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임종호 기자] 창원 LG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조성원 감독 부임부터 팀 컬러 변경, 그리고 훈련장 이전에 이르기까지. 몸에 와닿는 변화의 끝은 연고지인 창원 정착이다. LG 선수단 구성원 모두가 창원에 내려왔고, 정착을 완료했다. 이로 인해 선수단 역시 각자 살집을 마련했다. 그중 가족과 함께 거주지를 옮긴 선수는 정성우가 유일하다.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창원시민이 된 서울 토박이의 슬기로운 창원 라이프를 들어보았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 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Q. 이사하던 날, 새 보금자리에 입주하기 전 기분은 어땠나요.
2018년 결혼하고 신혼집을 경기도 이천에 마련했어요. 외진 곳이었는데 아늑하긴 해도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창원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집을 보러 다닐 때 뭔가 도시 전체가 활기찼어요. 체육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엄청난 텐션이 이곳 창원 거리 곳곳에서 느껴지더라고요. 제 생일(8월 17일)날 이사를 했는데, 바다가 가깝고 경치도 좋아서 이제 진짜 신혼집다운 곳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아내는 타지 생활이 낯설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좀 힘들어하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숙소 생활을 해서 떨어져 지내는게 익숙한데 아내는 아니거든요. 저희가 바다를 좋아해서 가끔 (아내가) 쓸쓸하다고 할 때마다 기분 전환하러 바람 쐬러 나갔다 오기도 해요.
Q. 어느덧 창원에 정착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네요. 어떤 점이 가장 만족스럽나요.
숙소 생활을 했을 땐 아무래도 답답한 면이 좀 있었어요. 지금은 출퇴근으로 바뀌면서 시간 여유도 더 많아졌죠. 제 개인 시간도 늘어났고요. 창원에는 공원이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사는 동네도 뒤에 산도 있고, 나름 즐길거리도 많아서 만족스러워요. 부부가 모두 서울 토박이잖아요. 아직은 낯선 땅인 창원은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나요.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다시 찾아온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은 홈 경기를 하더라도 원정 경기하듯이 이동을 했거든요. 완전히 창원에 정착한 뒤에 홈 개막전(10월 11일 KT전)을 치러보니 이제야 진짜 홈에서 경기를 하는 것 같아요.
Q. 아내 분이 엄청난 결단을 내린 것 같아요.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결혼하기 전에도 거주지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결과적으로 신혼 생활을 이천에서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같이 살 집을 서울에 마련하고 저만 자취를 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와이프가 결혼하면 둘이 같이 사는게 더 의미가 있으니 내려가자고 말하더라고요. 당시에 저희가 주말에만 만나다 보니 가끔 보는 데 지쳐있을 때였어요. 항상 같이 있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창원에) 내려올 때도 고민은 했지만, 아내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더라도 (우리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여기에 아는 사람도 없고 오직 저 하나만 바라보고 이사를 결정한 거라 아내 입장에선 큰 결단을 내린 셈이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저도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내가 기다리고 있으니 좋고, 아내도 저랑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Q. 창원이 생각보다 집값이 만만치 않은 도시인데, 지금 살게 된 집을 구하기까지 과정을 살짝만 공개해주세요.
저희가 부모님 도움을 최대한 안 받고 결혼 준비를 했거든요. 각자 모은 돈으로는 시내에 집을 구하기엔 어려움이 따르더라고요. 그래서 도시 외곽 쪽으로 알아보고 있었어요. 이천에서 살던 곳은 빌라였는데, 세대 수도 적고, 근처에 부대 시설도 잘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이번에 창원으로 내려오면서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어요. 우연히 북면이란 동네를 가봤는데, 창원에서는 외곽에 속하지만 없는게 없더라고요. 몇몇 구단 직원분들도 거기에 거주하고 있어서 마음이 더 쏠린 것도 있고요. 그렇게 터를 잡고 난 다음 주위를 둘러보니 공기도 좋고 주변에 상가들도 많고, 체육관까지 가는 도로도 잘 닦여 있어요. 2세 계획도 하고 있는데 나중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괜찮을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어요.

우선 이사비를 지원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려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무진장 신경을 쓰셨는데, 이사 비용까지 도움을 주셨으니까요. 팀에서 지원받은 이사비는 이사할 때 잘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사 비용이 더 들었지만, 거기에 보태서 전액 다 알차게 썼어요.
Q. 경기장에서 꽤 먼 곳에 터를 잡았는데, 동네 자랑 좀 해주세요.
(정성우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 인근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선수단 중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 이사를 결정한 정성우만 체육관에서 차로 이동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집을 마련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공기가 참 좋은 동네인 것 같아요. 사실 창원이 공업 단지가 몰려있는 도시잖아요. 그런 면에서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북면은 조용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네인 것 같아요. 집 근처를 걷다 보면 가족 단위로 강아지나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신 주민들이 많더라고요.
Q. 쉬는 날엔 주로 뭐하면서 보내나요.
내년에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데 창원에 남아 있을 수도 있잖아요. 창원에 오고 나서 근처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날엔 드라이브도 할 겸 바닷가도 다녀보고 가까운 부산도 구경하러 다녀오고 그래요. 체육관에 나가는 날은 아침 9시까지 출근해서 오전 운동하고 점심을 먹어요. 감독님께서 점심시간을 여유 있게 주셔서 시간이 남으면 치료하거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곤 하죠. 그런 다음 오후 운동이 끝나면 선수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퇴근해요.
Q. 창원에서 가 본 식당 중에 가장 맛있었던 곳은 어딘가요.
(LG는 선수단 식사 해결을 위해 몇 군데 식당을 섭외해놓고,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기인 (서)민수, (한)상혁이랑 자주 밥을 먹으러 다녀요. 구단에서 섭외해놓은 식당이 몇 군데 있어요. 주로 거기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상남동에 '토담'이라는 한식당이 가 본 곳 중에선 최고였어요. 좀 배부르게 제대로 먹고 싶을 때마다 그 식당을 이용하는데 백반이나 두루치기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창원에 놀러오시는 분들이나 상남동에서 밥집을 찾으신다면 강력 추천드립니다.
어느새 LG가 창원으로 이전한지 두 달이 지났다.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연고지로 정착을 완료한 뒤 벌써 곳곳에서 LG 선수들을 봤다는 목격담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정성우는 아직 자신을 알아보는 팬은 없었다고 했다.
Q. 식당이나 길거리를 다니면 알아보는 팬들이 있나요.
(조)성민이 형이나 (강)병현이 형처럼 다른 형들은 알아보시는 것 같던데, 저는 아직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선수들이랑 같이 몰려다니면 이목을 끄니까 농구선수 아니냐 하면서 알아보시는 경우가 있긴 해요. 하지만 저를 알아보는 팬은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Q. 정성우 선수가 추천하는 창원의 명소는 어디예요.
귀산동이요. 마창대교 밑에 카페거리가 있는데,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거기만큼 좋은 데는 없는 것 같아요. 창원은 아니지만, 통영이나 거제도도 명소로서 괜찮더라고요. 저도 낚시를 좋아해서 가끔 가거든요. 요즘 같은 날씨가 볕도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낚시하기엔 딱 좋은 것 같아요.
Q. 집에 있을 땐 주로 뭐하면서 보내요.
말하기 전에 절대 설정이 아니라는 점 꼭 적어주세요(웃음). 집에 있으면 주로 독서를 한답니다. 하하. 인터뷰 때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찍었는데 뭔가 계속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근데 정말이지 설정이 아니에요. 종교가 기독교라 기독 서적을 많이 읽어요. 요즘 성경을 통독하는 중이거든요. 읽었던 책들 가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요. 폭풍 속의 가정이라는 책인데, 역시나 기독 서적이에요. 교회에서 목사님 설교를 듣다가 추천을 해주셔서 읽게 됐어요.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라서 읽어보고 싶기도 했고, 가정을 더 잘 꾸리고 싶은 마음에서 봤어요.
Q. 아내와 함께 내려간다고 하니 팀 내 유부남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먼저 결혼한 형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이에요. 아내랑 떨어져 있지 않고 같이 살아서 좋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아내가 대단하다고 그러더라고요. (형들도) 가족 모두가 함께 내려오는게 힘들다는 걸 알고 있고, 쉽지 않다고 해요. 또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전학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형들 모두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하세요.

아무래도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먼 타지에 오로지 저만 믿고 와준 사람이 곁에 있다 보니 훈련도 경기도 게을리할 수가 없더라고요. 매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가족을 위해서 더 잘해야 한다는 기분 좋은 부담감도 있고요. 시즌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경기에 임하는 각오나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팀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더 악물게 되죠.
Q. 가족과 함께 지내서 가장 좋은 점은요.
숙소 생활을 할 때는 모든 일과를 마치고 방에 올라가면 조용한 느낌이 싫었어요. 그래서 TV를 틀어놓고 멍하니 있는 시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운동 끝나고 집에 가면 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좋아요. 위로도 받고 운동할 때 힘이 될 수 있도록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먼 타지까지 와서 고생이 많아. 이번에 창원으로 이사가 자기한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잖아. 그럴 때마다 매번 현명하게 잘 선택해줘서 고맙고, 속으로 많이 힘들더라도 힘든 내색도 없이 항상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남모르게 헌신해줘서 고마워. 그런 결정들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좋은 남편이 되어줄게. 그리고 가정을 잘 이끌어가는 남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도록 약속할게.
#사진_본인 제공
점프볼 / 임종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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