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 신인 드래프트는 세계 최고 무대서 뛸 선수를 선발하는 이벤트다. 그러한 입지에 걸맞게 미국 각 지역 농구 유망주는 물론 국제 무대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해외 유망주까지 모두 달려들어 입성을 다툰다. 하나같이 학창 시절 자신의 지역 혹은 국가에서 천재로 불리던 이들이다. 국내 기준 역대급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데이비슨 대학 이현중(21·202cm) 또한 2번째 코리안 NBA리거를 목표로 이를 악물고 있다.
그만큼 NBA의 벽은 높고 두텁다. KBL에서 활약했던 외국인선수 중에는 NBA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선수가 부지기수다. 때문에 드래프트에 뽑혀 NBA 소속으로 경기를 뛰어봤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출전 시간을 떠나 NBA 출신이냐 아니냐는 것 만으로도 해당 선수의 커리어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야말로 '꿈의 무대'인 것이다.
그런 엄청난 무대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다는 것은 해당 선수가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진 재목인지를 단박에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당해 최고 재능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입증하듯 아무리 신인이 변수가 많다고는 해도 1순위 지명자들은 어느 정도 이름값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콰미 브라운, 그렉 오든, 마이클 올로워칸디 등 아쉬운 케이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1990년대 이후로만 살펴봐도 앨런 아이버슨, 데릭 로즈, 야오밍, 앤서니 데이비스 등 빼어난 기량에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선수가 즐비하다. 역시 1순위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온다.
그런점에서 '엉클 드류(Uncle Drew)' 카이리 어빙(29·188cm)의 최근 행보는 여러 가지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미친 재능으로 불리는 그는 꾸준히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고교 시절 팀에 뉴저지 챔피언 토너먼트 타이틀을 안겨주면서 대학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명문 듀크대에서도 신입생 신분으로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차버렸다.
엄청난 재능, 확실한 실적만큼이나 본인의 실력에 확신이 있었고 1학년을 마치기 무섭게 NBA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그의 잠재력은 NBA에서도 인정받았다. 부상이 겹치며 1학년 시절 겨우 11경기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의 선택을 받는다.
어빙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2011~12시즌 신인왕, 2012~13시즌 올스타, 2014 FIBA 농구 월드컵 MVP 등 슈퍼스타로의 길을 순항한다.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했던 2016 NBA 파이널 7차전에서는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3점 슛을 적중시키며 우승의 기쁨까지 맛본다. 순탄대로도 이런 순탄대로가 없었다. 재능 자체만 놓고 따진다면 현 NBA 괴수들을 통틀어서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만 하다.

어빙은 강한 프라이드 만큼이나 빼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해결사 능력을 겸비한 공격형 포인트가드답게 스스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빼어난 볼핸들링을 앞세워 전후좌우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지체없이 공략한다. 다양한 점프슛과 돌파 기술을 통해 득점을 올리는 한편 자신쪽으로 수비가 몰린다 싶으면 동료들에게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준다. 더블팀은 물론 트리플팀까지 들어올 때도 적지않은지라 공을 쥔 채 휘젓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공간이 자주 생기게 된다. 골밑 쪽으로 파고들다 예리하게 뿌려지는 킥아웃, 컷인 패스는 날카로움 그 자체다.
어빙은 유연한 드리블과 기민한 스탭을 앞세워 빈 곳을 잘 파고드는 것을 비롯해 타이밍을 빼앗는 플레이를 잘한다. 수비수 두세 명이 밀집해있는 좁은 틈을 드리블을 치면서 빠져나가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 드리블의 속도와 높이를 자유로이 조절하고 다양한 페이크와 스핀무브를 섞어서 치고 나가면 상대로서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스텝을 따라가다 다리가 꼬여 넘어지거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수비수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슛 타이밍이 빠르고 변화무쌍한지라 여러 명이 한꺼번에 붙어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득점을 성공시킨다.
타점까지 높은 편이어서 어지간해서는 블록슛에 잘 걸리지도 않는다. 직접적인 돌파 득점 외에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공간을 만들어 던지는 점프슛도 위력적이다. 볼을 오래 소유하는 편이지만 볼 간수 능력과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이 가능하기에 단점보다는 플러스가 많다는 평가다. 여기에 외곽슛까지 꾸준히 늘어가며 자신이 직접 공격을 주도하는 플레이 뿐 아니라 빈공간을 찾아다니며 받아먹는 슈터 역할도 잘 소화해냈다.
브루클린 네츠가 큰 돈을 들여가며 그를 영입한 것도 그간 보여준 출중한 기량을 믿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올시즌 개막전 네츠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에 어빙까지 정상가동 된다면 못하고 싶어도 못할 수가 없어보였다. 이름값 면에서도 리그 최강수준이다.
하지만 올시즌 어빙은 네츠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코로나 백신접종을 거부하며 코트에 나설 수 없는 몸이 됐다. 본인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다수 선수가 원칙을 따르며 경기를 뛰고있는 상황에서 팀내 핵심선수이자 고액연봉자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빙은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팀전력 약화는 물론이거니와 분위기에도 크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전부터 어빙은 실력은 뛰어나지만 팀공헌도는 낮다는 혹평에 시달려왔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도 많고 이기적인 성향으로 인해 팀원들과의 불화도 잦았다. 이번에는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사안에 대해 고집스런 입장을 고수하며 소속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골칫덩어리로 낙인이 찍혀 트레이드 가치 마저 폭락해버린 분위기다. 역대급 재능을 가지고도 실력외 문제로 흑화되어가고있는 어빙의 행보가 안타깝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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