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대모험, 난 농구왕이 될거야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2-17 18: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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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오다 에이이치로의 인기 만화 ‘원피스(ONE PIECE)’는 작가 본인이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부, 명성, 힘을 모두 가졌던 전설적인 해적왕 골드 로저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보물을 바다에 두고 왔다고 밝힌다. 이에 해적, 모험가는 물론 세계정부 소속 해군까지 쟁쟁한 인물과 세력이 모두 그가 가르킨 바다로 눈을 돌리고 세상은 그야말로 대해적시대를 맞는다. 원피스는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주인공 루피와 그 일행들 통칭 밀짚모자 해적단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농구인들에게 NBA는 원피스 속 바다와 같다. 우승이라는 보물을 놓고 매 시즌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쟁쟁한 선수들이 팀을 이루어 경쟁한다. NBA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명예와 돈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기회인지라 정규시즌은 물론 플레이오프부터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악마의 열매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얻은 원피스 세계관 캐릭터들이 그렇듯 NBA 역시 노력과 재능의 열매를 먹고 실력을 키운 농구 능력자의 세상이다. ‘2만2만 열매’ 윌트 체임벌린과 ‘우승우승 열매’ 빌 러셀같은 고대 괴수를 필두로 ‘훅슛훅슛 열매’ 카림 압둘자바, ‘매직매직 열매’ 매직 존슨, ‘에어에어 열매’ 마이클 조던, ‘배달배달 열매’ 칼 말론, ‘튄공튄공 열매’ 데니스 로드맨, ‘심장심장 열매’ 앨런 아이버슨 등 수 많은 전설들의 역사가 기록되어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퍼트리고 있는 영웅이 있으니 다름 아닌 골든스테이트 해적단의 리더 스테판 커리(33·190.5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3점3점 열매’ 능력자인 그는 기존에 보조 옵션 정도로 평가받았던 3점슛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1년에 한번씩 있는 정상대전에서 무려 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커리의 영향으로 인해 대해적시대 옆에는 3점슛과 스페이싱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고 있을 정도다.


루피와 마찬가지로 커리 역시 든든한 동료들이 함께 한다. 세 자루의 검을 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롤로노아 조로는 클레이 탐슨(32·201cm)에 비교할 수 있다. 탐슨은 커리에 이어 넘버2를 다투는 최고의 슈터이자 수비 스페셜 리스트다. 거기에 포스트업 등 골밑 플레이도 수준급이다. 커리를 도와 쌍포를 이루는 것은 물론 부족한 수비까지 채워주는 일등 살림꾼으로 평가받는다.


상디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요리사다. 기복 심한 성격에 범상치 않은 성향을 가지고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 대한 개념이 강해 자신의 식구들은 끔찍하게 챙겨주는 편이다. 골든스테이트 해적단에서는 드레이먼드 그린(31·201cm)이 그런 포지션이다. 어설픈 득점능력, 빼어난 수비력에 더해 의외의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가능한 선수로 누구보다도 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펼칠 줄 아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아군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타인들을 대하는 성향이 강해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다.

 


커리는 자신과 잘맞는 탐슨, 그린과 오랜시간 함께 항해해 왔으며 새로이 추가되는 좋은 선원들과 더불어 꾸준하게 골든스테이트 해적단을 바다의 강자로 이끌고 있다. 연이은 부상 여파로 잠시 위기도 있었으나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다시금 정상대전을 향한 도전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똑 떨어졌던 현상금 랭킹에서도 서부지구에서 2위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다.


물론 워낙 강호가 많은 NBA인지라 정상대전에서 승리하는 길은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브루클린과 레이커스는 기대했던 빅3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브루클린은 ‘거부거부 열매’를 잘못 먹은 카이리 어빙의 부작용 사태에 의해 ‘털보털보 열매’ 능력자 제임스 하든을 ‘몰라몰라 열매’ 벤 시몬스와 맞바꾸는 사태를 겪었다. 레이커스 역시 ‘만능만능 열매’ 르브론 제임스와 ‘갈매갈매 열매’ 앤서니 데이비스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홀로홀로 열매’ 러셀 웨스트브룩 또한 팀과 섞이지 못하며 팀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피닉스 함은 특급항해사 크리스 폴과 저격수 데빈 부커를 앞세워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조직력이 탄탄한지라 시즌 내내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며 동서부 통틀어 가장 높은 현상금 순위를 자랑하고 있다. 50년 넘게 NBA 바다를 누비고 있음에도 정상대전에서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한을 올 시즌에는 기필코 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시즌 피닉스 함을 밀어내고 정상대전에서 최종승자로 등극했던 밀워키는 올 시즌 역시 선두그룹과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그랬듯이 일단 플레이오프만 올라간다면 언제든지 정상대전 판도를 뒤흔들 돌풍의 핵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괴인괴인 열매’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존재가 크다. 한번 정상을 차지했다는 경험 역시 그들의 자신감을 한껏 높여줄 것이 분명하다.


NBA를 이끌 차세대 주역 ‘얼음얼음 열매’ 트레이 영과 ‘불꽃불꽃 열매’ 루카 돈치치의 행보도 주목된다. 각각 애틀랜타 해적단과 댈러스 해적단에 입단하기 무섭게 에이스 자리를 거머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기 드문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들이다. 해적단에 지명됐던 당시 서로 둥지를 옮기는 과정을 겪기도 했던지라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 이들의 1차 승부는 누가 먼저 정상대전에서 우승하느냐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


모든 해적단 리더가 그렇듯 커리 역시 우승에 대한 욕심이 많다. 3번의 전설을 합작한 동료들이 건재한지라 모두가 함께할 때 다시 한번 신화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현상금 포인트와 우승횟수가 추가될수록 NBA 역사책의 더 앞부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농구왕을 꿈꾸는 커리의 모험이 올 시즌 어떤 결말로 마무리 지어질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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