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과 밀러, 커리 이전 3점슛 레전드

김종수 / 기사승인 : 2021-12-15 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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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3점슛 역사를 다시 써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33·190.5cm)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커리는 15일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있었던 뉴욕 닉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기존 레이 앨런(46·196cm)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다 3점슛 기록(2,973개)을 뛰어넘었다.


커리는 이날 경기 전까지 앨런이 가지고 있던 기록에 단 1개 차로 다가가 있었다. 부담감이 느껴질 법도 했지만 손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동률을 이루고 3분여가 지난 후에 2번째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어렵지 않게 앨런의 기록을 넘어섰다. 3점슛 5개 포함 22득점으로 팀 승리까지 이끌었다. 이날 커리의 신기록 수립 현장에는 2위 앨런은 물론 3위 레지 밀러(2,560개)까지 찾아와 지켜보고 축하해주었다.


NBA의 트랜드까지 바꾸며 이미 진작부터 역대 최고 슈터로 꼽히던 커리인지라 시간이 문제일 뿐 3점슛 기록 달성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는 기록 달성까지의 경기 숫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종전의 앨런은 1,300경기에서 통산 3점슛 1위 기록을 만들어냈다. 반면 커리가 신기록을 달성하기까지의 경기 숫자는 불과 789경기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역대 누구와도 비교가 안되는 빠른 페이스다.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3,000개는 당연하고 4,000개 이상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존 스탁턴, 카림 압둘자바 등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주 분야에서 범접하기 힘든 누적기록이 예상된다. 올 시즌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정상 재등극을 이끌고 숙원인 파이널 MVP까지 차지한다면 어디까지 위상이 올라갈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모든 신기록에 있어서 잊지말아야할 것은 기존 기록의 존재다. 이전에 땀으로 쌓아 올린 이들의 업적과 커리어가 있었기에 그걸 깨트렸을 때 더욱 축하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통산 2위 앨런은 물론 3위 밀러(56·201cm) 역시 팬들 사이에서 더불어 회자 되는 분위기다. 전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앨런과 밀러는 둘다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3점슛 역대 2위 ‘만랩슈가’ 레이 앨런

보스턴 셀틱스 시절부터의 앨런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슈터 이미지가 강하겠지만 사실 그는 전천후 슈팅가드에 가깝다. 슈터로서도 잘했으나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득점력에 패싱능력까지 두루두루 재능이 많았다. 그로 인해 국내 팬들에게도 ‘만랩슈가’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한팀의 에이스급 기량을 뽐내면서도 이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동료들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찬스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하다가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나서 ‘주포’역할까지 해냈다.


한창때의 그는 폭발적인 돌파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찢어버릴 듯 휘젓고 다녔고 골밑에서 화려한 덩크슛도 펑펑 터트렸다. 그런 와중에서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패싱게임을 즐겼고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쉴새없이 움직이며 좋은 자리를 찾아가 받아먹기를 통해 득점을 올렸다. 수비 역시 동 포지션에서 좋은 축에 속했다. 그야말로 다양한 전술을 수행하는데 안성맞춤인 선수다.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수비에 막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외곽 찬스를 봐주고, 빡빡한 골밑으로 가볍게 한손 패스를 넣어주는 등 시야와 센스가 모두 좋았다. 주 포지션은 분명 2번인데도 종종 포인트가드처럼 보일 때도 많았던 이유다. 슈터로서의 그는 군더더기 없는 매우 이상적인 폼을 가지고 있었다. 하체가 흔들리거나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탄탄한 균형감각을 통해 점프해 올라가는 동작에서 밸런스를 잡는다. 슛 터치가 매우 안정적인 만큼, 언제나 동일한 포물선을 그리며 슛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노장반열에 들어섰던 보스턴 시절의 앨런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선수로 꼽혔다. 슈퍼스타 케빈 가넷과 프랜차이즈 스타 폴 피어스만큼 드러내놓고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그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뒤를 받쳐주며 우승이라는 더 큰 결과물을 얻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신의 득점보다 팀의 분위기를 먼저 감안했고 결코 슈팅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해줬다. 결승 마지막 경기에서 파이널 사상 한 경기 최다 3점슛(7개) 성공 타이기록을 세웠고, 시리즈 3점슛 합계에서도 21개로 종전의 17개를 뛰어넘는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 기록보다는 팀을 먼저 챙겼다는 점은 당시 보스턴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더불어 이러한 모범적인 자세는 팀원들을 더욱 단결하게 만드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환상의 임팩트, 3점슛 역대 3위 이끈 밀러타임!

사실 커리 이전 3점슛하면 앨런보다는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낳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밀러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앨런이 전천후 슈팅가드에 가깝다면 밀러는 그야말로 슈터에 특화된 전문 슛쟁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을 이용하는 방법과 볼 없는 움직임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레지 밀러를 분석하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슈터의 정석같은 선수였다.


밀러는 온갖 근육질 선수들이 판치는 NBA 무대에서 깡마른 체격으로 당당하게 경쟁했다. 포지션대비 신장(201cm)은 큰 편이었지만 체중은 불과 88.5kg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뛰어난 패싱센스나 폭발적인 운동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밀러를 스타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3점슛'이다. 안정성과 폭발력을 모두 갖춘 그의 외곽슛은 클러치 순간에 특히 강해 승부처에서 상대팀을 가장 긴장시켰다. 누구보다도 자신감 있게 3점슛을 던졌고 또 그만큼 림에 많이 꽂아 넣었다.


밀러는 슈터로서 이상적인 폼을 지닌 선수는 아니었다. 슈터들 대부분이 이마 위에서 슛을 쏘는 것과 달리 밀러는 이마 앞에서 공을 던졌다. 이럴 경우 팔을 뻗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힘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블록슛을 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마 앞에서 슛을 할 경우 슈팅 자체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러한 이론을 증명하듯 밀러는 매우 빠른 움직임으로 슛을 던졌다. 스크린 사이를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며 3점슛 거리 밖에서 공을 잡았다 싶으면 지체 없이 외곽슛을 시도했다.


자세가 조금 흐트러졌어도, 수비수가 달려와도 개의치 않고 본능적인 3점슛을 날렸다. 그리고 슛은 여지없이 적중했다. 특히 모든 선수가 긴장하는 승부처나 4쿼터 막판이 되면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밀러를 최고의 외곽 승부사로 부르는 이유다.


밀러가 한창 활약할 당시 동부지구에는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와 전통의 강호 뉴욕 닉스가 있었다. 전력과 선수층만을 놓고 본다면 밀러의 인디애나는 두 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밀러는 단순한 승부욕을 넘어 자존심이 무척 강한 선수였다. 자신이 결코 조던이나 닉스에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지간한 선수나 팀 같으면 그들을 상대로 4쿼터 막판 밀리고 있으면 투지를 상실하기 일쑤였지만 밀러는 반대로 더욱 불타올랐다. 몇 초가 남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고 끝까지 승리를 위한 외곽슛을 날렸다.


닉스 팬들에게 밀러는 악몽 같은 존재다. 중요한 순간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은 것을 비롯 굴욕적인 장면을 여러 번 안겼다. 1994~95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있었던 닉스와 인디애나의 경기는 밀러의 진가를 전 세계 NBA 팬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준 시리즈였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1차전에서 닉스는 경기 종료 18.7초를 남겨두고 105-99로 넉넉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인디애나 팬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밀러는 공을 받자마자 번개같이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는 닉스의 공을 빼앗아 또다시 3점슛을 꽂아버렸다. 불과 5.5초 만에 동점을 만든 것. 이어진 공격에서 닉스의 슈터인 존 스탁스가 자유투를 모두 놓친 반면 밀러는 모두 꽂아 넣어 승부를 뒤집었다. 그 유명한 '밀러 타임(Miller Time)' 중 하나다.


이후에도 밀러는 닉스를 만날 때마다 놀라운 클러치 능력을 선보였다. ESPN이 선정한 밀러의 10대 명장면에 무려 4개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 경기가 들어 있을 정도다. 닉스 팬들 입장에서 밀러라면 치가 떨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닉스 팬들 조차 결국에는 밀러에게 경의를 표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밀러의 마지막 경기에서 닉스의 열성 팬인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는 그동안의 앙숙 관계를 잊고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슈터에게 경의를 표했다. 밀러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반대로 그가 있어 수많은 명승부가 펼쳐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지기 싫어하던 근성의 소유자 밀러는 '농구 황제' 조던에게 굉장한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밀러는 정말로 자신이 조던에게 꿇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전성기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를 상대로도 대단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그는 1997~98시즌 동부 파이널 3차전에서 다친 다리를 끌며 4쿼터 막판 1분 30초 동안 8점을 몰아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4차전에서는 93-94로 뒤지고 있던 종료 2.9초 전, 조던을 밀어내고 클러치슛을 성공시키며 선수들과 관중들을 모두 경악케 했다. 비록 대접전 끝에 시리즈의 최후 승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조던의 턱밑까지 칼날을 들이댔다는 점에서 밀러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밀러는 단 한 번도 우승, 득점왕, MVP에 올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어떤 강적을 상대로도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농구변방 인디애나 팬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줬던 프랜차이즈 레전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나이키 제공. NBA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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