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터뷰] ‘축복받은 고릴라’ SK 김태훈 “형들이 까서 먹여준 바나나가 큰 힘”

정다윤 / 기사승인 : 2025-03-18 17: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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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SK 김태훈의 3점슛이 터지자, 벤치에서 바나나가 등장했다. 무슨 상황일까?

서울 SK 신인 김태훈(22, 190cm)은 2024 KB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지명되며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최근 김태훈은 팀 내에서 ‘고릴라’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점점 팀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경기 중에도 벤치에서 바나나 세리머니가 등장할 정도로 그의 별명은 하나의 상징이 됐다.

그러면 김태훈은 어쩌다 고릴라가 됐을까.

취재진과 만난 김태훈은 “대학교 1학년 때 생긴 별명이다. 4학년 형들이 지어줬는데, 몸이 근육질이기도 하고, 당시 (정)호영이 형이 처음 불렀다. 혹성탈출에 나오는 시저 같다고 해서 불리기 시작했다. 근데 한동안 잊혔다가 최근 현대모비스가 우리 홈구장을 찾았을 때 다시 회자됐다. 그때 박무빈 형이 장난스럽게 ‘고릴라 어디 있냐’고 묻자, 안영준 형이 ‘그게 누구야?’라고 했다. 그러자 무빈이 형이 ‘태훈이 있잖아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때부터 영준이 형이 ‘고릴라’ 별명을 퍼뜨렸고, (최)부경이 형이 그 이미지를 굳히는 데 95% 지분을 차지했다. 나만 보면 ‘우우우’ 하고 고릴라 소리를 내며 놀렸는데, 마치 한동안 뉴스에 나왔던 본인 별명 ‘부바오’를 묻으려는 전략 같았다(웃음). 그렇게 나는 다시 고릴라가 됐다”며 별명의 유래를 설명했다.

‘고릴라’는 단순한 별명을 넘어 팀 분위기를 북돋우는 촉매제와도 같았다. 별명 하나로 팀 내 유대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일까. 김태훈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형들의 장난기 어린 반응을 이끌어냈고, 팀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태훈은 “지난 경기에서 제가 3점 슛을 넣었을 때, 벤치에 있던 형들이 바나나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더라. 벤치로 들어갈 때마다 직접 바나나를 까서 먹여주기도 했다. 고릴라답게 형들이 챙겨준 바나나가 힘이 됐다(웃음). 그것도 그렇지만, 평소에 형들이 장난도 많이 쳐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서 정말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며 팀 분위기를 전했다.

형들의 응원이 담긴 바나나 덕분일까. 김태훈은 상대 팀의 핵심 가드, 혹은 에이스를 맡아 수비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투지 넘치는 수비는 평소 앵그리 모드였던 전희철 감독마저 먼저 칭찬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리그 탑 가드 형들이 워낙 뛰어나서 그들의 모든 기량을 막아내기 쉽지 않더라. 그래서 선수마다 성향을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더 공부해야 한다. 프로에 와서 뛰어난 형들을 수비하다 보니, 더 잘 막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전한 김태훈은 “힘과 신체 능력이 내 장점이니, 속공이나 백코트 상황에서도 내가 먼저,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이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뛰며 흘린 땀방울이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태훈은 지난 소노전에서도 중요한 과제를 완수한 것. 승부처에서 에이스 이정현을 무득점으로 묶는 데 성공하며 플레이 스타일을 읽어냈다.

“특히 소노의 (이)정현이 형은 바디 밸런스와 힘이 워낙 좋아서, 절대 힘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달라붙고 귀찮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한 김태훈은 “물론 나 혼자 막는 게 아니라 형들의 도움을 받았고, 나는 정현이 형의 강점만이라도 최대한 억제하려고 했다. 다행히 그날은 그 전략이 잘 통했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들의 빠른 발처럼 역대급 속도로 정규리그 우승의 도장을 찍어버린 SK, 그 역사적인 순간에 한 신인이 있었다. 김태훈은 아직 팀의 중심이 아니지만 이 시간이, 이 경험이 언젠가 자신의 가장 값진 자산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SK에 온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어 김태훈은 “나는 운이 좋은 선수다. 신인임에도 1군 엔트리에 올라와 경기 기회를 얻고 있고, 출전 시간이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지만, 주어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감독님께서 봐주시고 기회를 주시는 것 같고, 코치님들도 많은 걸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감회를 전했다.

“이런 환경에서 팀과 함께 우승을 향해 나아가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영광은 순간이지만, 성장은 과정이다. 김태훈은 승리의 한가운데에서 그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강팀의 일원이 된다는 건 단순히 유니폼을 입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었다.

김태훈은 “형들이 워낙 잘하고 오랜 시간 코트를 지키기 때문에, 지칠 때 내가 힘을 보태야 한다. 형들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내 역할이다. 코트를 밟는 순간마다 내 몫을 다하는 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정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피나는 노력 끝에 스스로 올라설 때만이, 그곳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주어진다.

앞으로의 김태훈이 그 자격을 증명할지 기대된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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