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남기고 역전’ 극장을 만든 정관장의 비결 : 계산된 정관장의 취사 농구(Feat.박지훈)

유석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6 08: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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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영화 같은 정관장의 승리 속에는, 치밀한 시나리오들이 숨어있었다.

안양 정관장은 15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고양 소노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86-84로 승리했다.

점수가 말해주듯, 경기는 치열한 공방전의 연속이었다. 정관장은 2쿼터까지 52-44로 앞섰으나, 경기 내내 디제이 번즈와 케빈 켐바오 수비에 애를 먹으며 고전했다. 결국 4쿼터 72-70으로 역전을 허용한 정관장은, 소노와 난타전 양상에 빠지며 좀처럼 리드를 되찾지 못했다.

그런 정관장이 승부를 뒤집은 순간은 종료 5초 전이었다. 83-84로 1점 차 뒤진 상황, 박지훈의 레이업 실패를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극적인 팁 인으로 집어넣으며 역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천금 같은 득점 전에도, 승리를 위한 정관장의 수 싸움은 경기 내내 치밀하게, 또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정관장의 극장을 만들었을까. 주연은 디온테 버튼과 오브라이언트, 그리고 박지훈이었다.

시나리오 1 : ‘온 볼 그 이상의 가치’ 지휘자 버튼, 정관장의 공격을 연주하다.

버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핸들러다. 넓은 공간에서 자율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때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인다. 이날 1쿼터부터 박지훈과 더블 핸들러로 나선 버튼은, 야투 시도가 많지 않았음에도 훌륭한 경기 운영으로 정관장의 공격을 주도했다.


첫 득점부터 버튼의 연주를 볼 수 있었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6초 만에 넘어온 상황. 버튼과 박지훈이 앞선에 있고, 센터 한승희가 박지훈에게 자신의 뒤로 가라는 사인을 보냈다. 순간적인 코너 슈팅을 위해 빅맨이 림을 등지고 스크린하는, 일종의 ‘오프 볼-업 스크린’ 세팅이다. 공이 없는 선수를 위한 작전이기에, 하비 고메즈와 정준원은 공을 들고 있는 버튼 쪽에 자리하며 소노 수비를 한 쪽으로 끌어모았다. 그나마 코너 부근에 있던 번즈는 느린 발로 박지훈의 손끝을 제어하지 못했고, 버튼은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뿌리며 정관장의 경기 첫 득점을 만들었다.



이날 버튼의 움직임은 공이 없을 때도 빛났다. 아래 장면들을 살펴보자. 빅맨 한승희가 먼저 넘어와 핸들러를 기다리는 상황. 당연히 버튼에게 공을 건네려 했지만, 버튼은 손을 들어 기다리라는 사인을 보낸다. 이후 버튼은 기습적인 페인트 존 침투로 상대 대형에 균열을 냈고, 소노의 수비가 꼬인 사이 한승희는 아주 편안하게 3점 슛을 성공시켰다. 전반전 15분을 소화하며 5점 4어시스트로 활약한 버튼은, 정관장에게 기록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며 자신이 어떤 상황이든 위협적인 존재임을 증명했다.



시나리오 2 : ‘집요한 약점 사냥’ 오브라이언트, 후반전의 주인공이 되다.

이러한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정관장의 김상식 감독은 후반전 버튼에게 많은 시간을 부여할 수 없었다. 경기 내내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 번즈와 켐바오를 제어해야 했기에, 김상식 감독은 3쿼터부터 높이에 이점을 가진 오브라이언트를 활용해 변화를 꾀했다. 오브라이언트는 버튼과 다른 방식으로 경기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이었고, 그 힘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3쿼터 정관장의 첫 득점 상황, 오브라이언트가 받은 임무는 간단했다. ‘번즈를 최대한 움직이게 할 것’. 박지훈과 오브라이언트는 일부러 높은 위치에서 투맨 게임을 시작했고, 이재도가 스크린에 막힌 뒤 번즈는 뒷걸음질 치며 핸들러를 마주해야 했다. 느린 수비수를 앞에 둔 박지훈은 여유 있게 드라이브를 시도했고, 림 근처에 있던 하비 고메즈는 수비수를 데리고 코너로 사라지며 공간을 넓혔다. 간단하게 ‘박지훈의 리버스 레이업’으로 기록될, 날카롭게 계산된 정관장의 팀 단위 움직임이다.




이후에도 정관장은 철저히 상대 약점을 공략했다. 아래 장면들을 살펴보자. 누가 공을 쥐고 있건, 정관장은 느린 번즈를 최대한 바깥으로 빼낸 뒤 공격을 시작하려 했다. 자연스레 오브라이언트가 페인트 존에서 쌓는 득점이 많아졌고, 소노는 리바운드 단속과 안쪽 수비에 꾸준히 어려움을 드러냈다. 결국 이 문제는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종료 5초 전 오브라이언트에게 극적인 득점을 허용하는 원흉이 되고 말았다. 물론 번즈는 이날 27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 앨런 윌리엄스가 없는 와중에도 소노 공격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팀 단위 수비에서, 끝까지 해당 약점을 가리지 못한 부분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시나리오 3 : 누구와 뛰어도 베스트 파트너, ‘만능 주장’ 박지훈

그러나 이날 정관장에서 가장 긴 시간을 소화한 선수는 버튼도, 오브라이언트도 아닌 박지훈이었다(35분 36초). 특히 누구와 뛰어도 제 역할을 100% 수행하는 다재다능함이 빛났다. 버튼과 있을 땐 핸들러로서 코트 전체에 공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오브라이언트와 합을 맞출 땐 투맨 게임의 시작점이자 날카로운 드라이버가 되어 득점 볼륨을 책임졌다. 정관장이 필요에 따라 전술을 취사하며 40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어떤 선택이든 찰떡같이 소화하는 박지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로 선정된 박지훈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모든 동료를 일일이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즌 도중 급하게 맡은 자리지만, 박지훈은 이미 코트 안팎에서 ‘만능 주장’이라 불리기 충분하다.

모든 시나리오가 합쳐져 극적인 승리로 끝난 덕분에, 7위 자리를 지킨 정관장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과연 정관장에게 봄 농구의 기적이 찾아오게 될까. 정관장의 다음 이야기는 오는 17일,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펼쳐진다.

#사진_유용우 기자, tvN SPORTS 중계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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