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고종현 인터넷기자] 현대농구에서 3점슛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세계 대부분의 리그에서 3점슛 시도가 늘고 있고, 속공 상황에서의 3점슛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바야흐로, ‘3점슛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슛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공을 잡는 법부터 팔의 위치, 팔꿈치의 각도, 공을 놓는 시점까지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고 각종 농구 커뮤니티에서는 턴 스탠스가 맞는지 11자 스탠스가 맞는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벌이지기도 한다. 슛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슛에 있어서 자세나 스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슛을 던지는 사람의 심리다. 아무리 완벽한 슛 메커니즘을 가진 선수라 할지라도 머릿속에 스치는 작은 생각 하나로 인해 슛의 성공여부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분명, 슛에 있어서 멘탈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좋은 폼에서 정확한 슛이 나오지만 정확한 슛을 완성시키는 것은 슛을 쏘는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슛을 잘 넣기 위해서 기술적인 연습과 함께 심리적인 훈련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서울 삼성 이규섭 코치를 찾아갔다.

이규섭 코치는_
프로 데뷔와 동시에 신인왕을 수상하며 팀 내 확실한 골 밑 자원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던 이규섭 코치는 2003-2004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했다. 전역 후에도 탄탄대로를 예상했지만 군 복무 도중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소속팀인 삼성이 서장훈이라는 ‘국보 센터’를 영입한 것.
팀 내 입지가 좁아지게 되자 이 코치는 슈터로의 포지션 전향을 선택한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후, 당시 팀 동료이자 KBL 최고의 슈터였던 조상현(현 국가대표 코치)을 지독하게 따라다니며 그의 모든 슛 노하우를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슈터로의 변신을 위해 상무 선수들과 감독을 찾아가 “보기 거북할 정도로 슛을 좀 던져도 되겠습니까?”라는 말까지 했다고.
이규섭 코치는 군 전역 후 슈터로서 성공적인 시즌을 거듭하며 2005-2006시즌 서울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장신 슈터 반열에 오르게 된다.
“슈터라면 무조건 던져야죠. 그게 슈터입니다”
빅맨에서 슈터로의 포지션 변경에 성공하고 신인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국가대표를 거치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심리를 경험한 그에게 슛과 심리에 관한 모든 것을 물었다. 지금부터 이규섭 코치가 전하는 ‘슈팅 멘탈리티’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슛을 쏠 때 심리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슛 메커니즘을 가진 선수라 해도 경기 중에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면 높은 슛 성공률을 기록할 수 없죠. 슛에 있어서 기술적인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인드 컨트롤입니다.
Q. 슈터가 갖추어야 할 마인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던지면 다 들어간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그런 자신감을 가져야 슛 찬스에서 망설이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슈터라면 항상 ‘잡으면 던진다’는 생각으로 공을 받아야 합니다. 공격적인 자세로 공을 받아야 수비를 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슛에 대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신감은 연습량과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올바른 방법으로 훈련했다는 가정하에말이죠. 연습량이 충분하다고 느끼면 ‘아.. 이 정도로 연습했으니까 슛이 잘 들어갈 것이다’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코트에서 보여지는 자신감이 바로 이런 부분이죠.

Q. 공을 잡을 때 ‘슛을 던져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수비를 붙이기 위함입니다. 수비를 한발이라도 당겨놔야 패스나 돌파가 쉬워지고 우리 편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비가 붙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슛을 던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격적인 자세로 공을 잡아야 수비에게 위협이 되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습니다.
Q. 약속된 공격이 있는 상황이나 가드에게 첫 패스를 받는 경우에도 수비가 붙지 않는다면 무조건 슛을 던져야 하는 건가요?
첫 패스를 받고 던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이 치고 가다가도 수비가 붙지 않는다면 무조건 던져야죠. 그게 슈터입니다. 그렇게 해서 상대 수비에게 ‘아 이 선수는 무조건 쏘는구나’라는 인식만 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상대 감독이 그 선수가 슛을 던지지 못하도록 붙으라고 주문할 것이고, 붙는 순간 우리 편 선수들이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되기 때문입니다.
Q. 와이드 오픈 찬스에서는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혹시 더 부담되진 않나요?
완전한 노마크일 경우 약간의 부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선수 시절에 이런 부분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공짜로 주는 한 골’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던졌습니다.
Q. 슛 감이 좋은 날에는 슛이 ‘빠졌다’ 싶을 때도 백보드에 맞고 들어가곤 합니다. 너무 잘 들어가도 다음 슛이 부담 될 것 같은데.. 경기 중에 슛이 연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나요?
슛이 계속해서 들어가게 되면 심리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맞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빨리 까먹어야 합니다. 잘 들어가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으면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게 됩니다. 4개를 연속으로 넣어도 ‘난 아직 하나도 못 넣은 선수다’라고 마인드컨트롤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같은 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찬스에서 흥분하지 않고, 주저함 없이 던질 수 있습니다.
Q. 반대로 슛이 연속해서 들어가지 않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 부분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연속으로 슛을 놓치면 조급한 마음이 들고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해요. 3점 슛 7개를 연속으로 놓쳐도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찬스가 왔을 때는 던져야 합니다. 망설임 없이 던지려면 들어가지 않은 슛은 빨리 잊어야죠. 안 들어가도 같은 찬스에 던질 수 있고, 잘 들어가도 흥분하지 않고 쏠 수 있는 선수가 좋은 슈터라고 생각합니다.
Q. 같이 뛰어본 선수 중에 클러치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가장 침착했던 선수는 누구였나요?
여러 선수가 있겠지만 문태종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리 긴박하고 치열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슛을 가져가는 선수였어요. 망설임 없이 간결하게 올라갔죠. 확실히 다른 레벨의 선수라고 느꼈습니다. 수비를 무시하고 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Q. 슛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선수든 시즌을 치르다 보면 반드시 슛 슬럼프는 옵니다. 저도 굉장히 많이 왔었는데 영상을 찍어서 비교해보기도 하고, 많이 쏴보기도 하고 아예 푹 쉬어도 봤는데…. 저 같은 경우는 농구를 아예 쉬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슛 밸런스가 무너져 있을 때는 모든 것을 잊고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Q. 말씀해주신 것 이외에 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따로 노력한 부분이 있나요?
‘수비수가 절대 블록 할 수 없는 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경기에서는 보통 저와 비슷한 사이즈의 선수가 저를 막게 됩니다. 그래서 팀 선수 중에 신체조건이 비슷한 선수를 앞에 놓고 일정 거리에서 블록을 하게 했죠.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수비수가 이 정도 거리에 있으면 절대 내 슛을 블록 할 수 없겠구나’라는 게 느껴집니다. 그 거리를 느낌으로 기억하려 했고, 경기 중에 수비수가 그 위치에 있다면 노마크라고 생각하고 슛을 던졌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리 점프를 높게 뛰어도 절대 블록 할 수 없으니까요.
Q. 많은 농구팬들이 2006년 WBC(월드 바스켓볼 챌린지) 미국전 드와이트 하워드의 블록 슛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블록 당할 거라고 예상하셨는지.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말씀드린 ‘절대 블록 할 수 없는 거리’보다 하워드 선수가 훨씬 더 멀리 있었으니까요. 코너에서 오픈 찬스가 났고, 하워드 선수는 골 밑에 있었습니다. 패스가 좋지 않아서 공을 살짝 놓쳤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 제 슛을 블록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볼이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하워드 선수의 손이 보이더군요. 그때 느꼈죠. ‘아, 걸렸구나.’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Q. 국내 선수들 중에 이 정도의 위협을 준 선수는 누구였나요??
김주성 선수요. 현역 시절 가장 버거웠던 수비수였습니다. 운동능력이 남달랐고 슛 수비를 정말 영리하게 했어요. 무엇보다 슛을 블록하기 위해 올라가는 점프 속도가 굉장히 빨랐던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김주성 선수 앞에서는 확실한 모션으로 페이크를 주고 슛을 던졌습니다.
Q.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국가대표 경기와 같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데 큰 경기에 나설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큰 경기일수록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경기들은 정규리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경기를 즐겨야 합니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선수가 ‘스타’라고 생각합니다.

Q. 인터뷰 내내 슛을 던지는 것을 강조했는데, 슛을 주저하는 선수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는지요?
들어가지 않는 슛에 대한 생각은 잊고, 계속해서 던지라고 주문합니다. 슛 성공률은 결국 일정하게 자기 실력만큼은 가져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슛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본인 실력을 확인할 길이 없죠. 찬스에서는 주저 없이 던져야 합니다. 슛을 쏘지 않는 선수는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좋은 슈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가진 슛 능력이 10이라면, 코트에서 10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좋은 슈터라고 생각합니다. 연습 때 잘 들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실전입니다. 슈터라면 경기 중에 벌어지는 상황이나 본인 심리에 동요되지 않고 가진 것을 모두 쏟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농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불린다. 그만큼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경기 중에 일어나는 상황에 동요된다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슛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면, 경기 전에는 기술을 연마하고 코트에 들어가서는 마인드 컨트롤에 더 집중하는 건 어떨까? “슈터라면 던져야 한다.”는 이규섭 코치의 말처럼 ‘던지면 다 들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망설임 없이 슛을 쏠 수 있다면 코트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 쏟아 내는 좋은 슈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농구 팬들이 이규섭 코치가 전한 ‘슈팅 멘탈리티’를 통해 보다 정확한 슛을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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