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정다혜 인터넷기자] 열여덟 번째 미생은 상명대 김근형(G, 180cm)이다. 코트 위 번뜩이는 움직임을 예고한 김근형의 ‘미생그래프’를 살펴보자.
#고행길, 그곳에서 마주한 성장
어릴 적 김근형의 일상은 운동이었다. 친형과 형의 친구들을 따라 구기 종목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중 가장 흥미를 느꼈던 종목은 농구였다. 하교 후 학원가기 전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농구를 했고 농구 동아리에 가입했을 정도라고. 그러나 그의 부모는 김근형이 중학생이었기에 농구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농구선수라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고등학교 원서를 넣기 전 농구부가 있는 부산중앙고에 입학하기 위해 설득에 나섰다. 부산중앙고 박영민 코치는 그가 운동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박영민 코치와 그의 부모는 대화를 나눈 끝에 테스트로 혹독한 운동을 준비했다.
약 2주간 진행된 운동. 쉴 틈 없이 땀을 흘리고 결국 몸살까지 났지만, 오히려 김근형은 이 상황을 즐겼다. 어른들은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땀을 흘리는 데 있어서 희열을 느꼈다. 예상을 깨고 모든 과정을 버텨낸 김근형. 결국, 농구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데 성공했고 본격적인 농구 인생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런 자신감이 한풀 꺾이는 순간이 있었다. “(2학년 때) 덩크를 시도하다가 무릎을 살짝 다쳤던 기억이 있어요. 제 입장에선 그것밖에 없던 선수였던 거 같은데 점프를 못 뛰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딱히 장점이 없는 그런 선수가 된 거 같고 고민도 많았죠”.
이후 재활을 하며 시간을 보낸 김근형은 무리한 점프보다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는 슈팅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점프에 두려움이 생겼지만, 슈팅 실력이 향상되면서 점프에 대한 트라우마는 저절로 기억 뒤편에 자리 잡았다. 계속된 슈팅 연습으로 득점력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제48회 추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충주고와의 예선 경기에선 35득점을 올리며 팀의 110-106 승리에 공헌했고 이어진 다음 경기에선 천안쌍용고 상대로 더블더블(26점 10리바운드)을 기록하며 팀 내 최고 득점자가 됐다. 무릎 부상 당시에는 농구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가 상명대에 지원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상명대 특유의 빠른 농구였다. 부산중앙고 시절 연습경기 때 김근형은 상명대의 수비를 뚫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상명대는 사람 미치게 하는 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 팀이랑만 하면 제가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상명대에 가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는 당시 상명대 코치였던 고승진 감독의 조언이었다. 상명대는 부산중앙고와 연습경기를 자주 치렀던 만큼 부산중앙고에 찾아오는 횟수도 많았다. 고승진 감독은 방문할 때마다 단점을 지적해주고 보완점을 찾아주곤 했다. 이에 고승진 감독 밑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 상명대에 지원한 것.
데뷔전이었던 2019 KUSF 대학농구 U-리그 3월 21일 단국대전. 득점은 단 3점에 그쳤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던 득점이었다. 3쿼터 상명대가 27-22로 근소한 리드를 점하고 있는 상황. 7분경 전성환(데이원스포츠)의 패스를 받은 김근형은 3점슛을 꽂아 넣으면서 격차를 벌리는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상명대는 68-56으로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데뷔전을 통해 결의를 다졌지만, 운동하면서 생긴 잔부상으로 인해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리그가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10월이 돼서야 개막한 1차 대회도 비시즌 동안 생긴 정강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1차 대회 당시 상명대는 플레이오프 4강까지 진출했다. 코트 밖에서 지켜보던 김근형은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형들이 열심히 잘 뛰어주고 (정)주영이도 자기 역할을 잘해줘서 팀이 4강을 갔었어요. 저는 그때 밖에서 박수만 치고 있었고 ’그래도 내가 좀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이후 2차 대회 첫 경기(경희대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근형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8분 19초만 코트를 밟았다. 문제는 원래도 적었던 선수단에 부상 선수가 생겨버린 것. 그를 제외하면 남은 5명이 풀타임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근형은 완전치 못한 컨디션임에도 출전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경기(단국대전)에선 28분 44초를, 세 번째 경기(건국대전)에선 26분 17초를 소화했다.
하지만 김근형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출전시간이 늘어났던 두 경기에서 각각 15점, 16점을 올렸는데 3점슛 감각이 상당했기 때문. 단국대전에선 60%(3/5)를, 건국대전에선 75%(3/4)를 기록했다. 그의 활약은 팀이 승리하는 데 큰 보탬이 됐고 상명대는 적은 인원에서도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저 없을 땐 4강에 갔는데 저 있을 때도 최소한 본선은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본선 올라가서 중앙대를 만나 패배하긴 했지만 그래도 8강까지 간 게 정말 좋았습니다”. 부상에 잠자코 있던 본능이 간절함과 만나 새 역사를 썼다.

3학년이 된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2021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한 것. 출발 시기가 늦었던 만큼 경험도 적었기에 얼리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하여 경험을 쌓고자 했다. “감독님 입장에선 그런 경험 하나가 저에게 크게 작용할 거 같다고 생각하셔서 감독님이랑 상의하고 학교 측에서도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다시 와서 다음 학년 준비 잘 해보자는 식으로 밀어주셨어요”.
결과는 미지명. 하지만 그는 드래프트 참가 속에서 얻은 경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탈락했지만 이런저런 경험도 많이 해봤어요. 저는 팀에서 센터가 있는 채로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 아침에 트라이아웃을 할 때 센터와 함께 뛰어보니까 그 부분에서 편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또 포지션별로 나뉘니까 제 자리에 들어가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꼈던 거 같습니다”.
다시 돌아와 4학년이 된 김근형. 고참으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학리그 초반 5경기에서 평균 14.8점을 기록했지만, 이어진 3경기(고려대, 동국대, 단국대전)에선 평균 8.3점에 그치면서 슬럼프를 겪었다.
“4학년의 무게감 같은 게 있었어요. 첫 경기(3월 29일 경희대전)에 바로 제가 5파울로 나왔는데 긴장한 게 확실히 티가 나다 보니까 고려대 2차 맞대결 경기를 할 때부터 자신감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죠”.
위축된 모습을 본 고승진 감독과 신원철 코치는 그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찾도록 도왔다. “(감독님께선) ’넌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고 자신감 가지면 공격력도 좋아지는데 왜 그렇게 경기를 하냐‘ 이렇게 말씀하셔서 그때부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원철 코치님도 ’네가 잘했던 경기들 보면서 어떻게 했었는지 보고 차이를 느껴봐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주셨어요”.
감독, 코치의 격려를 받은 김근형은 자신을 되돌아보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그리고 부활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남은 6경기에서 평균 18.8점을 기록, 특히 마지막 3경기에선 각각 22점, 22점, 24점을 만들어내면서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그는 이러한 슬럼프도 ‘경험’이라며 소중히 여겼다.

다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 그는 코트 곳곳을 누비며 팀플레이를 살리는 윤활유 역할에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 센터가 볼을 잡았을 때 빨리 가서 긁어낼 수도 있고 우리 팀 쪽에 볼이 오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제가 활동량이 정말 많다 보니까 여기저기 움직임도 많이 가져가면서 다른 선수들의 찬스도 더 살려줄 수 있을 거 같고 경기가 안 풀릴 때 한 번씩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또한, 코트 안팎에서 쏠쏠한 활약을 겨냥했다.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였으면 좋겠어요. 코트 안팎에서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는 선수도 되고 싶고 많은 사람에게 김근형이라는 선수가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꿈의 씨앗을 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김근형. 그가 다가오는 드래프트에서 간절히 바랐던 순간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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