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스토리] ‘농구 도사’ 제임스 하든, 90년대 휴스턴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김기홍 기자 / 기사승인 : 2019-09-24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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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기홍 기자] 2010년대 휴스턴 로케츠의 역사는 제임스 하든(30, 196cm)의 영입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휴스턴은 2008-2009시즌부터 3시즌 연속 서부 컨퍼런스 9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하든이 합류한 2012-2013시즌부터는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하든은 올스타, 득점왕, 어시스트왕에 이어 정규시즌 MVP까지 따내며 지구상 최고의 공격병기로 거듭났다. 이처럼 데뷔 11년차에 접어든 하든의 기량은 정점에 올라있다. 휴스턴 팬들은 하킴 올라주원과 함께 했던 영광의 시대를 하든이 재현해주길 바라고 있다.

▲ 그댈 마주하는 건 힘들어 - 폴과의 이별

지난 2018년 12월 18일(이하 한국시간) 하든이 유타 재즈를 상대로 47득점을 터뜨리며 휴스턴을 승리로 이끌자, 팀 동료 크리스 폴(34, 183cm)은 “하든은 내가 지금껏 본 최고의 공격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폴은 “상대가 누구든 하든을 막을 수 없다. 당신이 뭘 하든 상관없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를 받았던 볼 핸들러 듀오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휴스턴은 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무릎을 꿇었고, 이후 두 선수 간에 불화설이 터져 나왔다. 「야후스포츠(Yahoo Sports)」는 지난 6월 19일 폴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하든 또한 ‘폴과 나 중 한명을 선택하라’며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폴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부쩍 기복이 심해졌고,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볼을 쥐고 플레이할 때 위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보니, 폴이 많은 부분 양보를 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존심 강한 둘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고, 플레이오프 탈락과 함께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하든은 ‘바스켓볼 프로 캠프’ 행사에서 “그간 와전된 뉴스들이 많았다. 폴과 나는 팀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코트에서 논쟁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건 농구의 일부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부정적인 소문들과 기사들이 떠돌았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나와 폴은 늘 소통해왔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며 불화설을 반박했다.

진실이 어떻든 폴과 하든이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폴은 하든이 과거 몸담았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 트레이드 되었고, 반대급부로 러셀 웨스트브룩(30, 190cm)이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로써 하든은 과거 팀 동료였던 웨스트브룩과 다시 한 번 한솥밥을 먹게 됐다.




▲ 당신과는 천천히 – 웨스트브룩과의 재회

2009-2010시즌에 데뷔한 하든과, 그보다 1년 먼저 NBA 무대를 경험한 웨스트브룩의 출발은 분명히 달랐다. 먼저 빛을 본 쪽은 웨스트브룩이었다. 식스맨으로 활약한 하든과 달리, 웨스트브룩은 데뷔하자마자 오클라호마시티의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꿰찼다. 이어 강력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돌격대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2017시즌에는 31.6득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라는 대기록과 함께 정규시즌 MVP로 선정됐다.

반면 하든은 식스맨으로 NBA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휴스턴으로 팀을 옮긴 뒤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로 떠올랐다. 또한 마이크 댄토니 감독 부임 이후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수행하며 기량을 완전히 꽃피웠다. 특히 2017-2018시즌에는 팀을 서부 컨퍼런스 1위로 올려놓으며 시즌 MVP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해당 시즌에 웨스트브룩이 두 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하든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 잘 드러난다.

그리고 웨스트브룩은 이번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이제는 본인 이상의 위상을 자랑하는 하든과 함께 뛰게 됐다. 얄궂은 운명을 맞이한 두 선수의 공존에 대해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뜨겁다. 두 선수 모두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볼 소유가 많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하든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대럴 모리 단장과 댄토니 감독 시스템의 핵심으로서, 미드레인지 공격을 억제하고 3점슛 혹은 페인트존 득점을 통해 본인 득점의 대부분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휴스턴은 극단적인 스페이싱과 아이솔레이션, 픽앤롤 공격으로 하든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하든은 지난 시즌 아이솔레이션 공격으로만 경기당 18.1점을 뽑아냈다. 해당 부문 2위에 랭크된 존 월의 기록이 평균 4.6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반면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즐기는 웨스트브룩은 스탯의 볼륨은 뛰어난데 반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시즌 16피트(약 4.8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부터 3점슛 라인 사이 구간에서의 성공률이 35.3%에 그쳤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하든 중심의 휴스턴 공격에 새로운 옵션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인 점은 분명하다. 여전히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발휘하여 트랜지션 공격을 주도할 수 있고, 사이즈 우위를 바탕으로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또한 하든이 공격을 전개할 때 반대편에서 오프 더 볼 스크린을 타고 나온 웨스트브룩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등 웨스트브룩의 스피드와 림어택 능력을 살리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든은 「스포팅 뉴스(Sporting News)」와의 인터뷰에서 “웨스트브룩은 어린 시절부터 나와 절친한 친구였고, 수년 동안 한 팀에서 뛰어왔다”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또한 하든은 “우리의 재결합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지켜봐도 좋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댄토니 감독 역시 「ESPN」의 애드리안 워즈내로우스키 기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하든-웨스트브룩 콤비는 분명 잘 해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연 볼 핸들러 중심 농구에 일가견이 있는 댄토니 감독이 두 슈퍼스타를 잘 버무려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두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조화를 잘 이뤄낸다면, 휴스턴의 시즌도 그만큼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 아름다운 나이 – 어느덧 데뷔 11년차 베테랑

하든은 정규시즌 MVP, 득점왕, 어시스트왕, 올해의 식스맨, 올 NBA 팀 등 농구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을 쓸어 담았다. 아직 서른 살에 불과하지만 지금 당장 은퇴하더라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톤을 다 모아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영화 캐릭터 ‘타노스’와 달리, 하든은 우승반지라는 마지막 한 조각을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하든은 지난 2019년 플레이오프 11경기 동안 평균 31.6점 6.9리바운드 6.6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휴스턴은 골든스테이트에 2년 연속 패하며 2라운드에서 짐을 싸야만 했다.

하든은 오클라호마시티 유니폼을 입고 경험한 2012년 파이널 이후, 휴스턴 소속으로는 단 한 번도 파이널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하든은 파이널 진출을 목표로 이번 시즌을 임해야 할 것이다.

아직 시즌 개막 전이지만 리그 판도는 휴스턴에 그리 불리하지 않다. 우선 지난 몇 시즌 동안 NBA 역사에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위용을 뽐냈던 골든스테이트의 전력이 다소 약해졌다. 또한 LA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유타 재즈와 같은 팀들이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지만, 우승이 기정사실화될 정도로 압도적이라 평가받는 팀은 없다.

게다가 하든은 이십대의 끝자락에 접어들며 기량이 완전히 정점에 올랐다. 특히 하든이 2017-2018시즌에 선보인 퍼포먼스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시즌에 휴스턴은 14연승과 17연승, 11연승을 연이어 챙기며 서부 컨퍼런스 1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2월과 3월 두 달간 27경기에서 무려 26승을 챙기기도 했다.

해당 시즌에 하든은 휴스턴 입단 이후 가장 적은 평균 35.4분만을 뛰며 30.4득점 5.4리바운드 8.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직전 시즌 5.7개에 육박했던 턴오버 수치를 4.4개까지 줄이며 안정성도 더했다. 이에 하든은 정규시즌 MVP에 선정되며 직전 시즌 MVP 투표 2위에 그친 아쉬움을 달랬다.

야니스 아데토쿤보(24, 211cm)에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지난 시즌 역시 하든의 활약은 대단했다. 하든은 무려 평균 36.1득점을 올리며 마이클 조던의 기록을 소환해냈다, 하든은 조던이 37.1득점을 기록한 1986-1987시즌 이후 처음으로 평균 36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또한 7.5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이며, NBA 역사상 최초로 평균 35득점 7.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 밖에도 하든은 지난 시즌 엄청난 대기록들을 무수히 만들어냈다. 28경기에서 40득점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조던이 1986-1987시즌에 기록한 37경기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리고 그는 3월 31일 새크라멘토 킹스를 상대로 50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리기도 했다. 하든이 50득점을 동반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것은 이 날이 커리어 다섯 번째였는데, 이는 NBA 역대 1위 기록이다(2위 : 웨스트브룩 3회).

이처럼 기량이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하든에게는 다가올 2019-2020시즌이 우승에 도전할 적기라 봐도 무방하다. 30대를 맞이한 하든이 한층 더 성숙한 마인드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다면, 휴스턴의 우승 도전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 농구화에서도 나타나는 하든의 의지

하든에게는 웨스트브룩 영입 외에도 또 하나의 동기부여 거리가 있다. 바로 MVP를 되찾아 오는 것이다. 그는 8월 21일 한 라디오 쇼에 출연해 지난 시즌은 미디어가 초반부터 스토리를 정해놓고 MVP를 만들었다고 발언하며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진하게 나타냈다.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가지고 시즌을 보낼 하든을 위해 아디다스는 그의 네 번째 시그니쳐에 큰 변화를 주었다. 팬들의 반응이 좋았던 부스트 쿠셔닝 대신 새로 개발한 초경량 쿠셔닝 시스템인 라이트 스트라이크(Light Strike)를 적용해 하든 Vol.4를 디자인한 것.

이는 지금껏 가장 가벼운 농구화를 신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가뿐한 발놀림을 유지하려는 하든과 아디다스의 의지를 잘 나타낸다. 트렌디한 디자인과 하든의 패션을 닮은 화려한 색감은 덤.

화려한 패션과 독특하면서도 쿨한 본인의 성격을 그대로 녹여낸 새 농구화처럼, 하든이 휴스턴 팬들에게 화려한 시즌을 선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제임스 하든 프로필
1989년 8월 26일생, 196cm/99kg, 가드
애리조나 주립대학, 2009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오클라호마시티 지명)

#사진=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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