인호는 중학교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지도자가 6번이나 바뀌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혼란 속 위안거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평생의 은인으로 꼽는 故표명일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는 것이다.
“표명일 선생님은 제2의 아버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으셨고, 배울 점도 정말 많은 분이었어요. 화가 나시면 엄청 무섭기도 했지만 평소에는 형 같고 삼촌 같으셨거든요. 선수들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지도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주장을 맡았었는데 힘들 때마다 불러서 다독여주시고 방황할 때도 저를 바른길로 잡아주셨어요. 물론 지금은 하늘에 계시지만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생각하고 있고,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명지대 또한 표명일 선생님을 따라온 거예요.”

표명일 코치를 따라 명지대에 입학한 정인호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조성원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명지대 유니폼을 입은 정인호였지만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이 교체됐다. 신입생 중반부터 명지대 현 감독인 김태진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처음엔 제게 나쁜 기운이 있는 건가 싶었어요(웃음). 지금까지 농구를 하면서 코치님과 감독님만 7번 정도 바뀌셨거든요.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바뀐 스타일을 따라가기 바빴고 제 색깔을 잃었던 것 같아요. 항상 익숙해질 때쯤이면 지도자가 바뀌었거든요. 대학교에 와서도 이런 일이 생겨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지만 김태진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춰가려고 노력했어요.”
“걱정도 많았지만 1학년 때부터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김태진 감독님께서 항상 신뢰를 보내주셨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팀의 주장도 맡겨 주시고, 항상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대학교 1-2학년 때 코로나로 대학리그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잖아요. 졸업을 앞두고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아쉽네요. 보다 빨리 경험했다면 더 자극을 받고 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남은 경기들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 입학 후 2년간 대학리그를 경험하지 못했던 정인호는 이후 PO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주장을 맡은 올해는 시즌 초반 경희대를 제압하는 등 선전했지만 리그 한 경기 남은 상황에서 골득실과 승자승 원칙 등으로 인해 희박한 경우의 수에 기대고 있다. 2년 연속 PO 진출 실패가 가까워진 상황이다.
“사실 시즌 초반에 성적이 좋아서 분위기도 올라왔거든요. 하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부상자도 늘어났고 팀 경기력도 다운됐던 것 같아요. 드래프트가 다가오면서 고민이 많긴 하지만 제가 받는 스트레스는 4학년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남은 리그 경기와 MBC배, 종별 선수권대회까지 팀원들과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싶어요.”

정인호는 올 시즌 평균 11점 2.5리바운드 1.0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활발한 움직임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득점보다는 궂은 일을 도맡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꿈꾸고 있다.
“제 롤모델은 표명일 선생님이에요. 사실 선수 중에서는 롤모델이 없거든요. 프로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제가 그 선수들처럼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표명일 선생님을 본 제자로서 인성적으로나 농구를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선생님처럼 성실하고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될 것입니다.”
짧은 농구 경력과 수많은 지도자를 거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명지대 주장 정인호. 과연 그가 남은 경기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활짝 웃을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아,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명지대 학부모님들의 응원이 가장 열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제 어머니는 북도 치시고 확성기로 응원도 해주셨거든요. 처음에는 어린 마음에 부끄럽기도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머니께서 제 엄마여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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