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용호 기자] 이미 한 차례 사라졌다가 부활한 WKBL 외국선수 제도에 대해 또 다시 폐지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의 시스템 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 수준 높은 외국선수가 오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WKBL도 사무국장 및 감독자 회의를 통해 제자리걸음 중인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조율을 해나가고 있었다.
이미 지난달 27일에 열린 사무국장단 회의에서도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다만, 현재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기 전인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외국선수 없이 시즌을 소화하는 의견이 나온 상태다. 2020-2021시즌 개막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직접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는 6개 구단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찬성과 반대 의견이 4대2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인터뷰는 익명으로 나가게 되었으며, 순서는 순위나 팀 명칭, 나이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찬성 : 4표
감독1 "변화를 줄 시점이다. 수비 전략 다양해질 것"
외국선수 제도가 부활하고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어떤 방향에서든 한 번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선수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도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선수들의 사정도 이해는 가지만, 구단 입장에서도 큰 돈을 주고 계약을 하는 만큼 곤란한 부분이 있었다.
국내 선수끼리 시즌을 치르게 되면 수비에서 다방면으로 호흡이 좋아질 거라 기대된다. 더 세부적인 전술을 쓰기에 적합한 환경이 될 거다. 국제무대를 생각해도 본인들이 직접 에이스 역할을 맡아 플레이를 해결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선수들의 공격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저득점 경기가 나올 수 있고, 평소에 팀 훈련을 할 때도 외국선수와 스파링을 하며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외국선수와 부딪혀볼경험이 없어지는 건 아쉽지만, 일단은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감독2 "외국선수 1인 보유, 위험성이 크다"
외국선수 제도 폐지에 찬성한 가장 큰 이유는 1명 보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2명 보유에 1명 출전이면 모를까, 현재 상태에서는 외국선수가 다쳤을 때 대안이 너무 없다. 남자농구처럼 외국선수 수급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선수가 이탈하면 비시즌 동안 준비해온 것들이 모두 무너질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외국선수 없이 리그를 치르는 게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국내선수들이 급격히 성장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느 한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거나 자유계약선수(FA)들과의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런 리스크도 있겠지만, 외국선수의 부상은 한 라운드 정도가 통째로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 부담보다는 안전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물론, 국내선수들끼리 시즌을 치르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조직력은 더 좋아지리라 본다. 팀 디펜스에 있어 로테이션이 용이해지면서 긍정적인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 생각한다.
감독3 "외국선수 실력 떨어진다. 국내 선수끼리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최근 몇 년 간 WKBL에 온 외국선수들을 보면 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남자프로농구도 그렇지만, 외국선수에 의해 팀이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선수들은 신장이 충분함에도 외곽에서만 플레이를 하는 성향이 생겼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면 그동안 파워포워드, 센터 포지션에서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본래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거고, 리그 판도에도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본 포지션의 스타일을 살려감에 있어 작은 선수들도 새롭게 장점을 살릴 길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선수끼리 경기를 하면 단점도 분명 있다. 다들 예상하듯 스코어가 저조해진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선수에 투자하던 비용으로 아마추어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당분간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효과가 나올지 지켜보고, 추후에 다시 외국선수 제도를 부활시켜도 좋을 것이다.
감독4 "국내선수들 실력을 키워보자"
현 상황에서는 외국선수 제도가 유지되면 계속 외국선수 위주의 팀 운영이 불가피하다. 그러면 국내선수들의 역할이 계속 줄어들 텐데, 국내선수를 보호하자는 입장에서 외국선수 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편이다. 그나마 지금 영입할 수 있는 외국선수의 수준이 대단하다면 좀 낫겠지만, WNBA에서 선수들 복지 강화는 물론 4월 트레이닝 캠프부터 필참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앞으로는 연차가 낮은 신인급 선수들만 오게 될 거다. 그렇다면 팀이 원하는 선수를 정상적으로 선발하기가 쉽지 않다.
구단은 돈을 투자하는 만큼 결과가 나와야 한다. 차라리 자유계약을 통해 만족할 만한 경기력 수준이 나오면 제도를 유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힘들 지라도 국내선수들끼리 부딪혀보면서 성장을 기대하는 게 낫다고 본다. 당장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울 수는 없겠지만,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무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 기대된다.

반대 : 2표
감독5 "당장 폐지는 반대, 점진적 변화가 있어야"
대의적으로 당장 국가대표팀에서도 박지수 외에 확실한 센터가 없다는 건 분명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당장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한다는 건 팀 사정에 따라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2~3년 정도 기간을 잡고 차츰 폐지 쪽으로 환경을 만들어간다면 조금 낫겠지만, 한 날 갑자기 외국선수가 팀에서 사라지면 시즌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외국선수 제도가 폐지되고 국내 선수끼리 경기를 운영하면 책임감은 분명 생길 것이다. 다만, 리그 전체적으로 그 효과를 당장에 보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언젠가는 외국선수 제도가 없어지는 게 맞겠지만, 작은 변화가 아닌 만큼 모든 구단들이 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여유 있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독6 "프로 무대는 프로답게 확실한 투자와 결과 있어야"
외국선수 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들을 들어보면 대부분 WNBA의 제도 변화로 인해 좋은 외국선수들을 수급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선수 발굴 및 성장에 힘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프로 스포츠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프로는 팬들을 위해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내야 한다.
현재 WKBL은 WJBL처럼 외국선수들이 아마추어 무대에서 5년 이상 뛰면 프로선수 등록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없다. 일본은 이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뽑히지는 못하지만, 자국 프로리그에서는 얼마든지 뛸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190cm 정도의 센터 발굴이 힘든데, 세계의 여자농구는 스몰포워드부터 센터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트레치 빅맨이 대세다. 그게 볼 거리인데, WKBL은 외국선수가 사라지면 그 역할을 할 선수가 없다. 국내 4대 스포츠 중에 사실상 저변이 가장 열악한 여자농구가 앞장서서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외국선수가 없으면 국제무대를 위한 국내선수들의 스파링 파트너도 없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제도라는 건 한 번 없애면 부활이 쉽지가 않다. 이미 WKBL에서 외국선수 제도가 한 차례 사라졌다 부활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폐지보다는 좋은 외국선수를 수급할 방안을 찾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 유럽은 물론, 하다못해 아시아 선수라도 영입할 수 있도록 변화를 가져간다면 단순히 폐지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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