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당장 인정을 받기 어렵겠지만, ‘저 심판 괜찮은 심판이구나’ 한 마디만 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WKBL은 올해 신인 심판 5명(김도현, 박선영, 신정아, 한대훈, 황지선)을 새로 뽑았다. 가장 눈에 띄는 심판은 박선영 심판이다. 나머지 4명은 모두 대한민국농구협회 경력 심판이지만, 박선영 심판은 WKBL 선수 출신 중 최초로 KBL 심판을 경험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박선영 심판은 1998년부터 2014년까지 WKBL에서 선수로 활약한 뒤 2015년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생활체육 등에서 심판을 맡았을 뿐 대한민국농구협회(이하 KBA) 전임심판 경력이 없었던 박선영 심판은 2017~2018시즌 KBL 신인 심판으로 뽑혔다.
KBL은 당시 “여자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오랜 선수 생활을 했고, 지도자 경험(김천시청 플레잉 코치)도 있다. 처음에는 다른 심판과 비교가 안 되겠지만, 적극성 등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할 때 우리가 키워서 기용해보고 싶었다”고 경험이 적은 박선영 심판을 선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2017~2018시즌이 지난 뒤 KBL과 재계약을 하지 못한 박선영 심판은 다시 WKBL 심판으로 돌아왔다.
박선영 심판은 지난 8월 말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2019 KB국민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WKBL 심판으로 데뷔했다.
WKBL 임영석 심판교육관은 박선영 심판을 뽑은 이유를 묻자 “WKBL을 알고, 여자 선수들을 알고, 경험도 있고, KBL에서 교육도 받았다”며 “(이번 신인 심판을) 많은 인원을 뽑으려고 해서 선수 출신 중에서도 선발하려고 했다. 선수 출신 중에서 뽑는 게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의 습성을 알아서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임영석 심판교육관은 박신자컵에서 박선영 심판이 어땠는지 궁금해하자 “4~5경기를 봤는데 움직임은 많이 좋은데 콜은 연습경기 등으로 부족한 현장 경험을 더 쌓고, 본인도 노력하고 있기에 좋아질 거다”고 했다.
KBL에서 신인 심판이 정규경기에 투입되기까지 보통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임영석 심판교육관은 “노력을 해서 (기존 심판과) 좋은 경쟁이 된다면 신인 심판이라도 정규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 우선 연습경기와 퓨처스리그에 들어가서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은 다음에 부장님과 상의한 뒤 투입하겠다”며 “그렇지만, 언제 배정할지 정확한 계획은 없다. 본인들이 노력하기 나름이다. 심판이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라서 긴 안목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고 당장 정규리그부터 박선영 심판을 보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31일 박신자컵이 열리고 있을 때 박선영 심판을 만나 WKBL 심판이 된 소감을 들었다. 다음은 박선영 심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돌아온 개념은 조금 그렇다. KBL에서 심판 교육도 받았는데 심판이 더 하고 싶었다. 그런 기회가 WKBL에 있어서 도전을 했다.
왜 심판이 자꾸 하고 싶은 건가?
희한한데 코트에서 더 뛰고 싶다. 선수 때는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제가 선수 때도 심판에 대한 부당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심판들도 진짜 열심히 한다. 사람이 하는 판단이라서 실수도, 오심도 나오지만, 어떤 심판이 선수 입장에서 큰 경기를 좌지우지하고 싶겠나? 그렇지 않다.
심판이 되고 나서 나태해질 수 있었던 제 삶도 좀 더 정직해지고, 좀 더 배워간다. 선수 때 했던 몸 관리도 알고 있어서 심판을 하며 관리를 잘 할 수 있다. 선수들이 경기에 최대한 집중해서 정직하게 한 경기를 치르도록 제가 도와주고 싶다. 심판이 정당한 플레이를 잘 할 수 있게, 불법적인 건 모두 못하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 WKBL에 오니까 은퇴한 선배도 있고, 그래서 좋은 거 같다.
가능성을 인정받고 KBL 심판이 되었지만,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이번에 KBL 27살 신인 심판(강구동)이 들어왔다며 그 관련 기사에 제가 실력은 좋으나 나이가 많다는 내용이 나와서 동료 심판들이 장난을 친다(웃음). 웃어넘겼는데 맞는 말이다. 실력을 인정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KBL에서 기회가 있었고, WKBL에 또 기회가 있어서 도전을 하게 되었다.
KBL에서 문제가 WKBL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게 보면 그렇지만, 나이가 많은 걸 어떻게 하겠나? 사실인데. 실력은 배워서 채워나가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은퇴선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배운 걸 체육관에서 보답을 해야 한다. 나이가 많지만, 그런 인식을 안 갖게 하고, 나이 많은 심판이 잘 뛰어다니며 정확한 판정을 하면 그만큼 칭찬을 받지 않겠나?
신인 심판 5명 중 나머지 4명은 KBA 경력 심판이다.
새로 들어온 심판 중 가장 젊은 27살 황지선 심판도 협회에서 3년 넘게 심판을 봤다. 4명이 협회 출신이라서 제가 돌연변이다(웃음).

KBL 선배들이 ‘네가 KBL 심판이 되었으니까 이제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만큼 잘 해야 버티는 거다.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WKBL에 맞는, 교육관님이 말씀하시는 WKBL이 추구하는 규칙 등에 잘 적응하는 거다. 그래서 13명 심판들이 일관성 있게 휘슬을 불어서 경기에 해가 되지 않는, 멋진 플레이가 나오도록 하는 심판이 되고 싶다.
KBL과 WKBL이 똑같은 FIBA 경기규칙을 적용하지만, KBL과 다른 WKBL만의 특징도 있을 거 같다.
여기 와서 처음 연습경기를 했을 때 교육관님께서 다르다고 말씀을 하셨다. 협회 출신 신인 심판들에게도 그랬다. 메카닉은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여자 선수들은 페인트존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다. 남자 선수들은 굵직굵직해서 낚아채더라도 (동작을) 크게 하거나 아니면 잘 안 한다. 여자 선수들은 옷 잡아 당기고, 두 손을 쓴다. 선수들의 부상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번 시즌부터 이런 걸 파울로 적용한다. 이런 게 남자와 조금 다르다. 말씀 드리기 되게 조심스러운데 이번 시즌을 위해서 이렇게 좀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전 이런 과정을 겪는 나이가 많은 신인 심판이다(웃음).
속초에 와서 심판으로 배정되었나?
5경기 정도 본 거 같다. 환경이 달라지고, 속초에 와서 경기를 하니까 처음 경기에 들어갔을 때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배운 대로, 보이는 대로 하고 싶었지만,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게 힘들었다. 첫 경기를 하고 나니까 어떤 느낌인지 알고 빨리 직시했다. 그러니까 환경이 달라진 것에 제 스스로 적응 되었다. KBL에서도 그랬다. 고양에서 D리그를 하고, 구단마다 연습경기를 들어가면 빨리 적응하고, 선수 개개인의 성향 파악을 하고 빨리빨리 판단을 하는 게 심판으로서 이득이다.
앞으로 어떤 심판이 될 건가?
솔직히 그런 건 없다. 너무 하고 싶은 일을 한 거라서 최대한, 최대한 맞춰서 한 시즌, 한 시즌 치르겠다. 엄청 책임감을 가지고 하다 보면 3~4년이 지난 뒤 코트 안에 있는 모든 분들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저 심판은 잘 하고 있구나’ 그렇게 봐주시기만 해도 좋겠다. 큰 목표는 없다. 나이 많은 심판인데도 뽑아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
자기가 경기에 배정되어서 잘 보는 게 좋지만, 전 생각이 다르다. 심판들이 다 같이 잘 해야 팀에도 도움이 되고, WKBL에도 도움이 되는 거라서 13명 모든 심판들이 다 잘 했으면 좋겠다. 신념을 가지고, 주어진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잘 하는 게 제 목표이다. 목표를 멀리 두고 있지 않다. ‘어떤 심판이 되고 싶나’라고 하면 당장은 인정을 받기 어렵겠지만, 나중에 ‘저 심판 괜찮은 심판이구나’ 한 마디만 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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