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NBA는 물론 KBL까지 듀얼가드의 숫자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 마이클 조던이 맹활약하던 시절만해도 선두에서 경기의 모든 것을 컨트롤하던 퓨어가드가 강세였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듀얼가드가 대체해가고 있는 흐름이다. 본인이 공격하기보다 동료를 살려주기위해 최선을 다했던 예전 가드와 달리 최근에는 득점력에 자신이 있으면 직접 선두에서 화력을 이끈다.
리딩, 패싱게임 등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다보니 사이즈가 큰 장신가드도 속속 늘어나고있으며 이러한 선수를 막기위해 상대편 가드도 함께 커지는 현상이 이어지는 추세다. 물론 그렇다고 리딩, 패싱게임 등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농구에서 전략, 전술은 더욱 발전하고 늘어났다. 다만 과거처럼 역할을 1번이 대부분 맡는 것이 아닌 팀 전체적으로 나눠서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번 못지않게 리딩의 비중을 많이 가져가는 2번은 물론 가드 이상의 패싱 센스를 자랑하는 이른바 포인트 포워드도 많아지고 있다. 꼭 1번이라고 조율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더 잘하는 쪽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퇴보가 아닌 진화라는 표현이 맞다. 이러한 포지션 파괴의 바람은 가드가 아닌 골밑에서 가장 가까운 쪽을 맡고있는 센터쪽에도 불고 있다. NBA 최고의 ’포인트 센터‘로 불리고있는 덴버 너게츠 간판스타 니콜라 요키치(26‧213cm)가 대표적이다.

흑인 센터 강세속, 백인 센터의 완성판
어느 포지션이 그렇지않겠느냐마는 NBA에서 센터는 그야말로 흑인들의 영역이었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간간이 흑인들에 맞설만한 백인 스타들이 나왔지만 빅맨 특히 센터쪽은 더더욱 진입 장벽이 높았다. 아무래도 덩치가 커질수록 기동성, 운동능력 등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황인, 백인들을 놓고보면 그렇다.
그러나 NBA에서 상위클래스로 평가받던 흑인 센터들은 달랐다. 데이비드 로빈슨(215.9cm)은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포워드 못지않은 스피드로 코트를 누비며 페이스업 공격을 즐겼고 하킴 올라주원(213.3cm)은 테크닉, 스피드에서 탈빅맨급 기량을 과시하며 ’센터가 아닌 스몰포워드다‘는 말까지 들었다.
심지어 체격조건만 놓고봤을 때 힘만 세고 느릴 것 같은 샤킬 오닐(215.9cm‧147.4kg)도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유연하고 날렵했다. 만약 오닐이 단순히 힘만 셌다면 슈팅에 약점이 있는 상태에서 ’공룡 센터‘로 상대편 포스트를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흑인 센터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신체능력은 ’농구는 흑인을 위한 스포츠다‘는 말을 확인시켜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물론 오랜 시간 흑인들의 세계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했던 백인 센터들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자국에서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경쟁력을 키워갔던 유럽산 센터들의 반격은 만만치않았다. 신체능력 자체에서는 어쩔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대신 슈팅력을 더욱 정교하게 갈고닦거나 패싱게임 등 팀전술에 집중하는 스타일을 통해 맞섰다. 수비시에는 치열하게 몸싸움을 펼치고 미리 자리를 선점하고 기다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항했다.
요키치는 그렇게 발전한 백인 센터의 완성판같은 선수다. 그는 기존 백인 센터의 약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유럽무대에서 뛸때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NBA 흑인 센터들과 비교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지라 기동성, 수비문제 등을 겪기도 한다. 빠르게 달리지 못하고 순발력있게 점프할 수 없다는 점은 한팀의 주전 빅맨으로서 치명적 결점이다.
하지만 요키치는 다른 장점을 통해 이같은 약점을 커버하며 NBA 최고의 센터중 한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2014년 드래프트 2라운드 41순위로 그를 지명한 것은 덴버 입장에서 최고의 선택이 됐다. 지난 시즌 72경기에 출전해 평균 26.4점, 10.9리바운드, 8.4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한 요키치는 NBA 역사상 가장 낮은 픽으로 시즌 MVP를 수상한 선수가 됐으며, 덴버 최초의 정규리그 MVP까지 올랐다.

넓은 시야와 패싱 센스에 파워풀한 포스트업까지
’조커‘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요키치는 매우 다재다능하다. 세 시즌 연속 팀 내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서운 속도로 트리플 더블 횟수를 쌓아가고 있다. 그간 ’포인트 포워드‘라는 용어는 많이 쓰이고 있었지만 ’포인트 센터‘는 사실 생소했다. 골밑에서 상대 장신자들과 부딪혀가며 싸워야되는 센터 입장에서 패싱게임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키치는 다르다. 넓은 시야와 센스를 바탕으로 경기 내내 팀 동료를 살려주는 패스를 뿌려댄다. 단순히 패싱능력을 겸비한 수준이 아닌 어지간한 1번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큰 신장을 바탕으로 넓게 코트를 바라보고 플레이하는지라 가드도 힘든 놀라운 패스를 속속 보여준다.
요키치는 본인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패스를 통해 팀 동료들의 기동성을 살려주는데 능하다. 미들라인 인근에 자리를 잡은채 묵직하게 스크린을 걸어주며 뛰어들어오는 동료에게 기가막힌 타이밍에서 패스를 넘겨줘 컷인 플레이를 만들어 주는 것을 비롯 빈자리를 놓치지않는 킥 아웃 패스를 통해 외곽슛을 유도한다.
동료의 위치는 물론 동선까지 계산하면서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나가는 요키치의 패스는 흡사 정상급 퓨어 가드를 연상시킨다. 큰키를 살려 높은 타점에서 던져주는 패스는 물론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낮은 바운드 패스를 찔러넣어 어시스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리바운드 후 지체없이 빨랫줄같은 아울렛패스를 뿌리는가하면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돌아나오는 과정에서 등뒤로 노룩패스를 넘겨준다.
물론 올시즌 15경기에서 평균 26.2득점, 6.4어시스트, 13.7리바운드, 1.2스틸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키치가 단순히 패스만 잘하는 선수는 아니다. 빼어난 슈팅력과 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득점과 리바운드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득점 부분에서는 더욱 진화한 모습이다.
요키치의 포스트업 스킬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힘으로 상대를 밀고 들어가는 것은 물론 유연한 피벗과 다양한 속임 동작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골밑 득점을 성공시킨다. 거기에 41.3%의 3점슛 성공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슛이 갈수록 정교해지고있어 위치를 가리지않고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놓는 모습이다. 내외곽 득점은 물론 패스까지 생각해야하는 매치업 상대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요키치는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자말 머레이(24‧190cm)가 언제 돌아올지 기약하기 어려운 가운데 마이클 포터 주니어(23‧208cm)까지 허리 부상으로 시즌아웃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남은 자원에 대한 집중 견제, 팀 성적 부담 등은 고스란히 간판스타 요키치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 마이애미 히트의 파워포워드 마키프 모리스(32‧206cm)와 경기중 밀고 밀치는 싸움을 벌였는데 이는 거기서 끝나지않고 양 선수 형제들은 물론 팀 동료, 지인들까지 서로 으르렁거릴 정도로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즌초부터 힘든 상황에 놓인 요키치가 여러 가지 악재를 이겨내고 지난시즌 MVP로서의 위용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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