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용호 기자] 3억원. 여자프로농구에서 한 선수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3억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금액이다. 하나, WKBL 선수들은 가치가 아무리 폭등해도 이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는 없다. 물론 선수들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규정은 아니다. 2009년, WKBL은 리그 특수성을 감안해 불균형을 막고자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을 정해뒀다. 처음에는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넘지 말자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WKBL은 차기 시즌 샐러리캡을 12억에서 14억으로 늘렸음에도 불구, 1인 연봉 상한액을 기존 3억원으로 유지시켰다. 옆동네 여자프로배구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KOVO는 지난 2018년 WKBL과 마찬가지로 1인 연봉 상한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샐러리캡 인상에 맞추어 1인 연봉 상한액도 함께 올렸다. 출발점의 취지는 같았지만, 이후 행보는 두 단체가 다소 비교되는 상황. 과연 이 제도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까. ‘여자농구의 발전’이라는 궁극적 목표는 같지만, 다소 생각은 달랐던 농구계 관계자들로부터 그 의견을 들어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본 인터뷰는 익명으로 나가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기사에 활용된 선수 사진은 본 기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① 감독의 시선
1인 연봉 상한액을 오랫동안 묶어두는 건 현실적으로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가 유지되면 구단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소위 말해 나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떳떳하게 선수에 가치에 맞는 고액의 연봉을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3억원이 너무 오래 유지된 경향이 있다. 최근 샐러리캡을 크게 증가시킨 여자프로배구와도 비교가 되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농구는 선수들의 복지 개선이라는 말을 외치지만, 이런 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프로스포츠라면 선수들의 가치에 맞게 대우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야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나. 물론 선수들도 그에 맞게끔 실력을 입증해야한다. 그렇게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면, 여자농구에도 좀 더 관심이 쏠릴 거라 생각한다.
② 선수의 시선
선수 입장에서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일단은 현 제도에 만족하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연봉 상한액이 정해져있지만, 그 외에 옵션으로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 많은 연봉을 받으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리그의 모든 선수들을 생각하면 이 부분이 과열됐을 때의 상황도 우려가 된다. 그동안 가장 문제였다고 생각했던 제도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을 때 원소속 구단이 1인 연봉 상한액인 3억을 제시하면 무조건 잔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이번에 2차 보상FA 선수들에 한해 잘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또, 연봉 상한액에 아예 없어지면 주축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되겠지만, 반대로 연차가 낮은 선수들은 샐러리캡이 부족해 방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선수 풀이 좁은 것도 사실인데, 선수가 자의가 아닌 다른 이유로 그만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프로로서 연봉이 선수의 가치를 얘기해주기도 하지만, 단순히 선수가 아닌 농구인으로서 생각했을 때는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고액 연봉자들은 추가적인 옵션으로 상한액 이상의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모든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는 당장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③ 해설위원의 시선
일단 상한액 얘기에 앞서 올해는 제도 변화 덕분에 최대어 박혜진을 비롯해 다수의 선수들이 본인 의지대로 모든 구단과 협상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긍정적이었다. 아무래도 리그는 선수의 이동이 있어야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대어 선수들이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동이 많지는 않았다. 이 결과를 바라봤을 때 이제는 1인 연봉 상한액에 대한 변화도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아무래도 3억원이라는 금액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FA 제도의 변화가 효과를 보지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먼 곳이 아닌, 당장 여자프로배구에서도 올해 FA 시장에서 농구보다 훨씬 높은 샐러리캡 속에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한 팀에서 뛰는 그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FA는 물론이고 선수들이 한 번쯤 선수 인생에 있어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여자농구도 시장이 활발해지기 위해서 이런 제도로 선수를 묶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더 가까운 남자프로농구에서 최근 선수 연봉에 대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나. 다른 종목을 따라가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농구는 조금 뒤처지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이 대부분 은행권이라 사회적인 분위기가 반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리그의 주인공은 선수들이고, 이들을 위한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한다.
④ 구단 관계자의 시선
지난 3월 이사회에서 2차 보상FA에 대한 원소속구단 협상을 폐지하면서 앞선 사무국장단 회의에서도 1인 연봉 상한액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의견이 조금 갈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는 상한액을 올리게 되면 전체 샐러리캡에도 영향이 가면서 본래 이 제도를 만든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연봉 상한액을 정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전력의 균등화를 위해서다. 즉, 실력이 출중한 스타 선수들을 한 팀에서 독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샐러리캡 안에서 선수 계약이 해결이 안 된다면 FA나 트레이드 등 선수들이 생기게 된다. 그런 방향으로 충분히 이적을 유도해 리그에 재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당장 연봉 상한액을 없앤다 한들 한동안은 특정한 A급 선수들만 그 혜택을 보게 될 거라 예상한다. 전체적으로 모든 선수들에게 인상된 연봉이 적용된다면 폐지를 원하는 취지에 맞겠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심화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1인 연봉 상한액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여자프로배구와 비교가 되기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선수의 풀이 다르다. 알다시피 여자농구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다. 연봉 상한액 폐지로 새로운 스타가 배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찬성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한정된 선수로 리그가 운영되기 때문에 이 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
⑤ 기자의 시선
원칙적으로 말하면 일단 프로스포츠에서 3억원이라는 1인 연봉 상한액을 정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폐지해야 하는 제도다. 단, 왜 3억이라는 연봉 상한액을 정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는 된다. 여자프로농구의 선수 저변은 타 종목에 비해 얇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벤치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의 모기업은 하나같이 탄탄한 은행권 기업들이다. 때문에, 선수가 부족한 상황 때문이지 구단들은 언제든지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현재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구단 운영에 독이 될 거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기량이 뛰어나다는 이 선수들도 경쟁 구도가 약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량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부상 빈도도 늘어나지 않았나. 이런 시스템 속에서 3억의 연봉 제한을 둔 건 이해한다.
그래서 한시적으로는 이 제도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멀리 봤을 때 연봉 상한액을 철폐해야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WKBL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야 한다. 당장 저변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간 정책으로 쓸 수 있는 외국선수 확대(1명 출전→2명 출전)와 같은 제도를 손질할 수 있다. 즉, 국내선수들의 연봉이 과도한 경쟁으로 올라가지 않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연봉 상한액에 대한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 사진_ WKBL 제공
점프볼 / 김용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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