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KT는 지난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77-79로 패했다. 계속된 내리막길로 인한 5연패 및 최하위 추락. 그러나 KT는 마지막 순간까지 패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존 이그부누를 잃은 KT에 있어 마커스 데릭슨은 하나 남은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결국 KCC 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 서동철 감독은 승산이 없는 싸움에 앞서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였다.
사실 KT는 지난 시즌 말미,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외국선수 없이 KCC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63-97로 패한 KT. 심지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주 라마다 호텔을 다녀감에 따라 2019-2020시즌의 조기 종료의 원인이 된 만큼 그들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기억일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조건으로 치러진 KCC와의 2라운드 맞대결. 외국선수 없이 경기에 나선 KT는 라건아와 타일러 데이비스가 건재한 KCC에 참패를 당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KT는 국내선수들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들의 지역방어는 전반 내내 KCC를 꽁꽁 묶었고 오히려 주도권을 쥐며 경기를 압도했다. 김현민과 김민욱, 김영환은 육탄 방어를 통해 KCC의 림 어택을 저지했다. 여기에 허훈을 중심으로 한 공격은 스피드가 넘쳤고 정확도 역시 뛰어났다.
이정현과 송교창, 정창영, 그리고 데이비스까지 가세한 KCC의 공세는 후반에 빛났다. 기댈 곳이 없었던 KT는 그렇게 무너지는 듯했으나 오히려 국내선수들끼리 힘을 합쳐 격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치열했던 만큼 경기 도중에 부상도 생겼다. 허훈은 몸이 불편해 보였고 양홍석은 발목이 돌아간 상황에서도 절뚝거리며 리바운드와 수비에 힘을 보탰다. 자신이 교체되면 이길 수 없다는 의지, 이곳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투지가 몸을 지배한 것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김현민의 경기 막판 원맨쇼는 KCC를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마지막 순간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데이비스에게 통한의 위닝슛을 얻어맞은 건 아쉬운 부분. 그러나 경기 종료 0.6초를 남긴 상황에서도 마지막 공격을 시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의 집중력을 알 수 있었다.
쉽게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KT가 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나무랄 이는 없었다. 외국선수 영향력이 어느 리그보다 높은 KBL에서 국내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른다는 건 사실상의 백기 선언과 같다. 심지어 KCC는 리그 최정상급 외국선수인 라건아와 데이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팀. 그들을 상대로 KT는 자신들이 결코 쉽지 않은 상대임을 증명했고 당당히 코트를 떠날 수 있었다.
서동철 감독 역시 “결과는 패배였지만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정말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고맙다. 우리로선 최선을 다했다. 그저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라며 패배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승리를 따낸 전창진 감독은 “이겨서 다행인 경기”라고 했으며 이정현 역시 “우리가 방심한 부분이 컸다. 다음에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 스포츠에서 승리한 자가 웃고 패배한 자가 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들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증명한 KT. 이날이 그들의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사진_점프볼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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