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프랑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동관에서 열린 2019 농구월드컵 8강 토너먼트에서 43득점을 합작한 루디 고베어와 에반 포니에의 활약에 힘입어 미국을 낚는 데 성공했다.
두 팀의 경기는 시작부터 치열했다. 기선을 잡은 쪽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2대2 픽앤 롤 플레이와 에반 포니에(26, 201cm)·루디 고베어(27, 216cm)의 득점을 앞세워 전반을 45–39로 마쳤다. 프랑스의 기세는 3쿼터에도 이어졌다. 프랑스는 고베어의 인사이드 장악을 앞세워 3쿼터 한때 10점 차로 미국을 앞서갔다. 그러나 미국에는 도노반 미첼이 있었다. 3쿼터 내·외곽을 넘나들며 14점을 몰아친 미첼의 활약에 고무된 미국은 이때부터 경기 초반 말을 듣지 않았던 3점포가 불을 뿜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2대2 픽앤 롤 플레이는 계속 미국의 림을 두드렸고 결국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프랑스는 고베어를 중심으로 단단한 수비를 선보이며 미국의 화력을 봉쇄, 경기는 결국 프랑스의 89–79 승리로 마무리됐다.
프랑스가 미국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높이와 2대2 픽앤 롤 플레이로 대표되는 시스템 농구였다. 먼저 프랑스는 이번 대회 평균 신장이 202cm에 이르는 등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다. 단순히 수치상의 높이만 높은 것이 아니다. 프랑스는 NBA에서 2년 연속 올해의 수비수 수상에 빛나는 루디 고베어가 주전 센터다. 고베어는 이번 대회 6경기 평균 26.9분 출장 12.7득점(FG 65.8%) 9.7리바운드 2.3블록을 기록 중이다. 가시적인 숫자에서 알 수가 있듯 고베어는 안정적인 리바운드 장악과 림 프로텍팅으로 프랑스의 인사이드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여기에 고베어가 NBA 진출 후 외곽 수비까지 몸에 익히며 스위치디펜스에 강점을 드러내는 것도 고베어를 보유한 프랑스에겐 또 다른 이점이 되고 있다. 11일 경기에서도 미국은 고베어의 림 프로텍팅에 번번이 막혀 인사이드 공략에 실패했다.
프랑스의 수비가 견고한 건 인사이드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프랭크 닐리키나(21, 198cm)를 중심으로 한 퍼리미터 수비까지 단단하다. 닐리키나는 이번 대회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활용해 강한 압박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닐리키나는 최근 벌어진 2경기에서 패티 밀스와 켐바 워커의 득점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경기에선 결정적인 3점 슛 한 방을 터뜨리며 클러치 능력까지 과시한 닐리키나는 이번 대회 평균 1.2개(3P 41.2%)의 3점 성공을 기록,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3&D 플레이어로 경쟁력을 드러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니콜라스 바툼(30, 203cm)과 포니에 등 스윙맨 선수들까지 수비력이 뛰어난 프랑스는 이번 대회 최고의 퍼리미티 수비수와 림 프로텍터가 중심이 된 스위치디펜스를 앞세워 짠물 수비를 펼치고 있다.

2대2 픽앤 롤 플레이가 기반인 프랑스의 창도 날카롭다. 미국이 프랑스에게 덜미를 잡힌 것도 바로 2대2 픽앤 롤 플레이 수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2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브라질전에서 레안드로 발보사(36, 191cm)와 안드레 바레장(36, 211ccm)의 2대2 하이 픽앤 롤 플레이에 수비가 여러 차례 무너졌던 미국은 11일 경기에서도 이를 그대로 답습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미국전은 뱅상 콜레 프랑스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인 경기였다. 이전까지 프랑스의 2대2 플레이는 하이 픽앤 롤에 이어 볼 핸들러가 점프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패턴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미국과 경기에선 높이의 우위를 살리기 위해 고베어의 롤링에 이은 인사이드 공격을 주로 활용하는 등 미국 수비의 의표를 찌른 콜레 감독의 전술 변화도 승리의 보이지 않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 콜레 감독은 2대2 픽앤 롤 플레이와 함께 미국 인사이드의 높이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 고베어의 하이-로우 게임을 적극 활용해 센터를 맡은 미국 스몰포워드들을 공략했다. 그 결과 이날 인사이드를 완벽히 장악한 고베어는 21득점(FG 50%) 16리바운드로 더블 더블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프랑스의 공격을 이끄는 건 4명의 전·현직 NBA 리거들이다. 먼저 대회 개막 후 평균 21득점(FG 45.2%)으로 팀 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에반 포니에는 내·외곽을 넘나드는 폭발력으로 프랑스를 이끌고 있다. 포니에는 고베어와 2대2 픽앤 롤 플레이를 통해 인사이드로 돌파해 득점을 올리는 것은 물론, 평균 2.2개(3P 44.8%)의 3점 성공을 기록하는 등 외곽에서 정교한 슈팅 능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슈터로서 볼 없는 움직임이 좋은 포니에는 고베어의 스크린과 3점 슛 라인의 거리가 NBA보다 짧은 국제 코트의 이점을 잘 살리며 이번 대회 정상급 스코어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돌파에 이은 킥-아웃 패스로 팀 동료들을 잘 살려주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펼쳐주고 있다.
마찬가지 벤치에서 출격하는 난도 드 콜로(32, 196cm)도 이번 대회 평균 23.2분을 뛰면서 17득점(FG 57.9%) 1.8리바운드 3.3어시스트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샌안토니오와 토론토에서 NBA를 경험했던 난도 드 콜로는 현재 CSKA 모스크바 소속으로 여전히 유럽 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난도 드 콜로는 지난 시즌도 유로 리그에서 34경기 평균 24.2분 14.7득점(FG 50%) 2.5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해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콜레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난도 드 콜로를 1번부터 3번 포지션까지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난도 드 콜로가 메인 볼 핸들러로 나서는 프랑스의 2대2 픽앤 롤 플레이가 위력적인 것은 난도 드 콜로가 득점 적립과 함께 픽앤 롤 플레이 전개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포니에와 난도 드 콜로가 직접적인 공격에 능하다면 니콜라스 바툼과 프랭크 닐리키나는 패스 게임을 통해 프랑스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닐리키나와 바툼은 안정적인 2대2 픽앤 롤 플레이 전개로 프랑스의 원활한 패스 게임에서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 닐리키나는 이번 대회에서 앞서 언급한 외곽 슛과 함께 인사이드 돌파 후 올려놓는 플로터까지 깔끔하게 림을 가르는 등 득점 시도는 적지만 내·외곽에서 안정적인 득점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 선발 포인트가드로 나서고 있는 닐리키나는 대회 평균 19.7분 출장 7.7득점(FG 44.4%) 2.5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다재다능함이 장점인 바툼도 이번 대회 평균 29.5분 출장 7.8득점(FG 43.8%) 3.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로테이션 멤버로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는 마티아스 레조트(23, 206cm)와 앤드류 알비치(29, 178cm)가 핵심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는 등 전체적으로 두터운 로스터를 자랑하고 있다. 2017 NBA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0순위로 지명되기도 했던 레조트는 고베어의 백업 센터를 맡아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 도맡는 블루워커형 빅맨이다. 레조트는 이번 대회 평균 11.8분 4.2득점(FG 50%) 2.2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마찬가지 178cm의 단신 가드인 알비치도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순간적인 재치있는 패스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정통 포인트가드다. 간간이 터져주는 캐치 앤 슛도 알비치의 또 다른 강점. 알비치는 개막 후 6경기에서 평균 18.1분 4.3득점(FG 50%) 3어시스트, 3P 55.6%(0.8개 성공)를 기록 중이다. 두 선수도 미국과 경기에서 약 15분 정도를 소화하며 주전 선수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열린 2018 축구 월드컵의 최종 승자는 다름 아닌 프랑스였다.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에 패하기는 했지만 경기 종료 전까지 접전 승부를 보이며 백중세를 보인 프랑스는 이번에 미국을 꺾으며 강력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CBS 스포츠는 미국의 패배에 “팀 USA의 안일함이 결국 프랑스와 경기에서 터져 나왔다. 미국으로선 2020 올림픽 출전권 확보는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대회였다. 반대로 프랑스는 이날 승리로 호주전 패배의 악몽을 완전히 지워냈다”는 말을 전하는 등 프랑스 남자농구대표팀이 이번 2019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 프랑스의 구기 종목 전성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프랑스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 3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사진-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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