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KGC인삼공사는 9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84-74로 승리하며 창단 후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KGC인삼공사의 연승 행진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이어졌고 결국 3승, 3승, 4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며 KBL 정상에 섰다.
훗날 KGC인삼공사가 세운 최초의 전 시리즈 스윕 제패를 돌이켜보게 되면 제러드 설린저, 오세근, 전성현, 이재도, 문성곤, 변준형 등 우승 주역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새로운 명장의 탄생을 알린 때일 것이다.
김승기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서동철 감독, 유재학 감독, 전창진 감독을 모두 넘어섰다. 특히 오랜 시간 감독-코치로서 함께했던 전창진 감독과의 맞대결, 그리고 전승 우승은 뜻깊은 추억이 됐다.
전창진 감독과 김승기 감독의 인연은 깊다. 2002-2003시즌 우승을 차지했을 때 두 사람은 감독과 선수의 신분이었다. 이후 원주 동부, 부산 KT에서 감독과 코치로서 손발을 맞추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이 잠시 코트를 떠난 2015-2016시즌, 김승기 감독은 비어 있었던 KGC인삼공사의 수장이 됐다. 2018-2019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2016-2017시즌에는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거머쥐며 젊은 감독들 중 가장 먼저 앞서나갔다.
김승기 감독은 전창진 감독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농구를 추구했다.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농구를 비슷했지만 공격에선 더욱 과감했다. 그는 “수비도 좋지만 재밌는 농구를 하고 싶었다. 모두가 다 같은 색깔의 농구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는 잘해야 하지만 공격에선 자유롭고 또 과감했으면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농구가 잘 되었기에 온화해진 건 아니다. 선수들과의 잦은 갈등, 그러나 그 속에서 성장을 기대했고 결과로 보여줬다. 배병준, 박형철 등 그동안 다른 팀에서 빛나지 못했던 선수들을 즉시 전력감으로 성장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또 본인의 플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선수들을 배척하지도 않았다. 김승기 감독에게 많이 대들었다고 말한 전성현은 “(김승기)감독님이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랐다. 그러나 직접 코트 위에서 증명하면 다음에는 뭐라고 하지 않는다. 감독님은 나를 지금에 이르게 한 사람이며 또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라고 말한 바 있다.
모두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던 설린저 영입 역시 김승기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얼 클락, 크리스 맥컬러에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KGC인삼공사는 마지막 한 장의 카드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했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 그중에서도 설린저는 2년의 공백기가 있었고 또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에이전트로부터 추천을 받고난 뒤 훈련 영상을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 그리고 우리 팀이 필요로 하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걱정이 있었다. 근데 첫 훈련을 해보니 대박을 쳤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김승기 감독의 설린저 영입이라는 한 수는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명장이 갖춰야 할 결단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김승기 감독은 “전창진, 유재학 감독님 등 존경하는 지도자들을 꺾고 우승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이미 KBL을 휘어잡았던 분들 아닌가. 젊은 감독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이런 결과가 있어야 젊은 감독들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분들(전창진, 유재학 감독)에게 인정받고 또 축하받고 싶었다”라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KGC인삼공사는 창단 이후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중 두 번이 김승기 감독과 함께한 결과다. 동 세대 감독 중 김승기 감독보다 우승 경험이 많은 이는 없다. 우승 기록 역시 신선우, 유재학, 전창진 감독에 이어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최인선, 허재 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제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 만료를 앞둔 김승기 감독. 재계약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구단을 대표하는 감독이 없었던 KGC인삼공사의 역사에 김승기 감독이란 존재가 새롭게 각인되는 순간이다. 지도자 생활에서 이제 시작 단계를 마무리한 김승기 감독. 그는 유재학, 전창진 감독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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